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는 얼마나 과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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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나는 얼마나 과감했던가??

즐거워라~ 26 822

대학 4학년 때인가... 친구와 태국 자유여행을 하려다, 급 '겁난다'는 친구의 어거지에 패키지를 하게 됐더랍니다. 그게 90년대 일인데, 가이드 분 자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는데, 온갖 옵션이며 한국인 운영의 기념품 가게며, 온갖 쇼핑에, 자유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참 패키지는 다닐 것이 못되는구나라는 교훈을 주었고,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별 인상 자체가 남질 않았더랬습니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2002년인가 가게 된 일주일 간의 자유여행, 방콕-코사무이, 가이드북도 없이(무슨 똥배짱인지), 당시 트래블게릴라?라는 사이트와 초창기 태사랑 뒤져가며 대충 감잡고... 지금 생각하면 매일 숙소를 옮기며 이동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은 비효율적인 여행에다, 오죽 정보도 없으면 무려 차웽비치에서 라마이비치까지 가까운줄 알고 걸어가다가 폭염 속에서 2시간 등산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ㅎㅎ 그러나, 그때 카오산에서 마신 얼음맥주 맛에 반해서 오라오라병 감염 완료되고...

 

너무나 아쉬웠던 일정에 2003년에는 한달 일정으로 본격 배낭여행을 계획합니다만... 역시 별다른 계획이란 없었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게으르기도 하고... '일단 카오산으로 가서, 1/3은 북쪽 치앙마이 산간지방 보고, 1/3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구경하고, 1/3은 열대 바닷가로 가서 뒹굴뒹굴해야지'라는 계획이 전부... 예산은 하루 3만원, 모자라면 굶고... 숙소, 교통편, 심지어 어느 바닷가로 갈지도 안 정한 무계획... 태사랑에서 여행기 몇개 출력해서 들고 뱅기를 탔네요.

 

카오산 홍익인간 도미토리에 첫짐을 푸니 여행객들의 노트가 있습니다. 어느 착한 분이 앙코르와트 가는 법을 상세히 적어두셨네요. 숙소에서 앙코르와트 간다는 분들을 만나서 4인 1조를 짜서 출발... 회사 때려치고 온 동안의 직장인 오빠, 군 제대하고 온 해병대 청년, 선캡 아저씨...  알면 못갔을 뽀이뻿-시엠립 사이의 도로사정(도로가 수시로 끊겨서 두어시간 갈 거리를 9시간 걸려 도착), 아는게 없이 가서 더 놀라고 압도된 앙코르유적지의 신비함...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와, 다음 일정은 치앙마이다... 버스타고 무작정 내려 무작정 타패게이트 앞으로 향하다 호객꾼 따라 한국인 1도 없는 게하 정하고, 게하의 영업으로 나 빼고 다 서양"애"들인 2박 3일 트레킹, 깐똑쇼 구경, 걍 하릴 없이 시장 마실 다니기... 체력좋은 트레킹 친구들과 라이브 공연하는 바에서 술 한잔...

 

다시 카오산에 돌아와, 캄보디아 같이 갔던 분들 중 '코따오'가 그렇게 좋더라는 말이 기억나 또 무작정 조인트티켓으로 코따오행... 부두에서 싸이리해변까지 수트케이스 끌고가다 적당한 숙소에 짐풀고, 또 아무 생각없이 거니는데 뭐 이런 한적하고 작은 동네가 다 있는가... 지나가던 한국인이 반색하며 '한국인이죠? 밥 먹는데 오세요~' 픽업 당해 어울리게 된 한 무리들... 알고보니 스쿠바다이빙 강사 및 수강생들... 몇일 어울려 먹고 마시고 친해지다보니, 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스쿠바다이빙에 입문까지 하게 되고...  

 

뭔 여행기도 아니고,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네요.

 

요새 정보가 넘쳐나고 정보얻기도 편해지는 만큼 참 세밀하게 일정짜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확인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사람 성격일수도 있고, 그 시절의 분위기일수도 있고, 돈이 없지 시간이 없겠냐는 배낭여행이라서일수도 있고... 암튼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참 과감(?)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좌충우돌, 되는 대로 안되는 대로, 헤매면 헤매는 대로, 좋은 인연도 만나고, 나쁜 인연은 흘려보내고...

 

마무리가 안되는데 ㅎㅎ 여전히 여행을 다닙니다만,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른 터라 그립기도 하고 어쩌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인생은 계속되고 여행도 계속 되겠지요.  

26 Comments
푸켓알라뷰 2017.05.31 12:19  
차웽비치에서 라마이비치까지 걸어서ㅋㅋㅋ
전 코사무이가 그렇게 큰섬인줄 몰랐었어요.저도 깜짝 놀랐죠~
미소가 지어지는 즐거운 글입니다.무작정이란 단어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네요.
저때는 다 저랬었는데 한국사람만나 입소문으로 정보 듣고 무작정 가보고 말이죠~
아니면 말고..참 정감있습니다.
그리고 트레블 메이트 아닌가요? 저도 태사랑 아쿠아등등 태국필리핀사이트들을 뒤지고 다닐때라..
트레블메이트에서 가이북을 하나 샀었는데 보라카이 였어요..
정말 90%가 글뿐이고 흑백사진 몇장이 전부였던 책이었는데 가게될 그날을 기다리며
아예 외워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아주 옛날 일이되어버렸네요. 글 잘봤습니다.
즐거워라~ 2017.05.31 19:19  
푸켓알라뷰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당시엔 감이 없고 정보도 없어서 코사무이가 그리 큰 섬인줄 생각도 못한데다 워낙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서 T.T 관광지도 축척을 제대로 이해못했답니다. ㅎ 트래블메이트는 아니었고, 아랫분들도 아시는 걸 보니 트래블게릴라가 맞는 듯 합니다. 아마 검색하다 찾았을텐데 희한하게 이게 어떤 성격의 사이트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여행사이트였는지, 여행사사이트였는지... 그 언덕길에서 땀을 훔치며(게다가 복장은 긴 원피스에 배낭...) 미지근한 콜라 마시던 기억은 선명한데, 참 선별적으로 기억상실인가 봅니다 ㅎ
고구마 2017.05.31 12:29  
트래블게릴라....하하 추억의 이름이네요.
즐거워라님의 기나긴 여행 히스토리도 살짝 엿볼수 있다는...^^
즐거워라~ 2017.05.31 19:21  
^^  기간에 비해 공력은 떨어져서 부끄럽습니다. 써놓고 보니 나이가 드러나서 부끄 부끄네요~
타이거지 2017.05.31 12:46  
오..반가운 이름.
트래블게릴라..ㅋㅋㅋ.
차웽에서..라마이까지..싸무이 대장정 ㅋㅋㅋ.
단돈 오십밧 아끼자고..
세 아이 졸졸이 줄세워 이빠이^^ 배낭 메고 매핫에서 싸이리까지..따오 대장정 ㅋㅋㅋ
즐거워라님도..전설의 역사가..하하하!!!
즐거워라~ 2017.05.31 19:24  
대장정~~~ 지금 생각하니 본의아니게 그렇게 되었네요. ㅎㅎ
코따오는 들어가기 힘들어서 아이 낳고 딱 한번 가봤는데, 세 아이를 줄세워 가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우리 아이 '업어줘' 소리 안하는 나이가 되면 저도 앞세워서 매핫에서 싸이리까지 다시 한번 대장정!!
봉달프 2017.05.31 14:19  
글읽어 보니 여자분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ㅎㅎ
즐거워라~ 2017.05.31 19:27  
그냥 게으름 반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무사안일함이 반이었지요~ ㅎㅎ  사람 사는 동네다 보니 별일 없이 다닌 것 같습니다.
오뜨9 2017.05.31 14:32  
저도 혼자 다니긴 했는데 님에 비해서는 준비 많이 한 형이네요. ㅎ.. ㅎ
그래도 무지 용감하긴 했었어요.
떼제베에서 제 가방 뒤지는 도둑놈들과 맞딱드렸는데 안 쫄고 고함 지르고 했었으니..
근데 나이든 사람이 홍익인간 이런데 가면 누가 끼워 줄까요?  안끼워 줄거 같아..
20대의 나는 길 걸으면 말걸어 오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 이제 개도 안 쳐다보는 중년인데..
제가 좀 뻔찌가 없어서 상대가 불편해 하는 기색을보이면 엉켜 붙지 못하거든요.
저도 님처럼 그렇게 급조해서 여행 하고 싶은데 힘들겟죠? ^^
즐거워라~ 2017.05.31 19:33  
제가 좀 많이 준비가 없었지요? ㅎㅎ 그때야 어렸을 때라 급조해서 다닌 거고, 저도 나이 먹고 가족들과 다니면서부터는 그런 여행은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혼자 간다면... 요샌 게하에도 중년 여행객 꽤 있지 않을까요? ㅎㅎ 젊은이들이 구박(?)하면 늙은이들끼리 놀지요 뭐~
후니니 2017.05.31 16:59  
2003년이면  포이펫-시엡립구간.....
파리 다카르랠리 체험 제대로 하셨겠습니다
픽엎트럭 짐칸 타셨다면 더욱 끔찍 했겠죠

님의 이야기 들으니 저도 생각납니다
1999년 그곳 구간을 점심먹고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6시 글로벌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는 끔직한 기억이 나네요

추억이 돋는 글 잘 봤습니다
즐거워라~ 2017.05.31 19:36  
픽업트럭 짐칸!! 맞아요!! 다행히 전 조수석 꿰어 찼습니다만, 다른 일행들은... T.T 1999년에 비하면 2003년은 양반이었을 듯 해요. 그때 '최근 도로를 포장해서 길이 편해졌다'고 들었거든요. 전체 구간의 1/3 정도를, 그것도 아스팔트 포장이 아니라 그냥 땅만 평탄히 골라놓은 거였지만요. ㅎㅎ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저는 그래도 한밤중에 도착했는데 새벽 6시라니... 그야말로 당시엔 어마어마했네요 ^^ 저도 달아주신 댓글로 추억이 재소환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테라피스트 2017.05.31 17:44  
글만 읽어도 좋네요 전 2006년에 첨에 태국에 갔었는데 무작정 왓포마사지스쿨 등록하고 댕기고 놀러댕기고 지금생각해보면 그때가 좋았었네요 ㅋㅋㅋ
즐거워라~ 2017.05.31 19:39  
2006년이라... 저에게도 좋은 한해였는데,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 여행이 좋았던 것인지, 시절이 좋았던 것인지~
monodi 2017.06.01 00:42  
전 2003년도에 사무이 라마이에서...차웽까지 걸어봤네요....
즐거워라님 글보고 갑자기 필받아서 옛 여권찾아보니...
2000년에 라오스를시작으로 40일 여행을했고...앙코르와트는 2003년도에 첫방문했네요...
그때는 돌아다닐체력이 됐는데...이젠 50이 넘었쓰니...ㅜㅜ
못다니겠써요...편한거만 찾게되고...
즐거워라~ 2017.06.07 16:22  
ㅇㅎㅎ 저도 이제 40 초반이지만 어린 아이도 있고 하니 편한 것만 찾게 되네요. 아이 좀 크면 다시 그 시절처럼 다녀보는게 장래희망인데 체력관리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요호호호 2017.06.02 07:55  
우와 진짜 멋있으시네요ㅜㅜ 그렇게 여행할 수 있는 용기 부럽습니다!!
즐거워라~ 2017.06.07 16:23  
멋있다 말씀해주시니 왠지 제가 사기친 것 같네요 ^^;; 벌써 오래 전이고 이런 저런 걸리는 것 없던 시절이라 그저 아무 생각없이 다닌 것 같습니다.
이준석님입니다 2017.06.02 10:04  
멋있으십니다 ㅎㅎㅎㅎ 배울 점이 많이 내재된 글이네요!
즐거워라~ 2017.06.07 16:24  
감사합니다 ㅎㅎ 그저 그 시절엔 내가 이랬구나... 그런 단상이 떠올라 끄적여봤는데 좋게들 봐주시니 부끄럽습니다.
미스타콱 2017.06.02 11:03  
원래 여행은 또 그렇게 해야 기억에도 남고 평생의 잊지못할 추억이 되는거 같기도 해요ㅎㅎ
즐거워라~ 2017.06.07 16:25  
ㅎㅎ 말씀대로 정말 하루하루 잊지 못할 추억들이 되었네요. 옛 추억 마일리지로 살아가긴 아직 살 날이 많은데, 참 여러모로 예전같지 않은 요즘인 것 같습니다.
goodboyr 2017.06.05 13:06  
여행은 돈이 아닌 용기의 문제다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즐거워라~ 2017.06.07 16:27  
맞습니다. 저는 용기라기보단 뭘 몰라서 겁이 없었던 것이겠지만, 그리 다녀보니 어디를 가도 별로 두렵지는 않더군요. 때론 머릿속을 좀 비우는 것이 길을 넓게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만복아 2017.06.13 15:49  
용기가 멋지네요.
오히려 무계획으로가서 더좋은 경험하그 그만큼 기억에 남는거 같네요
아포카토 2018.04.04 01:23  
옛날 20대 때 철없던 시절 첫 여행지인 인도가 생각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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