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23시 20분경 호치민 공항 20번 게이트 앞의 풍경
어제는 드디어 7개월의 순회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봐서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 막힘 없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화들에 약간은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습니다.
게이트에서 대기하는 외국인들은 아마도 대체로 귀국하는 중인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출국하는 거라 마음이 많이 들떴겠죠. 걔중엔 생일 맞은 사람이 있는지 노래도 불러주고 웃고 떠들고 좀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제 귀를 의심하게 되었는데 어떤 젊은 남성이 (애기 아빠) 떠드는 무리를 보고 욕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졸*, 씨*....뭐 이런 욕들에다 소름끼치게 눈 흰자위를 히번덕 거리면서 조용히 하라고....(계속 한국말로...) 분위기는 갑자기 험악해지긴 했어도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는 않더라구요..완전 무시하는 분위기..그렇다고 보란듯이 더 떠든것도 아니고 그 젊은 남자는 무려 "셧 더 마우스" 란 영어로 상황을 마무리 했고요. 그 와중에 가슴이 콩닥거리고 경찰을 누군가 부르기만을 바란건 저 혼자였을까요, 아님 그가 이야기하는 걸 알아듣는 한국사람들은 다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공항에서 사람들이 내는 소음이라는게 공항의 방송소리 등등과 섞여 버려 거의 백색소음 정도로 들리던데 그 사람은 왜 그리 무례하고 공격적이었는지...건너편에 베트남인(?) 부인과 아이도 있던거 같던데 현지인들이 이 한국인 신랑에게 좀 섭섭하게 한것이 있었던 걸까요?
그러다는 저는 그사람은 아픈 사람인 걸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행동으론 볼수 없었으니까요....뭐 자기 나라에서야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쳐도 법과 질서가 우선시되고 다수의 경찰과 군인이 배치되어 있는 공항에서, 그것도 남의 나라 공항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이 맨 정신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갑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 우울해졌습니다. 입버릇 처럼 "국적은 내가 선택한것이 아니다. 한국인이라서 부끄럽지도 자랑스럽지도 않다."라고 떠들고 다니긴 합니다만 어제는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게 쪽팔림이었는지 뭐였는지 모르겠네요.
사족.목격 상황 전후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