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들
배낭여행의 허브로 방콕을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고 맛사지도 있어서 여행에 필요한 몸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니까요. 그래서 방콕 방문횟수도 꽤 되는 편입니다.
어제도 에어아시아 편으로 돈 무앙공항에 오후 4시쯤 도착했습니다. 전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돈무앙 공항에서 카오산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생겼다길래 찾아봤는데, 버스는 찾아냈지만 주위에 사람도 없고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더군요.
그래서 걍 A2 버스 탔습니다. A2는 전에도 한번 타본 적이 있지만 어디에 내려서 무엇을 갈아타야하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겁니다. 스마트폰은 비행기 안에서 게임에 열중하느라 방전된 상태였구요 ㅋ 어쨌거나 하이웨이 빠져나가서 시내로 나가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첫번째 지상철 역에 도착했는데 내릴까 말까 하다가 안 내렸습니다.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은 탓에 조금이라도 거리를 줄여보자는 심산이었죠.
그때 차장 아주머니(나이가 많은 분이었습니다)가 다가와서 태국말로 뭐라고 묻더군요. 눈치를 보아하니 어디로 가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심코 '카오산'이라고 대답해버렸습니다. 원래 그렇게 대답하면 안되는 거였지요. 버스 노선과 관계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 아주머니,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를 합니다. 그리고는 종이에 볼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적습니다.
잠시 뒤, 두 번째 만나는 지상철역에서 그 종이를 내게 건네 줍니다. 그 종이에는 59-3-524 라는 숫자와 알 수 없는 태국어 문장 한마디가 적혀있었습니다.
아주머니 연신 뭐라고 말합니다. 눈치를 보니 여기 내려서 이 번호의 버스로 갈아타라는 것 같았습니다. 태국어 문장은 카오산을 의미하는 것 같았구요. 갈아탄 버스의 차장에게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감동먹었습니다. ㅠㅠ 단지 카오산이라고 딱 한마디 얘기했을 뿐인데 이런 배려를 받게 되다니요.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바꿔서 524번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이 버스의 차장도 머리가 허연 아주머니였습니다. 요금을 받으러 올때 역시 딱 한마디만 했죠. 카오산.
한참을 가다보니 낯익은 풍경들이 보이길래 거의 다 왔구나, 배고픈데 내리면 뭘 먹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서툰 영어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겁니다. 그것도 같은 내용을 두 번 세번.
내용인즉 다음 정류장에 내려서 이쪽 방향으로 두 블럭을 걸어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감동먹었습니다. ㅠㅠㅠ
버스에서 내리니 코 앞에 단골 숙소가 보입니다. 들어가자 낯익은 스탭들이 함빡 웃으며 맞아줍니다.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합니다.
이번 여행, 어쩐지 시작부터 감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