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캅. 콘타이차이마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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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왓디캅. 콘타이차이마이캅.

사랑 1 507
지난 토요일의 일이었다.

무주구천동 산행을 다녀오는 길에

김천발 동대구행 무궁화호 열차안에서

나는 오랫만에 태국어를 써보았다.


싸왓디 캅.

콘타이차이마이캅.


기차안은 주말의 밤이라서 분주했고

나는 산행의 뒤끝이라 무척 피곤했다.


서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내 자리를 찾아가니

동남아인 같기도하고 우리나라 사람같기도 한

검은 바지에 하얀 상의....를 입은,

태국에서 익히 보아 온  전형적인 대학생차림의

어떤 청년이 앉아 있었다.


저기요...제 자린데요...

라고 미처 내가 말하기도 전에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있던

그 청년이 수줍게 웃으며 벌떡일어났다.


그리고 그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던

친구로 보이는 청년도 이렇게 말하며 함께 일어섰다.


#@%&*^%@$&*&^%$#@#$

%^^&&**&%$@#$@^%&&%


앗!  태국어다.


나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세우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어휴...쪽 팔려...

그러게 내가 앉지 말자고 했잖아...

내가 언제 그랬니?  네가 먼저 그랬잖아...


태국언지 말레이언지 영어인지 내가 구별하기도 전에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둘은 입을 꼭 다물었다.


나도 그런적이 있었다.

카오산에서 버스를 타고 짜뚜짝에 갈 때,

우와...지상철이다...어쩌고 저쩌고...

우리나라 말로 열심히 수다를 떨다가

이방인에게 쏠린 주위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느끼곤 앗 뜨거워라 했던 기억들....


기차는 붐볐고

청년들은 내가 앉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태국인일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는 말을 걸었다.


싸왓디 캅.

콘타이차이마이캅.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뺀콘타이차이마이캅.


바로 뒷자석에는 개구장이 아이들이 짖까불고 있었고

건너편 자리에서는 아줌마가 아주 큰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열차의 진동음이 아니더라도

입석으로 만원이 된 주말의 밤기차는 너무나 소란스러웠다.


그래서 였을것이다.


그 청년들이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했던 것도.


시꺼....!!!


나는 벌떡일어나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사회적지위(?)가 뭔지 그놈의 체면 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다.


기어코 청년은 나의 물음에 이렇게 되물었다.


예?


나는 내 생전에 그렇게 또렷한 발음의 한국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예?  라니...

아라이나?  가 아니고...예? 라고라고라?


태국인 친구 하나 사귀려다가 김이 샌 나는 거칠게 신문을 넘기며

화풀이를 하다가 옆자리 승객에게 눈총만 받았다. 

 
어느새 기차는 구미역에 가까와졌다.

기적소리를 울리며 기차가 구미역으로 막 진입하는 순간

그 청년의 핸드폰이 띠리리 띠리리 크게 울렸다.


나는 속으로 혀를찼다.

진동으로 해놓지않고...요즘 젊은것들은...쯧쯧....


그랬는데...!!!


그 청년은 핸드폰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세요....도 아니고....헬로우.....도 아니고...

아주아주 많이 들었던 바로 그 뉘앙스의 "할로"...!!!


전화통화 내용을 듣지 않더라도

그 소리 하나 만으로 나는 그 청년들이 태국인 이란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기차가 구미역에 도착한 것도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나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심정이 어떤 감정인지를

가슴으로부터 처절하게 느끼며, 차창밖으로 멀어져가는

다 잡았던 고기를 바라보며 망연히 앉아 있었다.

제기랄...


내 발음이 그렇게 나빴던가?


싸왓디캅.

콘타이차이마이캅.

뻰콘타이차이마이캅.

콘타이르빠오캅.

콘타이마이캅.

뺀콘타이르쁠라오캅.

쿤뺀콘타이차이마이캅.


나는 기차가 동대구역에 도착할때까지 그렇게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싸왓디캅.
1 Comments
요술왕자 2004.06.01 01:15  
  크~ 안타깝네요.... 용기를 내어 말을 거셨을 텐데.... [[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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