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 동반 여행 시 가이드(?)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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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지 동반 여행 시 가이드(?)의 숙명

즐거워라~ 23 848

하... 6월 초 예정된 시부모님 환갑 기념 푸켓 가족여행을 계획하다보니 갑자기 푸념이 하고파 들릅니다.

 

태사랑의 도움으로 오라오라병에 감염된지 어언 십오년 세월이 넘어가네요. 여러 태사랑 고수분들의 공력에는 비교도 안되지만 그간 꾸준히 시간될 때마다 태국을 드나든게 역시 십여차례를 넘어가다보니 친정같고 고향같고 그런 느낌입니다.

 

문제는 초창기 나홀로 배낭족일 땐 '내가 돈이 없지 시간/가오가 없냐'를 모토로 맘 편히 잘만 다녔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가족이나 친지와의 여행이 많아지면서 어쩐지 갈 때 마다 당연한 듯 제가 일정은 물론 모든 것을 책임지는 전담가이드가 되네요. 신혼여행 때부터...

 

물론 여행은 계획하는게 가장 즐겁고, 저도 매우 즐깁니다만, 문제는 같이 가는 양반들이 노고를 알아주기는 커녕 삐딱하게 나올 때는 정말 '내가 이러려고 가이드(?) 했나'하는 자괴감에 다시는 누구랑 같이 오지 않으리라 맹세하지만... 패키지 여행은 또 싫기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가족/친지 여행에는 또 다시 제가 가이드 노릇을 하고 있네요. ㅎㅎㅎ

 

계획할 때 물어보면 '맘대로 해',' 되는대로 해', '난 다 좋아'라고 해놓고는 정작 가서는 이래서 불만, 저래서 투덜, 이런 사람들 정말 %^^&&*%$# 해버리고 싶다죠~

 

친구랑도 그래서 사이 틀어질 뻔 했는데, 내가 대체 무려 시부모님을 모시고 왜 이 여행을 가자고 했는지, 갑자기 ㅎㄷㄷ한 마음이 드네요. 사실... 우리 시부모님도 좀 이런 스탈이셔서... T.T 벌써 몇번 여쭤보았지만 대답이 한결 같이 '너 맘대로 해', 투어/마사지는 뭐 하고 싶으시냐 해도 '그때가서 정해' (미리 정해야 동선도 짜고 프로모션 받아 저렴하게 하죱!!!!).... 이래도 시큰둥, 저래도 시큰둥이시네요. 뭐... 특별히 저랑 사이 나쁘거나 한 건 아니고, 원래 남편을 비롯, 시가가 좀 시큰둥한 스탈이에요... T.T 신부가 다 계획짜서 신랑은 따라오기만 한 신혼여행에서도 남편이 시큰둥하게 굴어서 지금까지도 부부싸움 단골 레파토린데, 시부모님까지 삼단 콤보면 정신적 타격이 얼마나 심할지 제가 그 생각은 못하고 이 여행을 기획하다니 정말 미쳤었나 봅니다....

 

뭐... 태사랑에 난데없는 고부갈등 하소연은 아니구요... 저희 집 고부관계는 평균 이상은 간다고 보는데... 제딴에는 뚱한 아들 덕(?)에 가족여행이라곤 아들 초등때 빼고 못가보신 시부모님께 즐거운 경험, 좋은 경험 누리게 해드리고 싶어 추진하는 여행인데, 왠지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자꾸 쎄한 느낌이 들어 이러네요.   

 

이런 제 마음도 모르고, '환갑 가족여행 부모님 모시고 간다니까 주변에서 부모님만 따로 보내드리는 거지 뭐하러 같이 가냐고 나보고 미쳤냐는데?' 이런 소리나 하면서 복장을 복복 긁는 남편씨 때문에 더욱 심란한 하룹니다.

 

에라~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거,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이번에도 내상을 입고 끝나게 되면 정말 앞으론 절대 동반 안하려구요~ ㅎㅎ

 

무상 가이드 노릇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  

 

 

23 Comments
모서뤼 2017.02.05 17:52  
일행들과의 불화(?)는 여행을 망치는 세가지 이유중 하나죠. ㅎㅎ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즐거워라~ 2017.02.06 16:03  
T.T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하아... 미쳤었나봐요...
앙큼오시 2017.02.05 18:40  
네 동반이 이래서 무서운겁니다.ㅌㅌㅌㅌ
즐거워라~ 2017.02.06 16:18  
ㅎㄷㄷㄷㄷㄷ T.T
빅야드 2017.02.05 19:50  
음~~ 동반 여행 ,,말리고 싶네요. 피할 수 있음 피하시길..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고 할 밖에..
즐거워라~ 2017.02.06 16:19  
여행을 피할 순 없지만... 일정을 희한하게 짜서 최대한 피해다녀 볼까요? 부모님만 비싼 투어 보내드린다든지, 매일 4시간짜리 마사지를 보내드린다든지 ㅋㅋㅋ
리쓱 2017.02.05 20:13  
맞아요 제 친구도 처음에 뭐 별거 잇냐고 툴툴거리더니 ㅋㅋㅋ 태국에 빠졌지만...
날씨가 더우니 의견충돌이 좀 많드라구요 그럴때마다 저는 걍 아무말도 안하고 쌩깠습니다 ㅋㅋㅋ
아쉬운사람이 숙이고 들어와야 하는법이라...!
즐거워라~ 2017.02.06 16:20  
저도 쌩... 깔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공력이 거기까진!!
타미엄마 2017.02.06 00:14  
어이쿠.. 말리기에는 너무 늦었고.. 어쩌다가 시댁 식구들과 여행을 결정 하셨는지 유감입니다. ㅠㅠ
더운 날씨탓에 친정 식구들과 가도 티격태격 하는 곳인데 .. 그래도 즐거워라 님은 시부모님과의 여행도 계획하시고 정말 요즘에 보기 힘든 훌륭한 며느님이십니다.
힘드셔도 아무쪼록 재밌는 여행 하시길 바랄께요. 뚜웅 하니 시쿤등 거려도 그려러니.. 하고 신경쓰지 말고 즐기세요..
즐거워라~ 2017.02.06 16:09  
훌륭한 며느리라 하시면 저희 시댁에서 인정 안하실 거고요 ㅎㅎㅎ 가까운데 살면서 직장생활 한다고 자주 뵙거나 연락드리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저야 며느리지만 남편과 아이는 시부모님 핏줄인데 가족여행 한번쯤은 해야되는 것 같아서 어차피 환갑 챙겨드리는 거 가족여행하자고 한거였어요. 후유... 대놓고 야단만 안하시면 평타라 생각해야지요 ㅎㅎ 위로 감사합니다~
디나디나 2017.02.06 12:43  
마음 편하게 드시고 잘 다녀오세요ㅠㅠ  가이드랑가도 친부모님 모시고 더운데 가면 참 아랫사람 노릇하느라 여행이 아닌 곤욕을 치르고 오는데.. 시부모님이라니 넘 힘드실거에요. 당연히 싫은소리 들을거다 생각하시고 불평 불만을 그냥 여행의 추임새 혹은 노래로 여기심이 어떨까 싶어요. 정말 좋은 며느님이시네요 ^^  여행에 행운만 가득하시고 좋은일들만 가득하시고 날씨도 잘 도와주길 기도할게요^^
즐거워라~ 2017.02.06 16:17  
그러고보니 친엄마 모시고 가도 티격태격이었네요 ^^;; 결코 좋은 며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불효자(?)라 전혀 챙기질 않으니 반대급부로 제가 뭐라도 챙겨드리게 되네요. ^^;; 미리 미리 각오를 하고 가면 스트레스도 덜할까 싶어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타이거지 2017.02.06 16:25  
하하하!!!
무려..시부모님을..모시고..잠시 미치신것 맞네요^^.
가슴을 내려치는 내상과 후폭풍~.
태국가서 가족동반..구성원을 보면..주로..딸과 사위..
그래도 많이 칭찬해 드리고 싶습니다..어르신들께서도 불만 토로하실 수 있으나..
기특 대견한 며느리임을 알고 계실꺼예요..
왜냐?...시대가...시대가...
이미 결정하신거라면..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 참..예쁜 며느리네!
즐거워라~ 2017.02.06 18:48  
허억~~~!! 가슴을 내려치는 내상과 후폭풍... T.T 그 정도...일까요...
원래 주제는 시부모님이 아니라 동반가이드(?)의 비애였는데 다들 착한 며느리라 하시니 왠지 부끄럽네요. ^^;; 다녀와서 괜히 서로 눈 안 마주치는 사이(?)만 안되면 좋겠어요~~~ ㅎㅎ
LRight 2017.02.06 18:31  
저도 남자지만 이럴 땐 아내의 노력과 고충을 좀 알아주시면 좋을텐데... 친구랑 가도 언성높이는 게 여행인데... 시부모님이라 어휴... 대단하십니다. 일단 마사지류의 건강과 관련된 일정은 그냥 잡아버리세요. 그리고 건강을 무기로 반강제로 모신 후에 조용히 주무시게 하고 개인 시간을 가져보세요~
즐거워라~ 2017.02.06 18:51  
감사합니다.... T.T 제 남편 친구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쿨럭... 사실 제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제 남편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뭐...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 ^^;;

안그래도 4시간 코스 마사지 프로모션 1+1하는데 있던데 확 예약해버려야겠어요~ 비싸니까 부모님만 가시는 걸로 ㅎㅎㅎㅎ
고구마 2017.02.07 07:01  
오...즐거워라님이 큰 이벤트 결심하셨네요.
올해가 환갑기념여행이라니 시부모님들이 아직 젊으시군요.
맘데로 하셔...해놓고 나중에 꿍얼거리는거 ,  제가 요왕한테 잘하는 짓인데 이거 정말 고쳐야되는 나쁜 버릇인거 알면서도 잘 안되요. ㅠㅠ
급반성하고 갑니다요.
즐거워라~ 2017.02.07 22:29  
고구마님이 댓글을 달아주시다닛!!  저도 사실 남편한테는 그런 일이 종종... ㅎㅎ ^^;; 
어쩌다보니 저는 그닥 젊지 않은데 시부모님은 젊으시네요 ^^;;; 큰 이벤트라고 결심한 건 아니고 그냥 '환갑이라면 당근 가족여행이지'하고 말 꺼낸 건데 어쩐지 생각할수록 큰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태사랑 믿고 저지른 김에 끝까지 가보렵니다 ㅎㅎ
슬리핑독 2017.02.08 10:17  
완전 공감합니다.
친구들 가이드를 자청했다가
일정내내 노심초사하고 친구들 눈치살펴야했고
항상 아쉬움이 남던 귀국길 공항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경험이 있어서.
태국음식을 잘 못먹어서 끼니때마다 신경쓰였던 친구, 너무 더워서 운동은 커녕 꼼짝하기 싫다는 친구,
마사지가 받기싫다는 친구, 목소리가 커서 조용한 태국식당이나 술집에서 주위 눈치를 보게한 친구, 진행방향의 좌우가 다른 걸 깜빡하고 작은 골목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 날 뻔한 친구, 길이 너무 막혀서 식당에 8시 넘어 도착하는 바람에 배고픈 친구들과 운전기사 눈치를 봐야했던 일, 잠깐 구경하러 간 소이카우보이에서 마냥 저렴할 거라고 착각한 친구때문에 팁하고 음료수값으로만 7천밧을 쓰고 황당했던 일 등등...
하지만 카오산에서 20대로 돌아간거처럼 좋아하고, 시원한 수박주스 한잔에 감탄하고, 길가 발마사지의 가성비에 놀라고, 귀청소받고 나처럼 반해버린 친구들이
내년에 다시 오고 싶다던 말에 흐뭇하기도 했어요.
좋은 추억임에는 분명한데 우리같은 아마추어 가이드한테는 쉬운 일은 아니죠...
즐거워라~ 2017.02.09 10:10  
^^ 맞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짜증나고 눈치보더라도 한두가지에 흐뭇하고 돌아와서 '아, 다시 가고 싶은 곳이야'라는 말 한마디면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을텐데요. 사실 그 한마디면 다 되는 건데, 그게 참 늘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이 좋은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그 마음 한가지인 것 같아요. ^^
부산총각 2017.02.08 17:50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ㅎㅎㅎ 잘해야 본전인 상황으로 보입니다만 ^^;;; 본전이라도 찾으시길 ㅠㅠ
즐거워라~ 2017.02.09 10:11  
T.T 감사합니다... 본전... 찾아야할텐데요... ㅎㅎ
에이미에이미 2017.02.10 23:28  
와아~ 그래도 시부모님 환갑을 챙겨주시네요. 요즈음 가족끼리 밥 먹는 정도인데요. 멋진 며느리 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