[믿고 가는 로빈투어 – 파리] 5. 임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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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가는 로빈투어 – 파리] 5. 임무 시작

Robbine 18 436
  시간맞춰 게이트로 갔더니 역시나 사람이 엄청 많다. 촌스럽게 줄 서서 일찍 들어가지 말고 느즈막히 들어가서 앉으라고 해서 언젠가부터 늦게 들어가는 편인데, 창가자리를 선호하는 내가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는 사실이 느껴지고 있는 중이다. 일찍 들어가서 좁은 좌석에 찡겨 이륙을 기다리는 시간은 싫긴 하지만, 앞으로는 일찍 가는게 좋겠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마음먹게 되었다. 들어가는 길에 놓인 신문을 한 부 집었다. 굳이 조선일보로. 이 신문은 정보 취득의 목적이 아니라, 바닥 깔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면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있는 것이 편하고 좋은데, 생굴은 없겠지만 맨바닥은 좀 그렇더라고. 신문이 남아있지 않거나 주지 않을 것 같은 비행기를 탈때는 라운지에서 챙겨간다. 까먹으면 할 수 없고.

 

  자리에 앉았다. 엄마, 이모와 친구들의 강력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옆자리 로맨스는 불가능할 매칭이었다. 엄마아빠보다 조금 더 나이 많아보이시는 부부가 여행길 메이트였다. 두 분은 단체여행객인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아저씨가 대뜸 묻는다.

“아가씨도 롯데관광에서 표 샀어요?”

  난데없는 질문에 조금 당황했지만, 나쁜 아저씨는 아닌 것 같았다. 부인분에게 엄청 자상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아빠랑 조금 비교했었다. (아빠 미안) 부인의 영화채널을 찾아주기도 하고, 식사 후 트레이 정리도 해주고 하는 것을 보고 아줌마에게 내가 이야기 했다.

“아저씨가 엄청 자상하고 친절하시네요.”

그런데 되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이거 정리해 주는게 뭐라고~”

  좋지만 부끄러워서 에둘러 표현하는 수줍은 대답이 아니었다. 진짜 심드렁한, 뭘 이런 것 가지고 그런 칭찬을 하느냐는 듯한 대답이었다. 일반적이고 당연한걸로 칭찬하지 말라는 듯한 기분도 느껴지는... 저런 대접을 받으며 사는 것이 당연했을 이 아줌마는 행복한 인생이었겠구나 싶었다. 뭐, 각자의 슬픔은 있을테지만.

 

 

 

 

 

  라운지에서 그렇게 먹었는데도, 밥을 줘서 받았다. 배가 고픈건 아니었지만 기내식으로 나오는 쌈밥은 어떤지 궁금했거든. 음료는 언제나처럼 맥주를 달라고 했다. 무슨 맥주가 있냐고 물었더니 하이트랑 카스가 있다고 했다. 아이고~ 한국 비행기는 한국 맥주를 준다는걸 배웠다. 다음부턴 외국비행기 타자. (농담) 쌈밥 맛은 뭐 그냥 그랬다. 평범한 (라운지에서도 먹었던) 불고기, 내가 좋아하는 꼬들꼬들한 흰밥, 쌈채소. 끝. 아는 맛, 평범한 맛. 이미 배가 많이 불렀기도 했지만 맛도 그냥 그래서 아주 조금만 먹었다. 내가 기내식을 남기다니! 기내식을 남기다니!!

 

 

 

 

  한국 비행기라 한글이 나오는 것도 참 편했다. 왠지 마음이 편해.

 

 

 

 

 

 

  바깥 온도가 영하 오십도 정도라 유리창에 낀 서리도 보고, 참 재미있는 비행이었다. 잠도 잘 잤고 지루한 줄도 모를 만큼 시간이 잘 가서 좋았다.

 

 

 

 

  도착할 때 까지 이것도 먹고 이것도 먹고 그랬다. 맛은 기억에 남지 않는걸로 봐서 평범 혹은 그 이하.

 


  슬슬 도착지의 지면이 보일 때 쯤 되니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했다. 고갱님들 잘 만나서 잘 가야 할텐데...

 

  비행기가 도착해서 문을 열고 승객을 내보내기 시작한 시점 부터 지면을 밟을 때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타 본 비행기 중에서도 너무하다 싶을 만큼 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공항 건물과 연결되는 부분에서 공항 경찰인지 공무원인지 제복입은 사람 셋 정도가 길목을 막고 서서 뭔가를 검사하고 통과시켜주는걸 보고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원래 쭉쭉 빠져야 하는 그 곳부터 정체가 되었으니 밀릴 수 밖에... 하지만 비극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 때 그 시작을 알아챘어야 했는데...

  지하터널을 지나는 듯한 샤를 공항 1터미널은 재미있는 풍경을 선물해 주었지만, 내 마음은 그것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빨리 2 터미널로 가야해! 고갱님들을 만나야 해!’ 이런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 삽질의 여왕. 역시 시작은 만만치 않다. 프랑스 대선기간 일어난 수 차례의 테러 때문에 강화된 보안검색은 비행기를 내리는 시간만 길게 만든 것이 아니다. 비행기를 내리는게 전채요리라면, 입국심사는 메인 메뉴였다. (그러고보니 나 왜 비유도 먹는걸로 하지;;) 캐리어를 부치긴 했지만, 등가방에 넣은 두 병의 술(한 병은 나 먹을라고, 한 병은 숙소에서 고갱님들하고 먹을라고)과 홍삼이 든 면세가방은 두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혔다. 넘나 힘들었던 것.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속도로 이동하는 줄에서 그 무거운 짐을 들고 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놀라웠던 것은, 지금까지 중에서 처음으로 입국심사 공무원이 나에게 웃어주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굳은 얼굴로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는 그들에게 나는 선한 여행객일 뿐이라는 의미로 내가 되려 어색하게 웃어주었는데, 이번에는 줄에 지쳐 찌들어 있는 나를 향해 공무원이 웃어주었다. 불쌍하긴 했던 듯 하다.

  겨우 프랑스에 입국한 후에는 짐을 찾아서 2터미널로 가는 셔틀 트레인을 탔다. 문제는 2터미널에 내린 후였다. 게이트 번호가 그 쯤인 것 같은데 당췌 표지판이 없다. 같은 곳을 3번을 돌았다. 나는 지칠대로 지쳤다. 그 근처에서 또 다시 두리번거리며 헤매는 와중에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로빈아!!”

  어찌나 반갑던지~ 다행히 고갱님들을 기다리게는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휴-

 

  만나자 마자 고갱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 오면서 정했어. 다음엔 스페인 가자”

  저도 좋은데, 여름 휴가엔 스페인 가면 죽어요ㅠㅠ

  그렇게 고갱님들과 무사히 만나고, 무난히 게이트 번호를 찾아 숙소 사장님과 만났다. 아, 말 안했었나? 우리 투어는 파리에서 픽업받는 럭셔리 여행이다. 이제부터 임무 시-작!

 

18 Comments
필리핀 2017.08.01 21:26  
흠.. 여행기가 안 올라와서 여행사 부도난 줄? ㅋㅋ

근데 아샤나 방콕행은 아사히 비루 주던데여? ㅋㅋㅋ
Robbine 2017.08.03 20:54  
아사히는 더 싫어요 ㅜㅜ
여사모 2017.08.01 21:28  
아시아나 타셨나봐요
쥬스도 2가진가 밖에 없고
더욱 화나는건 국산 맥주만 갖다 놉니다
비용 절감 때문 이랍니다
방콕 갈때도 5~6 시간 비행이면 식사후 2시간여후쯤
 간식이 나와 줘야 하는데 없습니다
배고풉니다
같은 스타얼라이언스라 타이항공과 아시아나 비교하게 되는데
모든면에서 상대가 안됩니다
Robbine 2017.08.03 20:55  
한국비행기라 한국맥주 주는 줄 알았더니, 원래는 맛있는 맥주 줬었나 보네요??
저는 한국맥주는 치느님 영접할때만 먹어요~ 그럴땐 맥주맛이 강하지 않아서 치느님 맛을 방해하지 않아 좋더라고요 ㅋㅋ
앨리즈맘 2017.08.01 23:00  
나 자느라 간식못묵는디 저거 주는군용 스페인 콜? 내년
Robbine 2017.08.03 20:56  
여름에 스페인은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ㅠㅠ
앨리즈맘 2017.08.03 21:49  
이태리 지금 혹서로  난리래  파린 짐 이십오도 살맛남
참새하루 2017.08.02 02:10  
생굴보기 쉽지아니 할터이니
마음편히 조선일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파리에 입성하셨군요
로빈님이 제약회사에 근무하시는줄 알았는데
수의사?
사진의 인장이 바뀌었는데요

럭셔리 파리픽업 투어 기대됩니다
Robbine 2017.08.03 20:57  
인장은 그대로 입니다 ㅋㅋ
sarnia 2017.08.02 08:51  
예전에는 탑승할 때 가장 늦게 들어갔어요. 줄서서 기다리는 거 싫어했기 때문이죠. 늦게 들어가도 별 문제 없었던 것은 오버헤드빈에 넣을만한 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근데요. 언젠가 비행기 카핏바닥이 공중화장실 바닥보다 더 더럽다는 말을 듣고나서부터는 작은 가방도 의자밑에 놓지 않고 꼭 오버헤드빈에 넣게 되었는데, 늦게 들어가니까 빈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일찍 들어가요.

바닥에는 조선일보를 맨 아래 깔고 그 위에 한국경제신문을 깔죠.  그 신문들이 없으면 월 스트리트 저널도 바닥깔개용으로 안성맞춤이예요. 그 위에 슬리퍼를 신고 앉아있다가 화장실 갈때나 산책 갈 때는 꼭 슬리퍼 대신 신을 신어요. 그게 안전하니까..

비행기 바닥이 왜 더럽나 보니까 주범은 설탕 음료수 같은 끈끈이 액체인 것 같아요. 심지어 토사물도 있다고 해요. 토사물을 포함한 bodily fluids 는 맨 앞 가운데 벌크헤드 좌석 앞에 많다고 해요. 어린이들이 많이 앉는 자리죠.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나서 신문이 비행기에서 얼마나 유용한 지 알게 되었어요. 어떤 사람은 여분의 담요를 받아 깔기도 하는데 그건 진상짓이구요.
Robbine 2017.08.03 20:58  
반바지 입은 청년이 여분 담요 받아서 다리에 감는건 봤는데, 그걸 바닥에 까는 사람이 있군요;; ㅈㅅ의 세계는 끝이 없네요.
커피쏟은 ㅈㅅ의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아케모 2017.08.02 12:07  
바닥이 드럽다는걸 이제야 알앗어..
난 뭐했을까? 그런것도 안알아보고...
철푸덕,,,,
Robbine 2017.08.03 20:59  
신문지 깔면 뭔가 뽀송한듯도 하고, 약간 더 푹신한 듯도 해서 디게 좋아요 ㅋ
초반에 조금 소리가 나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루나tic 2017.08.02 12:33  
으악!!바닥이 더럽다는거 몰랐는데..신발벗고 양말신은채로..ㅠㅠ가끔은 작은 가방도 두고...다음부터는 신문을 챙기는걸로~~도착하면서 다음여행지를 생각하는 아주 옳바른 생각의 흐름.. 난 스페인하고 이태리 가보고 싶음..ㅎㅎ다음엔 꼭!! 본격적인 여행기시작 기대!!^^
Robbine 2017.08.03 21:00  
나도 가방도 막 앞 사람 의자 밑에 두고 그랬었단다 ㅠㅠ
스페인과 이태리는 아껴두고 있지~ (라고 말하지만 사실 기회가 없었다 ㅠㅠ)
후니니 2017.08.02 17:28  
<옆자리 부인의 심드렁 분석>
1, 로빈님의 미모에 대한 방어기제
2,파리 혼자가는 마드모아젤과 도시락달고 가는 마담의 질투심의 발로
3,놋떼관광동지 확인후 로빈님 반응에 삐침
(필시 프로 역마살리언의 품격이 폴폴 풍겼을 것으로 짐작됨)
Robbine 2017.08.03 21:01  
답은 1번 같습니다!!! (나이먹으니 뻔뻔해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imeSoda 2017.08.04 06:37  
시력 좋으시고 목청도 좋으신 고갱님들^^
(덤으로 식욕도... (도망))

카펫 바닥이 찝찝한 대표적인 이유~~
저래서 태국 숙소는 항시 타일이나 나무바닥을 선호함!
보통 장거리에서는 신발을 다 벗기보다는 발꿈치만 빼서 신발을 걸치고 있는편인데
(내 발이 냄새 나는지 안나는지 모르니까는)
여권에 도장이 모자라서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어느 비행기에서도 극혐(!!!)을 목격한 적은 다행히도 없음요
하지만 다음엔 나도 비행기 타기전에
발 뽀득뽀득 닦고 신문지 챙겨서 맘 편히 몸편히 가는걸로~~~
(그나저나... 나는 언제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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