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 동반 여행 시 가이드(?)의 숙명
하... 6월 초 예정된 시부모님 환갑 기념 푸켓 가족여행을 계획하다보니 갑자기 푸념이 하고파 들릅니다.
태사랑의 도움으로 오라오라병에 감염된지 어언 십오년 세월이 넘어가네요. 여러 태사랑 고수분들의 공력에는 비교도 안되지만 그간 꾸준히 시간될 때마다 태국을 드나든게 역시 십여차례를 넘어가다보니 친정같고 고향같고 그런 느낌입니다.
문제는 초창기 나홀로 배낭족일 땐 '내가 돈이 없지 시간/가오가 없냐'를 모토로 맘 편히 잘만 다녔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가족이나 친지와의 여행이 많아지면서 어쩐지 갈 때 마다 당연한 듯 제가 일정은 물론 모든 것을 책임지는 전담가이드가 되네요. 신혼여행 때부터...
물론 여행은 계획하는게 가장 즐겁고, 저도 매우 즐깁니다만, 문제는 같이 가는 양반들이 노고를 알아주기는 커녕 삐딱하게 나올 때는 정말 '내가 이러려고 가이드(?) 했나'하는 자괴감에 다시는 누구랑 같이 오지 않으리라 맹세하지만... 패키지 여행은 또 싫기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가족/친지 여행에는 또 다시 제가 가이드 노릇을 하고 있네요. ㅎㅎㅎ
계획할 때 물어보면 '맘대로 해',' 되는대로 해', '난 다 좋아'라고 해놓고는 정작 가서는 이래서 불만, 저래서 투덜, 이런 사람들 정말 %^^&&*%$# 해버리고 싶다죠~
친구랑도 그래서 사이 틀어질 뻔 했는데, 내가 대체 무려 시부모님을 모시고 왜 이 여행을 가자고 했는지, 갑자기 ㅎㄷㄷ한 마음이 드네요. 사실... 우리 시부모님도 좀 이런 스탈이셔서... T.T 벌써 몇번 여쭤보았지만 대답이 한결 같이 '너 맘대로 해', 투어/마사지는 뭐 하고 싶으시냐 해도 '그때가서 정해' (미리 정해야 동선도 짜고 프로모션 받아 저렴하게 하죱!!!!).... 이래도 시큰둥, 저래도 시큰둥이시네요. 뭐... 특별히 저랑 사이 나쁘거나 한 건 아니고, 원래 남편을 비롯, 시가가 좀 시큰둥한 스탈이에요... T.T 신부가 다 계획짜서 신랑은 따라오기만 한 신혼여행에서도 남편이 시큰둥하게 굴어서 지금까지도 부부싸움 단골 레파토린데, 시부모님까지 삼단 콤보면 정신적 타격이 얼마나 심할지 제가 그 생각은 못하고 이 여행을 기획하다니 정말 미쳤었나 봅니다....
뭐... 태사랑에 난데없는 고부갈등 하소연은 아니구요... 저희 집 고부관계는 평균 이상은 간다고 보는데... 제딴에는 뚱한 아들 덕(?)에 가족여행이라곤 아들 초등때 빼고 못가보신 시부모님께 즐거운 경험, 좋은 경험 누리게 해드리고 싶어 추진하는 여행인데, 왠지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자꾸 쎄한 느낌이 들어 이러네요.
이런 제 마음도 모르고, '환갑 가족여행 부모님 모시고 간다니까 주변에서 부모님만 따로 보내드리는 거지 뭐하러 같이 가냐고 나보고 미쳤냐는데?' 이런 소리나 하면서 복장을 복복 긁는 남편씨 때문에 더욱 심란한 하룹니다.
에라~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거,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이번에도 내상을 입고 끝나게 되면 정말 앞으론 절대 동반 안하려구요~ ㅎㅎ
무상 가이드 노릇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