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강제로 인천공항에서 노숙한 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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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강제로 인천공항에서 노숙한 썰ㅠㅠ

필리핀 52 1753

때는 20172월 마지막 주의 어느 날...

2개월에 한번은 외국바람을 쏘여줘야 숨통이 터지는 고약한 체질을 타고난 모 씨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에 눈곱을 떼자마자 땡처리항공권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둥~

씨엡립 35일 항공권 199,000이라는 문구가 보이는 게 아닌가!

 

6년 전에 가보고 못 가본 씨엡립, 그래서 함 가보고 싶었던 씨엡립,

게다가 20만원도 채 안 되는 놀라운 요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우샤인 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여러 번의 클릭질 끝에

모 씨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항공권 구입을 마쳤다.

느긋한 마음으로 항공 스케쥴을 바라보던 모 씨는

잠시 난감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뱅기 출발시간이 오전 7시였던 것이다.

 

모 씨의 오랜 해외여행 경험에 의하면

국제선의 경우, 뱅기 출발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1시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뱅기 날개라도 붙잡고 떠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인천공항 가는 공항철도와 리무진버스의 첫 차는 오전 5시이다.

그 차를 타고 가면 오전 6...

청와대 빽이 아니고는 도저히 뱅기를 탈 수가 없는 시각인 것이다.

그렇다고 거금을 주고 택시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수가 없을까?’ 한동안 잔머리를 굴리던 모 씨는

여러 번의 클릭질 끝에 귀한 정보를 발견했다.

인천공항에 24시간 사우나가 있다는 것이다! 단돈 2만원!!

 

올레~ 바로 이거다!

서울에서 술 한잔 하고 공항철도 타고 느지막이 인천공항에 도착

사우나에서 한숨 자고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뱅기를 타면?

그 얼마나 기분이 상쾌하고 개운하겠는가! 크하하하!!!


너무나 만족한 모 씨는

내친 김에 또다시 여러 번의 클릭질을 한 끝에

수영장이 2개나 있는 호텔 예약까지 마쳤다.

여느 때처럼 일주일 이상의 여행이었으면 엄두도 못 낼 사치였지만

딸랑 3박의 짧은 여행이므로 간만에 호사를 누리기로 한 것이었다.

 

며칠 후... 홍대에서 지인들과 얼큰하게 한잔한 모 씨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눈누난나~ 간만의 여행인지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뚜둥~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사우나를 찾아간 모 씨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보고 기절할 뻔 했다!

 

<금일 입장객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아뿔싸! 모 씨처럼 새벽 뱅기를 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도 모 씨처럼 전날 도착해서 사우나에서 한숨 자고 출발하려는 것이었던 것이다.

 

누가 빨대를 꽂아서 다 빨아먹어버린 것처럼 모 씨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동안 멍하니 사우나 앞에 서있던 모 씨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뾰쪽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공항에서 밤을 새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 씨는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한국은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씨엠립은 열대 지방이다.

때문에 잠깐 고생할 생각으로 짐도 줄일 겸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던 모 씨에게

공항에서 밤을 샌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화장실로 가서 옷을 있는 대로 다 꺼내서 껴입었다.

그래봤자 반팔에 반바지여서 몸만 둔해졌지 별로 따뜻하지가 않았다. ㅠㅠ

 

몸도 뎁힐 겸 빠른 걸음으로 공항 구석구석을 쏘다니던 모 씨는

그나마 따뜻해 보이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이미 몇몇 여행자들이 누에고치처럼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그들처럼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모 씨는

방콕 카오산 노점에서 150밧에 산 싸롱을 꺼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드러누워 억지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불안한 생각 때문에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나이에 노숙이라니...

이러다가 내일 아침에 입 돌아가서 여행도 못 가고

병원으로 실려 가는 거 아냐?’

52 Comments
참새하루 2017.04.04 00:47  
필리핀님의 썰력은 과연 명불허전
재미나게 읽고 빵터졌습니다

이번 귀국길에 어디 좀 찾다가 출국장 이층으로 올라갔는데
샤워시설이 있는곳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출국장 바로 윗층)
와 이런곳도 있네 하면서 지나쳤는데
뒤따라오던 와이프 말로는 무료라고 문에  써있다고 했는데
정말 무료샤워시설일지
그리고 필리핀님이 말씀하신 사우나가 
그 사우나장이었지 모르겠습니다

출국장 이층에 보면 베드소파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던데요
세계 공항을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수면을 취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베드소파까지 갖추어 놓은것을 보면 
인천공항의 여행객 서비스 배려심을
보는듯합니다

캄보디아 럭셔리 여행은 어떠셨나요
원하던 액티비티도 푹 즐기셨는지요
여행 고수 필리핀님이 질문게시판에
질문하신것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 쇼크였답니다 ^^
필리핀 2017.04.04 11:01  
주말에 어디 다녀오셨나봐요?
오늘은 태사랑 밀린 댓글 다는 날?? ㅎㅎ

다음에 한국 오시면 전주도 함 들리세요.
맛난 한우 대접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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