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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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Robbine 13 544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슬쩍 꼬리를 내리고 있네요.
다들 잘 지내셨지요?
저도 잘 지냈답니다.
바쁘게, 힘들게, 행복하게, 게으르게, 그래도 다시 재미나게.

지난 여름 휴가땐 아일랜드를 다녀왔어요.
굉장히 멋진 풍경을 많이 보고 와서
또 여행기 써야지 했는데
주말에 엄마아빠 보러 가고, 친구들 만나고 하다 보니
아직도 여독이 안풀린듯 손가락 끝에 힘이 안들어가네요.

아일랜드는 한국에선 많은 사람이 가는 여행지는 아니어서
준비때 힘이 좀 들었는데요,
회사 일이 정신없어서 준비도 못하고 그냥 갔는데
(아마존에서 산 여행책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들고 갔다가 들고 왔지요.)
그냥 가도 좋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것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자연이었고,
영어도 잘 못하고 버벅거리는, 혼자 다니는 동양 여자에게도 인종차별이 뭐야? 먹는거야? 하는 듯
오래 알고지낸 사이처럼 친절하게 대해준 아일랜드 국민들이었어요.

관광객 등쳐먹고 하루 일당 벌어보자 싶은 어떤 관광지와는 다르게
에일리언임이 외모로 바로 드러나도
현지인과 대접이 전혀 다르지 않은 그 모습에 아주 큰 감동을 받았어요.

사실 물고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피쉬 앤 칩스가 그리 기대되지도 않았고,
감자도 그다지 막 좋아하지 않아서
사실 자연 말고는 그냥 그렇겠구나 싶어서
비행기에서 내릴때 까지도 크게 흥이 나진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친절해서 다시 가고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다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었지만
다들 따뜻하고 친절해서
(이 단어 이렇게 쓰는거 싫어하지만)
힐링되는 기분이었어요.

여행기는.. 음.. 가계부를 보면 생각나겠죠?

추석땐 또 거북이 보러 갈거라.. 쓰기 힘들것 같네요.

굿나잇
13 Comments
sarnia 2016.09.06 04:22  
오랜만이예요.
아일랜드 한 나라만 다녀오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유럽여행 이야기 들려주세요. 

사람의 본성에 오랜 부족주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나 racism (인종편견) 은 한 편으론 자연스런 현상인 것 같아요.
문명국이냐 아니냐의 차이를 예전에는 차별이 제도화되어 있느냐 여부를 놓고 판단했는데,,  요새 그런 나라는 거의 없으니까 다른 기준을 적용하죠.
즉 인종편견이 personal level 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많으냐 적으냐 하는건데, 아일랜드에서 좋은 인상을 받으셨다니 역시 그 나라 사람들의 민도는 높은 것 같습니다. 

유럽보다 훨씬 많이 뒤섞여 사는 북미에서도 personal level 에서 발생하는 ‘진짜’ 인종갈등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나 어디어디서 인종차별 당했어,, 하고  컴플레인하는 경우 사실 거의 대부분이 인종편견이 아니라 언어장벽과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요.  26 년 간 다인종 나라에서 살다보니 이런 깨달음도 얻게되어요. 

문제는 어떤 사람이 인종편견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인종이나 다른 외적 요인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공평하고 문명적인가 (따뜻하고 친절한가) 하는 건데,,
사실 이 따뜻하고 친절한 매너는 오랫동안 칼싸움을 많이 해 온 나라들 (일본과 서구) 에서 더 잘 발달한 것 같습니다.  서로 조심조심해야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죠 ㅎ 
조심조심......
Robbine 2016.09.18 21:31  
아일랜드 한 나라만 다녀왔어요~
8박 10일, 골웨이 4박, 더블린 4박 했지요.
골웨이에선 여러모로 좋았는데, 더블린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투어 하루 반나절 한 것을 빼면 그냥 여기저기서 먹고 논 것 밖에 없네요. 도보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시였는데 그닥 가고싶은 마음이 안들어서 템플바 주위에서 기네스랑 아이리시 커피 마시면서 놀았어요.

인종차별이라기 보단 언어차별에 가까운 경험이 한 번 있었는데, 맥도날드에서 였어요.
밀크쉐이크 마시러 들어갔었는데, 오전 10시 정도여서 식사 손님도 없었고 테이블도 많이 비어있었고 그랬었거든요.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는데 무슨 맛 줄까? 하는 말을 순간 못알아듣고 밀크쉐이크라고 다시 말했더니 짜증을 내더군요. 굉장히 성의없이 빠르게 뱉어내는 부정확한 발음을 한 번에 척척 알아듣고 대답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기분이 좀 안좋았는데, 다른 곳에서는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주로 자신의 상황이 좋지 못하고 지불하는 돈의 액수가 낮은 상황에서 잘 발생하는 듯 했어요. 다른 나라 다녀오신 분도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정확하게는 인종차별은 아니지만, 영어권 나라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구분이 가능하니 넓은 의미의 인종차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촌부 2016.09.06 10:15  
작년에 일 때문에 더블린을 다녀왔는데... 말씀 하신 것처럼 친절한 분들이 많더군요... 문학 창의도시답게 자국의 문학가를 자랑스러워하고 긍지를 갖고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짧은 일정 탓에 아일랜드의 자연은 느껴보지 못하고 다음 체류지인 에든버러에서 하이랜드 투어로 아쉬움을 달랬지만...  기회만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로빈님의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Robbine 2016.09.18 21:34  
저는 사실 문학소녀는 아니어서, 제임스 조이스도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 이름만 들은게 전부였어요.
저에겐 문학보다는 음악이 좀 더 와닿더라고요. 즉각적이니까 ㅋ
골웨이 번화가에서 곳곳에 벌어진 거리공연도 좋았고요,
템플바에서 들은 라이브 연주도 좋았어요.
그리고 골웨이와 그 근방의 자연은 와우! 넘나 아름다운것.
더블린은 몰라도 골웨이는 다시 한 번 가고싶은 곳이에요.
숲샘 2016.09.06 10:58  
아이랜드에 다녀오셨군요.. 부럽네요.
예전에 저두 가볼 기회가 있었건만,, 차마 용기가 안나서 그만 패스했어요.
아일랜드나 핀란드,노르웨이 등의 북쪽 나라사람들은  참 순수하고 친절해보여요.
잘 다녀오셨으니,, 이제는 여러사람들을 위하여 재밋는 후기 기대할게요
Robbine 2016.09.18 21:35  
숲샘님께서 패스하시다니요! 말도 안됩니다. 저도 갔다 왔는데 말이죠~
여행초급자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 시간만 되신다면 꼭 가보세요.
듄 앵거스  포인트의 커피집에서 파는 케잌류는 강추드리니 꼭 드시기 바래요.
숲샘 2016.09.19 11:12  
제가 용기나지않았다는건 대부분이 여행이 아닌 출장이어서, 시간이 별루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하여 출장의 일정을 조정하여 여행하고픈 생각도 많았지만, 그런건 제 마음이 허락치를 않아 용기가 나지 않았던겁니다.
여행은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해야 많은것을 느낄것 같아서요.
암튼 담번에는 여행기회를 만들어볼게요 고맙습니다
참새하루 2016.09.06 15:13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잠수하는 공기 호흡 동물은?
1. 바다 거북
2. 북극 고래
3. 남방 코끼리 물범
4. Robbine

정답은?
1. 바닷거북 보통 15-30분 최장 4시간
2. 북극고래 1시간
3. 남방 코끼리 물범 2시간
4. Robbine 50일 두시간 46분 (1202시간 46분)
 
신기록 세우셨습니다 Robbine님
이정도면 저도 거의 Robbine님 스토커 수준?ㅎㅎㅎ
정말 오랜만이예요
그동안 바쁘셨군요
아일랜드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셨을까나
재미있었던 추억이나 에피소드도 가끔씩 올려주세요
이제 가을로 들어서니 로빈님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듣는 즐거움이 그리워지네요

아일랜드 생각난 김에
낙엽 / 예이츠
가을은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에 왔다
그리고 보릿단속에 든 생쥐에게도
우리위에 있는 로우먼나무 잎사귀는 노랗게 물들고
이슬맺힌 야생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랑이 시드는 철이 우리에게 닥쳐와
자금 우리의 슬픈 영혼은 지치고 피곤하네
우리 헤여지자 정열의 계절이 다 가기전에
그대의 수그린 이마에 키스와 눈물을 남기고

뭔 소리인지 뜬금없지만
그래도 낙엽 태우는 냄새가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가을에 다시 태사랑에 돌아온 여행자
로빈님 반가워요
Robbine 2016.09.18 21:37  
헤헤~ 참새하루님 보고싶었어요~
아일랜드를 왜 갔냐면요~ ㅎㅎ
프로포즈 데이 라는 영화 주인공이 엄청 잘생겼거든요.
좋아하는 배우인데, 영화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아일랜드가 너무 예쁜거에요~
그래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길게 휴가를 주시니 가 주는게 인지상정!
그 배우 같은 남자는 못만났지만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자연과 친절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왔답니다.
마사지를 못받는게 좀 아쉽긴 했지만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마하수카 2016.09.06 22:55  
몇 해전 처음 태사랑을 찾아왔을 때, 한창 왕성한 필력으로 지면을 달구던 Robine님의 글 읽는 재미가 참 좋았었는데요..
이제 새로운 여정에 따른 좋은 새글을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해 늦은 봄, 25년만에 다시 찾았던 그 나라는 여전한 그 풍광으로 있었네요.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Spire라는 좀 어색한 첨탑과 신식 트램이 더블린의 그나마 바뀐 모습이었달까.. 차를 빌려 열흘 동안 남동쪽으로 돌면서 보던 자연은 예이츠의 시 그대로였구요.

로빈님의 여행기에 살짝 기대어서 추억 좀 되살리고 싶네요..^^
Robbine 2016.09.18 21:40  
템플바 주변에서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낸 한량 여행자여서 스파이어라는 첨탑이 있는줄도 몰랐어요-0-
트리니티 대학 투어랑 다른 도시로 가는 하루 투어가 더블린에서의 전부여서..ㅋ
대신 기네스는 후회없이 먹고 왔고, 템플바도 매일매일 갔었어요.
기네스 또 먹고 싶네요~ 아흥~
salts 2016.09.08 19:10  
올려주신 글을 읽는것 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르네요..

아일랜드 죽기전에 가보고싶은 여행지에 올렸습니다 덕분에 제 눈높이가 점점 넓게 퍼져올라가는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추석 즐겁고 평안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Robbine 2016.09.18 21:42  
아이구~ 너무 황송한 댓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왜 유럽은 야외 테이블이 많은가, 왜 거기에 사람들이 앉아있는가 늘 궁금했었는데
흡연자가 아니더라도 야외테이블이 매력적인 나라였어요.
우리나라 야외테이블은 앉아있으면 불어오는 바람에 매연과 먼지가 마구 몰려와서 기분이 안좋아지는데, 거기선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먼지 한 톨 얼굴에 부딛치지 않더라고요.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 맞으면서 길가는 사람 구경하며 맥주 마셨던 시간이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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