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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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한마디 3 484
어제는 어버이 날이였습니다

전 스스로 효를 말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란걸

늘 가슴에 되새기고 있지만

입에서 듣기 좋게 나오는 말이나 생각만 짝꿍처럼 붙어서 따로 놀고

살아가는 모습이야 제 몸뚱아리 챙기기에만 바쁘니

영락없는 천박한 놈팽이입니다

오후에 딴지일보 지나간 기사를 읽다가

문득 마음이 시큰한 글 한편이 있어

태사랑 여러분들과 같이 읽고 싶어 퍼 왔습니다

퍼온곳~딴지일보 관광청-주인공께서 중국유학시절 에피소드랍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세워(버려)두고 아파트 계단을 한 숨에 뛰어 올라갔다. 삐그덕거리는 철문에 작은 토토로가 매달린 열쇠를 꽂아 돌리고, 잠금 장치가 고장 나버린 또 하나의 나무 문을 뻥 찼는데... 빛바랜 작은 종이 하나가 팔랑거렸다.

아직 마르지 않아 찐득한 풀기가 남아 있는 종이엔 우체국 소인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볼펜으로 적힌 몇 글자가 더 있었지만 해석 불능. 그냥 통밥으로 '우편물 찾아가란 말이구나' 하며 폭삭 젖어 떼어내기도 쉽지 않은 종이를 고장난 문으로부터 조심스레 구해내고, 바로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편지는 주인이 없어도 문 앞에 또는 아파트 앞에 마련된 호수가 적혀있는 비둘기집처럼 생긴 작은 우편함에 넣어져 있기 마련인데 등기물로 온 걸 보면 무슨 중요한 소포이겠거니 싶었다.

'음악 듣고 싶다고 징징거렸더니 씨디를 사서 보낸 걸까? 몇일 전 중국약이 너무 독하다고 투정했었는데, 한국 약을 사서 보냈나? 아니면, 김치라든가 고추장 같은 거? 아~ 라면이면 좋겠다. 흐흐.. 어떤 기특한 친구가 선물을 보냈을까?' 궁금해 하며 신나게 페달을 굴렸다.

우체국에 도착해 입에 물고 있던 쪽지를 중국 사람에게 건넸다. 뭘 묻긴 한 것 같은데 회화가 가능한 시절이 아니라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착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내가 본인이니 어서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멋진 소포를 전해 달라고...

잠시 후, 중국사람에게 전해 받은 것은 소포가 아니라 편지였다. 씨디나 약, 김치, 고추장, 라면이 담긴 커다란 박스가 아니여서 조금은 실망한 마음에 한 풀이 꺽여있는데, 발신인을 보니.. 엄마였다.

엄마...


갑자기 우체국 안에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뿌옇게 변해갔다.

한국을 떠나올 때 애써 가슴 한 켠으로 묻어놓았던 기억들이 이 중국의 지저분한 우체국 바닥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코 끝이 맹맹해지고, 목이 자꾸만 메어왔다. 그리고, 이 한시적 최루성 안개는 결국 두 눈에서 방울방울 결정체를 쏟아 내게 했다.

중국에 간다는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 엄마는 무척 반대했었다. 걱정되는 맘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중국 얘기만 나오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엄마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나서 몇 번을 싸우고 결국은 아빠를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더랬다.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 엄마와 함께 잠을 자면서 엄마는 '가고 싶어' 가 아니라 '갈 거다' 라는 투의 얘기에 그간 상의 한 번 없었던 딸이 못내 서운했었다는 말을 꺼냈다. 가지 말라고 말려도 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힘들게 얘기를 꺼낸 엄마에게 난 미안하단 말 대신 애써 자는 척으로 무안함을 비켜갔었다.

다음 날, 인천국제항으로 배웅 나온 아빠와 엄마에게 난 내내 웃는 얼굴로 신나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점점 떠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무거워지는 가슴을 들키기 싫어 한시도 가만 있질 못하다가 결국엔 먼저 들어가겠노라고... 엄마, 아빠와 진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면 소금기둥이 되어 버린다.' 속으로 되내이고 있었지만...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마음은 날 돌아서게 했고, 결국 난 소금기둥이 되어 버렸다.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계신 엄마, 아직도 손을 흔들며 아주 어색한 웃음을 짓고 계신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난 다시 한 번 한껏 웃음을 지어 보이며 크게 손을 흔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 웃음도 그리 자연스럽진 않았으리라...

이틀 동안 배를 타고 가면서 난 엄마, 아빠의 모습을 가슴 한 구석으로 밀어 놓았다. 갑판위에 서서 부서지는 바닷포말 속에 자꾸만 밀어놓고, 깜깜한 하늘과 바다 위로 떠오르는 두 개의 달 빛에 감춰 버렸다.

그런데...

겨우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기껏 우편물 겉봉에 적힌 '엄마가...' 라는 세 글자에 대책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떨어지는 눈물 방울의 수가 급격히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곧 꺼이꺼이 통곡을 동반했다.  좀 우아해질 것을.. 어쩌자구 그렇게 목을 놓고 울어 버렸는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급기야 그 지저분한 우체국 바닥 한 구석으로 날 밀어내고, 난 바닥에 앉아 두 손에 편지를 꼭 쥔 채 한참을 울었다. 몇 사람이 다가와 왜 그러냐며 일으켜 세웠고,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자꾸만 모여들어 말을 거는 사람들이 귀찮아져서 집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탔다. 눈앞이 계속 흐려져 앞 자전거와 몇 번이나 부딪혔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화가 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가 내 모습을 보고는 금새 가던 길로 향했다.

집에 와서도 난 편지를 뜯지 못했다. 이 상태로 편지를 읽었다간 울다가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그날 밤, 벼개 밑에 편지를 묻어두고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엄마의 붉은 눈 때문에 밤새 뒤척이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책 사이에 편지를 꼽고 학교로 향했다. 양쪽 눈 위에 두꺼비를 한 마리씩 얹고 나타난 날 보며 사람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었고,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대강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학교 호숫가에 앉아 편지를 뜯었다. 이미 너무 흘려 말라 버렸을 줄 알았던 눈물이 '사랑하는 딸에게...' 로 시작하는 문장에 또 터져 버렸다.

잘 지내고 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위험한 일은 없었는지, 밥은 잘 해 먹고 있는지, 그곳의 생활은 어떤지... 스무고개 하는 사람의 편지처럼 순전히 궁금한 것들만 가득 적어놓은 그 세 장의 편지를 한 줄 읽고 한 번 울어내고, 한 줄 읽고 눈물 닦고, 한 줄 읽고 마른 울음 삼켜가며 몇 시간 동안 읽어내고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로 시작하는 스무고개의 답을 잔뜩 적어야 하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너무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걱정하는 것처럼 위험하지도 않고, 밥도 아주 훌륭하게 잘 해 먹고 있고, 그리고, '가고싶으니까.. 보내줘' 라고 얘기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그날 밤 저녁,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 거 하면 절대 안 받을 거니까 하지 말라던 엄마가 반가운 목소리로 '잘 지내고 있는 거지?' 하고 물어보는 통에 또 한 번 울컥해 목소리가 조금 떨리긴 했지만, 꾹 잘 참아냈다.

씩씩하게 지내야 된다고 그랬거덩. 엄마는 날 믿으니까 잘 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대꺼덩!!

. . . . . .

그렇게 사건(?) 하나를 치뤄내고 나서는 2 년이 넘는 시간동안 누군가가 보고싶어 대성통곡하는 일은 없었다. 가끔 술이 들어가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엄마 생각에 슬며시 불을 지펴 놓는다거나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어색한 표정으로 웃음 짓던 아빠의 얼굴이 떠올라도 말이다.

중국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게 된 많은 지인들과의 시간이 누군가를 그리워할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는데다가 다신 못 볼 사람들도 아닌데 맨날 울고 지낼수만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두 번 다시 '사랑하는 딸에게...' 같은 (엄마 스스로도 닭살스러웠다던) 표현으로 시작되는 편지도 오지 않았고... 흐흐.

우린 어쩜 떨어져있는 시간이나 거리에 익숙해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연인이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지만 어디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어디 거리에 비례하겠는가!

아! 근데 말이지. 유치한 코메디나 드라마 같은 데서 보름달 뜨면 왜 보고싶은 사람얼굴이랑 오버랩 되잖어. 그거..... 근데, 진짜 그렇드라. 하하하..."


3 Comments
IAN 2004.05.10 02:08  
  이글을 읽다가 군대 시절 생각이 나서 몇자 적습니다. 훈련소 시절에 어머니가 보내주신 편지를 생전 처음받고는 정말 생애 최고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는 작은아들에게...로 시작되는 그 짧은 편지 한장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렁그렁]] 그런데 한마디님 이제 사진공개를 완전하게 하시네요?? [[으힛]]
이개성 2004.05.10 11:13  
  한마디님이 본인 사진을 이렇게 공개하시다니...놀랍..
한마디 2004.05.10 13:37  
  헉.......얼굴 잘 안보이지 않나여........?
알아 볼수 있어여.....................?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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