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우스 엑스 마키나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데우스 엑스 마키나

SOMA 22 472

전에 진중권 영화평론가가 심형래의 영화인 ‘디 워’에 대해서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하늘에서 기계장치의 줄을 타고 내려오는 신’ 이란 뜻 이라고 한다.

 

 주인공들이 아무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어이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밤 10시가 되었는데도 집 밖이 꽤나 시끄럽다. 우리 집은 그래도 대로변 까지도 아니고, 상가 주변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은 곳이라고도 볼 수 없다. 

 

태국 생활을 하면서 내 심경을 가장 거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소음이다. 

오늘 밤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집 앞 맞은 편 사무실 앞에 진을 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동네가 떠나갈 듯한 음악을 서로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아마 길면 서너 시간, 짧으면 두어시간이면 파 할 것 같다. 그 동안 날 그렇게 괴롭혀 오던 저녁 모기들이 오늘은 쉬는 날인가? 내심 분노가 모기들에게로 향한다. 

 

 

얼마전 맞은 편에 있는 작은 회사 직원들이 쉬는 날 새벽부터 대형 스피커가 장착된 픽업트럭을 타고와 아침 내내 동네가 떠나가도록 댄스음악과 룩퉁을 틀어제낀 일로 한번 충돌한 적이 있다. 

 

물론 그들과 상식적인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퀭한 눈으로 비척 비척 걸어 나가 눈깔을 뻔뻔하게 뜨고 픽업운전석에 눕듯이 앉아 있는 사람에게 대뜸 항의를 했다.

 

“저기요, 여기 사시는 분들이세요?, 여기 사는 사람들도 있는 동네에요, 음악 좀 줄여주세요.” 

 

“여기 사는것하고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요?” 

 

  “나는 어제 여러가지 일로 잠을 잘 못자서 당신들 때문에 여러번 자다가 깼어요.” 

 

“지금 몇 시인데 아직 까지 자요?” 그렇다. 그때 대략 오전 11시 쯤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을 틀기 시작한 것은 대략 오전 9시 전후 부터 였다. 

 

  그 후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어이없이 당당하게 무시된 전후관계와 인과관계의 오류 때문이었다. 

 

이 일화를 예로 드는 것은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사실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 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태국인들 그 누구조차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잘못하다간 재수없는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와 같은 일이 지속되면 조용히 이사를 가야하는것이 태국적인 통념이다. 

 

 어쨋거나 오늘 밤에도 왁자지껄하고 있는 이 사람들을 누구도 터치하지 않고 있다. 

 

죽음의 더위가 가고 5월 중순 쯤 되면 더위로 인한 울화통을 씻을 수 있는 우기가 된다. 몬순이라는 기후는 예측이 조금 어렵다.

 태국적인 것으로 잘 돌아가던 것들을 순식간에 바뀌 버리기도 하니까. 

 

  순조롭게 운행하던 도로에 갑작스레 스콜이 쏟아지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거나 국지적인 홍수가 나거나 해서 마비가 되기도 하고, 뚝에 물이 넘치기도 하지만 이 보다 반가운 느낌이 드는 것도 많지 않다. 

 

난감한 감정이 한 시간 쯤 지속 되었을 때, 갑작스레 스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오지도 않고 세차게 퍼붓는다. 밖에선 서로 소리치는 소리가 조금 들리더니 이내 스콜소리에 파묻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해산했고 세찬 빗소리에 나도 평정을 찾았다. 때론 거슬리는 뭔가가 있을 땐 밥상을 뒤집어 버리는 것도 심정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유난히 시원한 스콜이다 

22 Comments
물에깃든달 2017.05.19 09:20  
ㅎㅎㅎ적절한 비유네요
스콜이 아무도 해결못할 것 같은일을 해결해버리네요 ㅋㅋ
SOMA 2017.05.19 15:22  
그렇죠 .. ㅎㅎ 요즘 우기라 개인적으로는 참 좋습니다.
돌이킬수없어요 2017.05.19 11:01  
그 태국인의 말이...넘 적절해서..
번박할수가 없네요..
한국 같으면..그냥 112 누르면 돠는대요..
제목을 스콜에 비유 하신거군요..
소마님 퀭한 눈으로 항의 하러가는 모습.
상상햇어요 ㅎㅎ
SOMA 2017.05.19 15:23  
가능하면 태국인들하고 말다툼을 안하려고 합니다. 태국은 항의라는게 니가 날 건드려? 혹은 니가 내 일에 참견해 ?? 정도의 시비적인 면이 강해요 라고 생각하는.... 감정적인 면이 강해요 ..
돌이킬수없어요 2017.05.19 17:03  
한군대 오래 잇다보니 태국인의 내면을 보는것 같아서
그다지 안좋네요.
그냥 가볍게 생각할때가 좋은것 같아요..
한달동안 한군대 잇는게..역시 적성에 안맞아요..
푸켓알라뷰 2017.05.19 12:08  
하늘의 신도 니들 그정도면 충분이 놀았지 않느냐 들어가거라아~~
하고 내린 스콜이네요.
저도 소음은 잘 못참겠네요 아이들 울음소리 아저씨들 소리지르면서 얘기하는 소리..
요즘 한국의 특이사항이 애고 어른이고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해요.
당연 상대방도 소리지르면서 얘기하고 답하는 사람도 소리지르면서 통화해야겠죠.
스피커폰이니 잘안들릴테니까..요즘들어 타인의 대한 배러가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게
세삼 느껴집니다.
SOMA 2017.05.19 15:26  
한국도 좀 눈쌀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항의를 하면 알아 듣는다든가 , 안되면 신고를 한다든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아요. 태국은 시비를 거는 것으로 생각하고 시비가 시작되면 물불 안가리는 성향이 좀 있기도 해요. 게다가 법보단 사실 , 주먹이 가까운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참새하루 2017.05.19 12:29  
먼저 두가지를 느꼈습니다

늘 사진게시판에
거룩하고 성스럽고
하늘 신계에 계신듯 우러러 보던
SOMA님의 이미지가 완전 깨지는 순간
거의 자폭글입니당^^

....쾡한눈으로 비척비척 걸어가...
(이 대목에서 런닝셔츠에 무릎 튀어나온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 질질 끄는 상상이 ㅎㅎㅎ)
SOMA님도 저랑 같은 일반인이구나 하는 안도감

또 한가지는
태국의 다혈질 행상에게 감히 외국인이
시끄럽다고 항의할수나 있을까 싶습니다
저라도 다른 태국사람들 처럼
이불속에서 주먹이나 쥘것 같아요
당당하게 항의 할수있는 SOMA님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대부분 클라이막스에는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갈등들이 해소되는 엔딩에는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지요

SOMA님의 태국 일상의 한단면을 살짝 엿볼수 있는
글이었어요
태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불만과 문제점
그리고 외국인과 현지인의 갈등
그렇지만 스콜에 빗대어
자신을 대신해서 복수해준 소소한 통쾌함
마음의 갈등을 빗물에  흘려보내는 넉넉함까지
SOMA님의 글에서 제가 읽은 행간이었습니다
SOMA 2017.05.19 15:32  
사진만 올리다보니 혹 제 외양에 대해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치네요 . 사실 전 거의 현지에서 현지인과 대동소이 한 모습이거나 , 풀어질 대로 풀어져 있는 폐인같은 모습이거나 ...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태국 먹이사슬에서 외국인이란 먹이 사슬 바닥의 플랑크톤 급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플랑크톤은 그 수가 어마어마 하게 많지만 외국인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봐야겠죠?. 간혹 노력이나 능력여하에 따라 1차 포식자 정도까지 가시는 분들도 있는것 같기는 해요.

태국생활이 거의 14-15년에 달하는데 이런 불만들은 날이 지날 수록 크게 다가 옵니다. 어떤 사회의 한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 최근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적 발전을 생각하면 참 큰 갈등으로 다가 옵니다.

늘 좋게 보아주시고 , 겸손히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다만 실제로 제가 생각하시는 만큼 멋진 모습이거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참새하루 2017.05.19 15:49  
안녕하세요 SOMA님
소마님은 늘 제게 우러러보는 신계의 사진작가 이십니다 ^^
태국에서 거주하신지가 오래되셨군요
그정도 사셨으면 태국문화와 사회에 대해서
웬만큼 통찰과 판단이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어렸을적만 해도
주택가 골목길 마다
트럭행상 리어카행상들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음악이나 광고를 예사로 했습니다
어린애가 놀라 깨도 다들 그렇게 사는가 보다하면서
참고 지내는 분위기였지요
이제는 서울에서 그런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사회와 민도가 발전한 셈이지요
태국도 우리나라처럼 조만간 그런 발전된 모습이
올거라 믿습니다

SOMA님 글을 보니 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적응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모습이 살짝 보여서
저도 공감이 됩니다
SOMA 2017.05.19 16:07  
그러게요 . .외국인은 어떻게 해도 이방인이고 , 태국어는 어떻게 해도 모국어를 대체하지는 못하는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가 이민자들의 생활이나 이방인들에 관한 주제로 사진을 찍고 다니는 지도 모르겠어요.

태국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게 참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좋은 쪽이든 좋지 않은 쪽이든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어떤 개념자체가 빨리 바뀌지는 않는듯해요.
예를들면 성희롱,성차별 이라는 것들이나 , 뺑소니 라거나 하는 사회적으로 빠르게 이슈화 되는 것들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다소 느린감이 있는것 같아요.

태국인들 성향자체가 남들에게 신경쓰고 , 피해를 안끼치려고 노력하며 사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것을 뛰어넘어 안하무인인 경우들도 왕왕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경우 제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별로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긴해요.
물론 제가 가진 전투력 자체가 미약해서 그럴 수도 있겠고요 ..ㅎㅎ
참새하루 2017.05.19 15:51  
혹시 하나비님 이라고 아시는지요
최근 3월경에 람빵지역에 스튜디오를 오픈하셨습니다
그분도 사진작가이시던데
혹시 한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SOMA 2017.05.19 16:01  
네 하나비님하고는 잘 알죠 . 가끔 방콕이나 람빵에서 회동을 가지기도 하고 출사를 함께 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지난 수원다큐멘터리 포토페스티발에서도 전시도 함께(같은 장소는 아닌) 가졌었죠 .. 요즘 활동이 좀 많이 바빠지신듯 하더라고요.
참새하루 2017.05.19 16:15  
아 그렇시군요
출사를 함께할 정도면
고수는 고수끼리 ㅎㅎㅎ
수원다큐멘터리 포토페스티벌 이면
2015년인가 열렸던 그 축제인가요?
그때 SOMA님의 사진 전시하셨던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바다짚시 포스팅인가 그랬지요

저는 며칠전에  그분이 운영하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사진 공부하고 있습니다
늘그막에 웬  공부인지 그래도
난생 처음 가입한 사진동호회라
배울거리가 아주 아주 넘칩니다
하나비님의 친절한 답변도 좋구요
늘 웃는 인상도 참 좋으십니다
언젠가 한국에 가면 인사차 찾아뵐 기회가 있을것 같습니다

SOMA님도 기회가 되면 꼭 뵙고 싶네요
태국이던 한국이던지요
SOMA 2017.05.19 16:20  
아 .. 저야 뭐 고수라 할 수 있나요 ... 하나비님이 사진도 잘찍으시고 그외 또 여러가지 능력이 있으십니다. 수원다큐멘터리포토 페스티발은 매년 있는데 저도 운이 좋아 잠시 얹어갔습니다. 스트로비스트는 주로 촬영 방법과 보정하는 방법등에 많이 초점이 맞춰져있고 특정분야의 사진들을 전문적으로 배우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때문에 참새하루님이 어떤 스타일의 사진을 생각하시는 지에 따라 도움이 크게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그럴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이트룸이나 포토샵에 대한 설명이 좋아서 촬영 외 보정스킬을 익히는데는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참새하루 2017.05.19 17:08  
큰딸애가 작년부터 사진을 공부하게 되어서
라이트룸을 배워야 하는데
제가 도움을 주려고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스트로비스트로 찾아가게 되었고
가입하고 보니 그 운영자님이 하나비님이셨습니다
ㅎㅎㅎ 세상이 참 좁죠
초보인 제게는 어떤 게시판을 봐도
무슨소린지도 모르니 그저 착실하게 한걸음씩 배워보려고 합니다
입이 딱 벌어지는 어마 어마한 사진들이 매일 올라오는데요
아직 SOMA님의 다큐 같은 사진은 아직  못봤습니다
사람 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아직 저는 어떤 스타일이랄것도 없어서요
당분간은 조용하게 공부하려고 합니다
소마님의 사진도 제게는 놀라운 새로운 스타일이고
따라하고 싶은 작품들입니다
SOMA 2017.05.19 21:56  
사진은 여러 장르 여러 스타일이 있으니 천천히 즐기시면서 하시면 좋은결과가 있을것 같습니다.. ^^
사실 저를 넘 과대평가해주셔서 때론 부끄럽기도 합니다.
cafelao 2017.05.19 21:26  
문화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섬세하고 차분하고 예의 바른 소마님과의 짧은 만남이 생각나는군요.
오랫만에 들어와서 한꺼번에 사진도 글도 읽어보네요.
SOMA 2017.05.19 21:54  
^^ 안녕하시죠? 많이 좋게 봐주신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문화차이가 맞아요. 보통 태국사람들은 타인을 많이 배려하는 편이기도 하고 또 간섭받는것도 굉장히 싫어해요. 때문에 남의 집 앞에서 술을마시며 고성방가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것이죠.
또 뵐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구마 2017.05.21 00:15  
저 정말 그게 의문이였어요.
저희도 중소도시 여행하다보면....주택가인데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새벽 한두시까지 음악 틀어대고 거기에다  막 마이크로 노래 부르고 그래서
잠 못이루는 밤이 좀 생기거든요.
저희야 뭐 여행자니까 그런다쳐도 ... 주민들조차도 전혀 항의를 안하는거 같더라구요.
우리나라 주택가에서 그러면 벌써 경찰에 민원들어가거나 , 거 좀 조용히하쇼!! 하는 일갈이 퍼질만도 한데말이에요. ㅠㅠ
SOMA 2017.05.21 00:51  
그렇죠 . .태국인들 평소에 보면 남들에게 폐끼칠까봐 참 조심하고 나긋나긋하게 지내는데 , 소음에서 만큼은 자비가 없더라고요. 소음이 남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듯 합니다.
클래식s 2017.05.21 00:53  
이미 말로해서 들을 사람같으면 새벽에 주택가에서 음악을 틀지 않겠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