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저씨들이 문제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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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저씨들이 문제라네요.

필리핀 20 1149


영화 <부산행>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세계다. 각자 살 길을 도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다. 열차 안에서 물밀 듯 달려드는 좀비들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가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도미노 게임을 보는 듯하다.


그 아수라장에서 내가 주목한 인물은 ‘천리마고속 상무’ 용석(김의성)이다. 그는 좀비들과 맞서 각각 어린 딸, 임신한 아내를 지키려는 석우(공유), 상화(마동석)와 반대편에 서 있다.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영화관 객석에선 용석을 향해 욕설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용석을 악역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숱한 한국 중년 아저씨들을 상징하고 있다. 그 특징은 세 가지다. 
 
하나. 오지랖 넓게 행동하면서 편견을 감추지 않는다.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용석의 모습은 번듯한 정장에 머리도 깔끔하게 가르마를 타고 있다. 그는 KTX에 무임승차한 노숙자를 함께 바라보던 석우의 딸 수안(김수안)에게 말한다.

 

“공부 안 하면 이 사람처럼 된다.”


수안이 “우리 엄마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래요.”라고 하자 용석은 다시 “니네 엄마도 공부 못했다 보다”라고 응수한다. 남의 일에 끼어들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오지랖 넓게 간섭하려든다. 소통하는 자세처럼 비치지만 그 내용에선 뿌리 깊은 편견이 드러난다. 그는 평소 아들딸에게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었을 것이다. “너희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인생 막장 되는 거 순간이다.” TV 뉴스에 파업이나 집회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 “공부도 못한 것들이…”라고 인상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둘. 자신이 손해 볼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용석은 좀비들로 가득 찬 열차 안에서 유일한 안전지대인 13호 칸에 석우 일행이 들어오려고 하자 막으라고 소리 지른다.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석우 일행이 이미 좀비에 감염됐을지 누가 알겠는가. 13호 칸에 가까스로 들어온 석우가 “왜 문을 열지 않았느냐”며 자신을 넘어뜨리자 그는 말한다.

 

이 새끼 감염됐어. 좀 있다 변할 거야.”

 

우리 사회의 합리적 중년들은 공포 앞에서만 이기적으로 행동할까. 용석은 회사 생활에서도 자신의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료, 선후배와 구조조정 대상인 노동자들을 향해 “문 닫으라”고 고함질렀을 것이다. 저녁 술자리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는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살아야 할 거 아냐!”

 

셋. 정신은 자신과 가족에 갇힌 어린 아이다.

 

용석은 동대구역에서 결정적으로 민폐 캐릭터로 변한다. 좀비들에게 쫓기면서 열차 문을 열어놓아 좀비들이 열차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한다. 마지막 순간 그는 하얗게 변한 눈동자로 말한다.

 

“무서워요. 집에서 엄마가 기다려요. 주소는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중년의 몸 안에 작은 소년이 살고 있었다. 용석은 좋은 아들, 착한 사위, 괜찮은 남편, 자상한 아버지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직장과 사회에선 자신 밖에 모르고, 자기 앞가림만 할 줄 아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우등생으로 살던 고등학생 언저리에서 그의 정신적 성장은 멈췄을 것이다. 이것이 가족애를 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으로 나아간 상화나 석우와 다른 점이다. 

 

1.jpg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용석 같은 이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 있다. 개인적 자아만 과잉 발달해 사회적 자아는 증발된 사람들이다. 분명한 건 용석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소시오 패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한국의 중년 아저씨들이 가진, 그릇된 속성들이 응축된 인물이다. 

 

지금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아저씨들의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평소엔 점잖아 보이지만 절대 손해 볼 짓은 하지 않고, 마음속엔 작은 아이가 살고 있는 아저씨들의 세상. 다른 이들을 자신의 엄폐물쯤으로 여기고, 피해자를 패배자라 비웃고, 이기심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만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는 아저씨들의 세상.

 

이 아저씨들의 세상에서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세월호 사건이 사회 갈등의 먹잇감이 된 것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5년간 거리를 헤매야 했던 것도 그런 아저씨들 때문 아닐까. 그들이 반성을 한다면 희망이 보이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용석이 “문 닫으라”고 소리 지를 때 동조하는 승객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띵똥-. 그날, “괴물”로 불리는 좀비들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어머니 집 초인종을 누르는 용석의 손엔 선물 꾸러미가 들려있었을 것이다. 그는 스피커폰에 대고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을 것이다. “엄마! 나야. 용석이. 빨리 문 열어줘. 배고파.”  

권석천(중앙일보 논설위원)​ 

 

20 Comments
sarnia 2016.08.05 10:54  
부담없이 표적으로 삼기가 아주 쉬운 대상이니까요. 저 글 쓴 사람도 아저씨 같은데 자기만 쏙 째고 세상의 모든 아저씨들을 개새끼 집단으로 만들었군요. 자기만 쏙 빼놓은게 걸리니까 “나도 그들 중 한 명이 아닐까? 하고 슬쩍 끼워 넣는 말, 아저씨 글쟁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지요.

그리고 이 말,,  “개인적 자아만 과잉 발달해 사회적 자아는 증발된 사람들”  훈계하듯 끼워넣은 이런 추상적 표현은 제가 좀 어렸을 때 들었으면 멋있어 했을 말 이지만 돌아서서 5 분 지나면 바로 까먹을 아무런 내용도 실체도 없는 말 입니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고시패스해 출세하고 성공했지만 민중을 개돼지로보는 정도의 인식범위나 능력밖에는 못 가지게 된 나 모 씨 같은 사람을 비판하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야지, 읽는 사람이 해석을 하게 해서야…    아이고 지루해라~~

세상의 권력관계에서 아저씨들이 권력을 더 많이 행사하는 자리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공격의 적절한 대상이긴 한데,,

집단문화 문제가 아닌 개인의 품성을 놓고 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아저씨 같은 놈은 애 였을때나 청년이었을때나 할아버지가 되어서나 다 비슷비슷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렇지 않고요. 이기심이란 본능적 생존무기지만 이기심 일부를 양보해서 얻어지는 행복감을 보상으로 느끼는 편차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 보상감을 젼혀 또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쉬운 말로 미친놈이라고 하지요.   

제가 요새 극장 영화에 통 관심이 없어서 저 영화를 우리 동네에서 상영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네요. 모레 토요일에 보러 갈 겁니다.

영화는 재미있을까요?
진파리 2016.08.05 12:26  
담배 하루 두갑넘게 피우는데요.
영화보는 내내 담배생각이 안났습니다.^
필리핀 2016.08.05 12:57  
사니아님이 한국에 거주하지 않으니까 잘 모르시는군요.

저는 저 글에 100% 공감합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그 사람들 대부분이 저런 캐릭터를 혐오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이 저런 캐릭터인줄은 전혀 모른다는 거죠.

그게 바로 개인적 자아만 발달하고 사회적 자아는 증발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물에깃든달 2016.08.05 11:00  
저도 영화보면서 저 케릭터에게 상당한 분노를 느꼈지만 이런 의문도 들더군요.
과연 나는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안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똑같지 않을까? 라는 의문요...
사실 자신없습니다. 아마도 어딘가에 꽁꽁 숨어버릴것 같긴 한데, 저도 살려고 이기적으로 변할 것 같거든요.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오히려 석우 케릭터보단 더 현실적인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장 목숨이 걸려있어 본능적으로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치지만, 그게 아닌상황에서도 똑같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그걸 이해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 그것은 상당한 문제인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영화는 극한상황을 설정하여 우리 사회의 그런 부조리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다른 사람을 제물삼아 살아남는 용석의 모습은 실재 사회 직장내에서 동료를 밟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볼때 그런사람들이 단지 아저씨들 뿐일까요? 뭐... 우리사회가 아직은 확률적으로 권력을 쥐고있는 위치에 아저씨가 있을 확률이 높지만, 그 자리에 아줌마나 아가씨가 있어도 크게 달라질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 논설(?) 논평(?)은 대체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래도 아저씨 때문은 아닌것 같아요..

뭔가 또 주저리주저리 한것 같네요 ㅋㅋ

덧으로 영화는 재밌습니다!! 무척!!
필리핀 2016.08.05 13:01  
표창원 씨가 성주 가서 연설하는 거 들어보셨나요?

그 연설의 주요 내용이 물달님이 고민하는 것에 대한 해답입니다...
진파리 2016.08.05 11:12  
김의성.(막돼먹은 용석씨)
다른장면들은 아주아주 조금은 이해 할수있다 치더라도
막바지쯤 탈출씬에서
다른 사람을 좀비에게 밀치고 도망가는 장면(아마도 두번?)
그대목에선
김의성 .  콱 그냥 막 그냥~

역할이 그래서 그렇지
현실에서의 김의성은 생각이 바른사람^^
최소한
저분 논설위원이 주장하는 그 아저씨 부류는
아닌것 같은 사람.
배추sean 2016.08.05 11:47  
모든 아저씨가 꼰대가 아닌데... 대부분의 꼰대분들은 회사의 과정급 이상의 분들이죠... 어느정도 경력도 있고 전문지식(?)과 경험도 있으신 분들... 이건 한국사회의 문제 아닐까요? 그분들도 한명의 남자이고 한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남자이기 보다는 한 가정의 아버지를 택하신 분들이기에 자신보다는 가정을 위해 변하다보니 이기적이고 폐쇄적으로 바뀌신거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말이 있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위 논설은 공감이 안갑니다. 첫번째로 말한 오지랖과 편견... 아줌마(?)분들은 그런말 안하시는지요. 이건 아저씨들만 그런게 아닌 아저씨와 아줌마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둘째로 자신이 손해... 자신의 손해가 가정의 손해로 이어지는데 그것도 목숨이 달렸는데 어느 아버지가 손해를 보실려고 할까요. 이것 역시 어머니 분들은 안그러신가요. 셋째로 정신... 어린아이 정신이면 어떻습니까?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린애 같이'라는 말은 한국사회의 재밌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하고싶은걸 못하는 사회야 말로 '편견'이란 단어가 어울립니다.
영화를 못봐서 모르겠지만, 영화 감상평으로 글을 쓰셨다면 공감하겠지만... 글을보고 갑자기 욱해서 주저리 거렸네요... ;; 영화는 꼭 보겠습니다.
유여니 2016.08.05 12:26  
그렇군요..
내꿈은관광인 2016.08.05 17:20  
아직 영화를 못봐서 스포있을까 읽으려다 말았는데 스포있나요?
필리핀 2016.08.05 18:09  
나도 아직 영화를 못 봐서

어떤 내용이 스포인지 몰라요 ㅠㅠ
물에깃든달 2016.08.05 19:10  
스포있습니다.. 약스포``
내꿈은관광인 2016.08.05 23:53  
결국 읽었습니다 필리핀님 글은 재미나거든요...ㅎ
고구마 2016.08.05 17:50  
부산행 시나리오가 원빈한테 먼저 갔다가 원빈이 고사하고 공유씨가 했다던 카더라 통신도 있던데
원빈은 언제쯤 화면으로 나오려나몰라요. 이 영화에 출연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이야요. ㅠㅠ
필리핀 2016.08.05 18:08  
오홍! 고구마님 원빈 팬이셨군요! ^^

시나리오를 보는 눈도 배우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중량감은 원빈이 대단한데

시나리오 보는 눈은 공유가 나은 듯요 ^^
펀낙뻰바우 2016.08.05 19:30  
태국서도 개봉한다는 소식이 있으니 조만간 태국 들어가서 영화보고 천리마고속 상무로 재직중인 용석씨가 과연 문제가 많은 아저씨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역시방콕 2016.08.05 19:56  
저번주 7월30일에 아쏙 터미널21 갔을때보니, 5층인가 극장에서 부산행 홍보하고 있었어요.
지금 현재 상영중이에요.
http://www.terminal21.co.th/asok/film/en
타이락 2016.08.05 20:34  
그런 아저씨들은 절대 자기가 그런 사람이란 걸 자각하지 못 하지요. 이 글을 쓴 자가 바로 그런 자라고 할 수 있지요. 글의 초입에 좋은 글이구나... 했다가 점점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자가 언론사 논설위원이란 게 불행한 일입니다. 대중을 정신적 좀비를 만드는 강력한 좀비 바이러스 보균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균자요.
진파리 2016.08.05 21:34  
같은 생각입니다
침대붙박이 2016.08.06 20:37  
동감합니다. 이건 아닌듯..
멋째이 2016.08.07 19:28  
어떤 예술작품이든지 그것을 보는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과 다른 감동과 영감을 주게 마련입니다
영화도 예술이라면 그것을 느끼는 관객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요
만약 영화가 예술이 아니라면 그냥 단순히 즐기면 되는 오락일테구요
평론한답시고 개똥철학 읊어대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입니다
그냥 담백하게 자기느낌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자기자신의 불만을 영화감상문(?)이라는 걸로 위장해서 떠드는 겁쟁이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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