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콕에서 생긴 일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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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4 18:49
오늘 아침에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지금 일주일째 방콕에 머물고 있는데 아침마다 짜오프라야강변에 있는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오늘도 일곱시쯤 공원으로 가서 조깅을 하는데 맞은편에서 카메라를 손에 쥔 서양 할배가 걸어왔다.
그 할배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옆으로 살짝 비켜서는데 그 할배 주머니에서 꽃잎같은 종이 몇장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순간 내 오른쪽 눈동자는 그 종이가 무엇인지 식별하기 위해서 동공을 최대한 확대했고, 왼쪽 눈동자는 그 할배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잽싸게 움직였다.
(나는 왜 이런 상황에서만 초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그 종이는 돈이었다. 1000밧짜리 두어장은 되어보였다.
1000밧은 33000원쯤 되는 액수이지만 태국 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10만원의 위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2000밧이면 나같은 거지여행자에게는 하루 숙소와 세끼 식사와 마사지와 맥주 몇병까지 해결되는 큰 금액이다.
할배는 이국땅의 신기한 피사체를 좇느라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흘러내린 걸 눈치채지 못했고, 주변 벤치에 있는 노숙자 두엇은 꾸벅꾸벅 조는 중이었다.
오롯이 나혼자만 돈들의 탈출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 속에서는 1번 마음과 2번 마음이 갈등하기 시작했다.
'뭐해? 얼른 할배에게 알려줘야지!'
1번 마음은 이렇게 속삭였지만 2번 마음은 달랐다.
'서양 할배가 저 돈 없다고 죽기야 하겠어? 행운은 일단 움켜쥐고 보는 거야!'
내 몸은 어느새 그 돈을 줍기 위해 반쯤 수그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입에서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헤이, 미스터!"
그 할배가 뒤를 돌아봤고 동시에 벤치에서 졸고 있던 두어명의 노숙자는 화들짝 놀라며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몸을 반쯤 수그린 자세로 땅바닥에 떨어진 돈을 가리키며 "유 어 머니!"라고 외쳤다.
그러자 할배는 성큼 다가와 돈을 주으며 연신 "땡큐~"를 남발했다.
할배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깅으로 가빠진 숨을 고르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잠시나마 본능을 이기고 양심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 나의 이성이 기특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며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편한대로 사는 데 왜 나만 원칙에 얽매여서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때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본능에 충실하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개돼지와 다른 것은 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뱀의 언어로 온갖 유혹이 난무해도 결국은 1번이 2번을 이기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준 오늘 아침의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닥쳐왔다.
사전투표는 벌써 시작되어서 여기저기서 인증샷을 보내온다.
다들 이성의 힘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같아서 반갑다^----^
나는 지금 일주일째 방콕에 머물고 있는데 아침마다 짜오프라야강변에 있는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오늘도 일곱시쯤 공원으로 가서 조깅을 하는데 맞은편에서 카메라를 손에 쥔 서양 할배가 걸어왔다.
그 할배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옆으로 살짝 비켜서는데 그 할배 주머니에서 꽃잎같은 종이 몇장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순간 내 오른쪽 눈동자는 그 종이가 무엇인지 식별하기 위해서 동공을 최대한 확대했고, 왼쪽 눈동자는 그 할배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잽싸게 움직였다.
(나는 왜 이런 상황에서만 초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그 종이는 돈이었다. 1000밧짜리 두어장은 되어보였다.
1000밧은 33000원쯤 되는 액수이지만 태국 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10만원의 위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2000밧이면 나같은 거지여행자에게는 하루 숙소와 세끼 식사와 마사지와 맥주 몇병까지 해결되는 큰 금액이다.
할배는 이국땅의 신기한 피사체를 좇느라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흘러내린 걸 눈치채지 못했고, 주변 벤치에 있는 노숙자 두엇은 꾸벅꾸벅 조는 중이었다.
오롯이 나혼자만 돈들의 탈출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 속에서는 1번 마음과 2번 마음이 갈등하기 시작했다.
'뭐해? 얼른 할배에게 알려줘야지!'
1번 마음은 이렇게 속삭였지만 2번 마음은 달랐다.
'서양 할배가 저 돈 없다고 죽기야 하겠어? 행운은 일단 움켜쥐고 보는 거야!'
내 몸은 어느새 그 돈을 줍기 위해 반쯤 수그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입에서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헤이, 미스터!"
그 할배가 뒤를 돌아봤고 동시에 벤치에서 졸고 있던 두어명의 노숙자는 화들짝 놀라며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몸을 반쯤 수그린 자세로 땅바닥에 떨어진 돈을 가리키며 "유 어 머니!"라고 외쳤다.
그러자 할배는 성큼 다가와 돈을 주으며 연신 "땡큐~"를 남발했다.
할배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깅으로 가빠진 숨을 고르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잠시나마 본능을 이기고 양심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 나의 이성이 기특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며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편한대로 사는 데 왜 나만 원칙에 얽매여서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때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본능에 충실하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개돼지와 다른 것은 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뱀의 언어로 온갖 유혹이 난무해도 결국은 1번이 2번을 이기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준 오늘 아침의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닥쳐왔다.
사전투표는 벌써 시작되어서 여기저기서 인증샷을 보내온다.
다들 이성의 힘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같아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