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사는 게 무슨 벼슬인가 - 공희준(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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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사는 게 무슨 벼슬인가 - 공희준(서프라이즈)

mandoo 3 700
하나의 유령, 즉 TK정서라는 유령이 팔공산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 조중동과 태영건설, 차떼기당과 강남8학군 등 모든 기득권자들은 이 유령을 불러내기 위하여 수구동맹을 맺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비판의 성역은 없다. 유권자 역시 더 이상 성역과 금기가 아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팽팽할 무렵 호남유권자들 얼마나 욕 많이 먹었는가. 나도 고향이 충청도지만 충청도분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주구장창 자민련 찍어준 결과로 멍청도 취급밖에 더 받았는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정치인의 정치수준을 결정한다. 망국적 지역감정의 두 축은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야비한 정치인과 정치인들로부터 유무형의 떡고물을 기대하는 쓸개빠진 유권자들이다. 물고기가 살지 않는 물은 있을 수 있어도, 물이 없는 물고기는 존재할 수 없다. 물고기는 정치인이고 유권자는 물이다. 정치인이 저지르는 잘못의 8할은 유권자의 과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우리가 표 구걸하는 정치인인가. 왜 치사하고 아니꼽게 특정지역 유권자들에게 맘에도 없는 사탕발림을 늘어놓으며 굴욕적으로 아양을 떨어야 하는가. 우리당이 대구경북에서 국회의원 한두 명 당선시키자고 전국민이 TK유권자들에게 죄진 것도 없이 싹싹 빌어야 한단 말인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않겠다. 나는 무능하고 부패한 한국정치의 개탄스런 현실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대구경북부터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타지역 어르신들이 좁고 질척한 진창길에서 걸어다닐 때 대구경북 노인들은 박정희가 새로 닦아준 시원하고 널찍한 아스팔트 신작로에서 자동차 타고 다녔다. 그 정도 영화와 복락을 누렸으면 충분하다. 대구경북 사는 게 무슨 벼슬인가. 그만 하시라. 과거속에서 허우적대는 TK의 노추(老醜)가 지겹고 노욕이 역겹다.

열린우리당은 TK를 향한 굴종과 아부를 멈추기 바란다. 국회의원 한두 석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자존심이다. 대구경북에 석유라도 매장돼 있는가. 개인의 자폐증은 치료해야 할 불가피한 질병이지만 집단적 자폐증은 자발적 선택이다. 고립을 택했다면 고립되게 놔둬라. 본인들이 자청한 왕따니 내버려둬라. 국민의 자존심과 나라의 위엄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대구경북을 향해 애걸복걸 구애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대구경북 선거 포기해도 좋다. 정동영이 TK 노년층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TK 기성세대들이 억척스럽게 지지했던 박정희 정권은 청년 정동영을 보안사에 잡아다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다. 대구경북은 들어라. 제 자식 귀여우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지역 어르신들이 정동영의 따귀를 올려붙인다면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납득하고 찬성하련다. 단, TK지역 노인들은 그럴 자격이 없다.

민주당에 애정과 미련이 남아 있는 유권자들을 우리는 서슴없이 난닝구라고 매도했었다. YS를 동정하는 PK 주민들에게 손가락을 자르라고 비아냥댔다. 선거 때마다 자민련에 몰표를 던지는 충청도 민심을 핫바지라고 조롱했었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수도권과 강원도와 제주도의 무소신과 무정견에 비난을 퍼부었었다. 반면 TK를 향해서는 시종일관 퍼주기와 달래기 일색이었다. 배고파 빵을 훔친 장발장은 단두대로 보내고 수백 억을 차떼기한 국사범은 차비까지 쥐어주며 훈방조치한 셈이다.

진지하게 질문하겠다. 민주당과 YS와 자민련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서슬 퍼런 30년 군사독재시절에 TK만큼 지역개발의 혜택을 누렸는가. 인사상의 특권을 향유했는가. 작년 가을 고향에 내려가니 도로망이 확충되고 금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여럿 늘었다. 전부 DJ가 만들어준 것이란다. TK의 우상 박정희가 해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기억을 더듬으니 해준 것도 있다. 다수의 충청도 주민들이 고향에서 먹고살기 막막해 무작정 상경하도록 유도한 것. 나 또한 생후 30개월에 부모님 등에 업혀 서울 변두리 꼬방동네로 이사온 덕분에 자랑스런 서울시민이 되었다. 서울시민이 되도록 도와주신 박정희 각하의 재림을 믿습니다. 각하, 어서 부활하셔서 충청권으로 예정된 신행정수도를 TK로 탈취해가소서. 박통천국! 불신지옥!

내가 대구에 가서 사기를 쳤나. 경북에 가서 강도행각을 벌였나. 호남인들처럼 감히 TK패권에 대항해 엉겨붙기를 했었나. 아니면 대구경북에 땅이라도 사두었던가. 분하고 억울해서 입에 침이 마른다. 도대체 왜 내가 대구경북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글쓰기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가.

국민통합이 이렇고 지역화합이 저렇고 하면서 TK에 굴복하라고 강제하지 말라. 적반하장의 미학은 차떼기에게나 던져줘라. 나는 가해자인 주제에 피해자처럼 행동하면서 오만방자하게 위세 부리는 부류들과는 화합도 통합도 하고 싶지 않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을 위해 해준 게 뭔데. 박근혜 아버지 박정희가 금강에 다리라도 세워줬나, 차령산맥 고갯길이라도 넓혀줬나. JP가 박정희 시다바리 노릇한 대가가 젊은이들이 모조리 대처로 떠나 면소재지에서 2년 동안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을 만큼 소외와 차별과 냉대를 당하는 것이었나.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지난여름부터 관심을 껐었다. 정동영 의장이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내심 나와는 무관한 사안으로 여겼다.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기를 바랐을망정 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현장에서 뛸 계획은 추호도 없었다. 전격적으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순전히 대구경북 어르신들 은공이다. 조국의 운명을 또다시 TK 유권자들에게 맡겼다가는 밤중에 국정원으로 끌려가 두들겨 맞을 염려가 있어서다. 대구경북 등쌀에 이제나저제나 행정수도 이전만 고대하고 있을 내 고향 충청도가 아예 씨가 마를까 걱정이 되어서다.

고맙다 대구야, 감사하다 경북아. 어떻게 사람의 염장을 긁어도 이렇게 확실하게 긁어놓을 수 있는지 비책을 알려다오. 고향이 흥하든 망하든 개의치 않던 집 나온 탕아가 갑자기 향토애로 불탈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전수해다오. 금강물에 코를 박는 한이 있더라도 세상이 뭐라 하든 나는 TK에 비굴하게 고개 숙이지 않겠다.

정동영 의장을 문전박대한 대한노인회 회장이 하나회 멤버란다. 하나회가 무엇이었던가.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무수한 어르신들이 자식을 가슴에 묻고 눈물과 한숨으로 긴긴 세월 잠 못 이루도록 만든 TK출신 정치군인들 주축의 천인공노할 살인집단 아닌가.

정동영이 대구에 가서 흘린 눈물의 수십 수백 배를 TK의 젊은 세대는 흘려야할지 모른다. TK야, 남 원망할 것 없다.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기성세대를 둔 자업자득이다. 남의 눈에서 눈물 흐르게 하면 나도 굵은 눈물방울 흘리게 되어있다. 사필귀정이다. 그 한량없는 업보와 하늘에 닿을 원죄를 어찌 속죄하려고 이토록 망발을 부리는 것인가. 동토의 땅에서 태어나 자라날 새싹들의 장래가 참으로 암담할 뿐이로다.

대구가 고향인 친구놈에게 전화라도 걸어서 위로의 뜻을 전해야겠다. 친구야 사랑한다. 그러나 네 고향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구나. 친구야! 지역감정의 사슬을 네 스스로의 힘으로 끊어버리렴. 잃을 것은 비뚤어진 선민의식과 알량한 우월감이고 얻을 것은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자유란다.
3 Comments
박성민 2004.04.12 00:24  
  이 글을 읽으니 또 지역감정 나오는 구만유.
한심함다
끝이없는꿈 2004.04.12 02:18  
  비뚤어진 선민의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딸딸이 치는건 아닌가요?
'나는 저런 비뚤어진 선민의식이 없는 깨어있는 인간이야. 음... 난 정말 훌륭해'
정신차리고 객관적을 스스로를 돌아보시지요..
윤발이 2004.04.12 09:36  
  글쌔요 이런 글을 굳이 이런곳에 올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겟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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