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가는 로빈투어 – 파리] 3. 준비 없이 출발
예정되어 있던 숙소에 갈 수 없게 되어서 출발 한 달 전에 급하게 방을 구해야 했다. 문제는 일정을 짜지 않아서 어느 곳이 좋은 숙소인지 모른다는 것. 파리에 갔다온 경험이 있는 동생에게 SOS를 친다.
‘파리 숙소 어디가 좋음?’
‘시떼섬 가까울수록 좋음’
‘ㅇㅋ’
일주일을 휴가내야 해서 숨도 못쉬고 일하시는 고갱님2는 이 사실도 모른채 계속 격무에 임하셨고, 고갱님1과 나는 숙소 검색에 돌입한다. 하지만 가이드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회사에서 매우 바빴던 직장인 R모씨는 숙소 예약의 거의 모든 부분을 고갱님1이 하시게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언니, 시떼섬 근처가 교통상 제일 좋대요’
‘ㅇㅋ’
그렇게 폭풍검색. 파리 여행의 극성수기 한 달 전에 7박이나 연박할 수 있는 숙소가 거의 없었던 와중에, 위치도 좋고 숙소 자체도 좋은 곳을 찾아냈다.
고갱님께서...
예약도, 입금도... 고갱님께서...
제가 더 잘 할게요~ (갸륵갸륵표정)
생애 최초 유럽여행에 들뜨신 고갱님1은 가이드에게 여행정보도 보내주셨다.
‘원나잇 푸드트립 파리편 맛집 메뉴’
출발 2주 전 주말에야 일정 확정하고 현지 교통수단 지불방법 등을 결정한 가이드는 이 메뉴를 검색, 현지 식당의 주소를 구글맵 ‘가고싶은 곳’으로 저장하는 평소와 다른 부지런을 떨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 일 줄은 당시엔 전혀 알지 못하였다.
여러 방법을 비교한 끝에 나비고를 교통수단 지불방법으로 정하고, 나비고를 사용할 수 없는 첫 이틀은 꺄르네를 사서 다니기로 했다. 뮤지엄 패스는 4일권으로 결정했다. 일할 때도 많이 썼으면서 놀때도 이렇게 굴리기냐!! 라고 하는 뇌에게 카페인을 먹여가며 짠 우리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5월 1일은 파리도 노동절이다. 전국이 다 노는 날인 것 같았다.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여행책이 알려줬다. 덕분에 연휴가 길어져서 좋았지만, 노동절이어서 일정 짜기가 매우 어려웠다.
뮤지엄 패스 4일권 3개, 꺄르네(교통수단 1회권 10묶음) 2개, 현지유심 3개를 미리 주문하고 집에서 받아두었다.
나만큼이나 걱정이 많은 엄마가 여행을 갈 때 마다 여행자보험을 질병까지 되는걸로 비싸게 들었지만 매번 혜택을 본 적이 없으므로, 이번에는 한사코 마다하고 은행에서 공짜로 해주는 여행자보험을 들었다. 그걸 들기 위해서 어이없이 과도한 환전을 한 건 비밀. 우리은행 90% 우대를 받으면 여행자보험을 안들어줘서, 굳이 온라인으로 환전을 한 번 더 했는데, 90% 우대 받은 환전도 사실 필요해서 한 것은 아니어서 이후 R모씨는 귀국 후 외화부자 거지생활을 했다는 이야기. 어쨌든 유럽 여행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테니 괜찮은걸로~
프랑스에 가면 빵재료도 사고 막, 굉장히 맛있는 “진짜” 카라멜 소스도 사와서 카라멜 마끼아또도 해먹고 막 그러려고 가방은 기내용을 29인치 안에 넣어서 쌌다. 나는 무서울 것 없는 국적기 탑승자니까!!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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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겪은 여권 갱신 이야기
탑승시 여권의 유효기한이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했는데, 내가 표를 산 시점은 2016년 6월, 탑승 시기는 2017년 4월 말, 여권 유효일은 2017년 3월 까지.
이 여권번호로 표를 사도 되는지 여행사 직원에게 상담받고 표를 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행기 표를 사는 시점의 여권번호와 비행기를 타는 시점의 여권번호는 같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를 타는 시점의 여권 유효일이 6개월 이상이면 문제 없음.
나는 여권 유효일이 지나기 전에 갱신하러 가면, 좀 더 간단하고 저렴하게 갱신이 되는건가 싶어서 일찍 갔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갱신하면 여권번호도 바뀌고, 여권도 새로 준다. 뒤에 종이가 많이 남았어도... 그러니까 유효기한이 지난 후에 여권갱신을 해도 상관이 없다. 비행기 탑승 시점에서 6개월 이상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이면 아무 문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