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주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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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주에 얽힌 사연

공수래 4 645

지난 3개월간 중남미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체중이 70여kg에서 63kg으로 감량되어 걱정이 되어서

체력회복을 위하여 아침마다 아파트 윗산으로 올라가서 1시간씩 산보를 하고있는데 매일 아침

아파트문을 열고 나서면 정원에 서있는 모과나무 한그루와 마주치게 되고 다른 나무들과 달리 

유난히 눈에 확 띄이는 이유는 다른 나무들은 녹음만 무성하지만 모과나무는 껍질이 알룩달룩해서

다른 것과 쉽게 구별이 되고 그와 더불어 모과주에 얽힌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혼자 피식 웃는다

 

지금은 정년을 넘겨 퇴직한지 오래됐지만 옛날 직장생활을 할 때 우리 사무실(과)에는 10여명이

같이 근무를 하였고 직원간 유대강화를 위하여 월별로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전직원을 자기집으로

초대하여 대접하기로 하고 사무실에서 경비로 현재 가격으로 환산 1인당 1만원 가량을 지원했었고

집에 환자가 있거나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경우만 미리 양해를 얻어 식당에서 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은 토요일 늦은 점심때(토요 휴무제가 없는 시절이라)에 자기집으로 초대하여 거나하게 식사와

술을 대접해서 돌려보내는 것이 상례였고 월요일에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로 아침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당신집에 가보니 요사히 당신 복으로 산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당신 부인 덕에 잘 살고있으니

앞으로는 부인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섬기고 살아야 한다는 게 주된 이야기였다

 

그날은 직원 초대 행사가 있는 날이지만 가느냐 안가느냐로 사무실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게 흘러갔다

나이가 좀 많은 과장님에게 후진을 위하여 퇴직하고 자리를 양보해 달란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장님 눈치만 보고있는데 이왕 음식준비가 다 되었으니 다 깉이 가서 먹자고 결론은 났지만

아무도 내색을 할 수가 없어서 과장님 기분을 북돋아 주려고 술을 권하는 등 애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과장님은 술을 별로 못하는 분이라 쉽게 취하지를 않고 술을 권하는 직원들이 먼저 취했다

 

소주와 양주가 몇 순배 돌고 모두 술이 거나하게 취한 뒤에 그집 주인장이 귀한 술이라며 한병을 갖고왔다

3년된 모과주인데 맛과 향이 좋지만 평소에 아끼서 먹지를 않고 숨겨두었는데 오늘 귀한 손님을 모시고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술이 어느 정도 됐지만 모과향이 콧가에 풀풀 묻어날 정도로 그리 독하지도 않는

정말 좋은 술이였기에 너도 나도 과장님에게 한잔씩을 권했다

 

" 과장님 저 술 한잔 받으세요"

" 과장님 모과주 한잔 올리겠읍니다"

"모과주가 독하지도 않고 맛이 정말 좋네요 한잔 받으세요"

그 과장도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독하지도 않고 향기가 좋아 조금씩 잔을 받아마셨다

 

그런데 술이 조금 취한 직원 한분이 어느 정도 혀가 꼬부라져서 뒤 늦게 과장에게 술을 한잔 권한다

"과장님 모과ㅈ -ㅣ(주) 떨어지기 전-에 한잔 받으시지요"

(과장님 모가지 떨어지기 전에 한잔 받으라니 그렇지 않아도 사표 권유를 받고있는 직속 과장에게,,,,)

순간 술자리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고 얼마간 적막이 흘렀고 모두의 시선이 과장한테 솔렸다

술잔을 받을 것인가 받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술을 권하는 직원의 손도 실수를 알아체고 딱 멈췄다

세상에 모가지 떨어지기 전에 한잔 받으라니,,, 이런 실수를 다 하다니,,,

 

회원님들 여러분이시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시겠읍니까?

그 과장님은 한참을 망서리다가 결국 잔을 받았고 그 때문인지 완강히 권고 사직을 반대하던 과장이

그 날 저녁 밤새도록 생각한 끝에 다음날 권고 사직 형식으로 그 자리를 물러났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나 할까나,,,

 

 

 

 

 

4 Comments
필리핀 2016.05.16 19:16  
그 과장님... 배포가 대단하신 분이네요...

모가지...라고 말한 직원은 차기 과장 유망주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닌지... ^^;;;
어랍쇼 2016.05.16 23:05  
세상에나.. 모가즈~우 ㅋㅋㅋ
평생 이불킥할만한 실수네요~
그나저나 더 놀라운건...
한달에 한번씩 집으로 초대한 회식입니다!
jindalrea 2016.05.16 23:16  
아이고.. 저 민망함을 어이할꼬..
마음을 담은 정중한 사과..드릴 듯요..

그나저나.. 서로 화합하라고 근무시간이 아닌데 야근 비슷한 거? 시키면서.. 만원씩의 지원금.. 그러고는 구조조정이라.. 뭔가 크게 엇박을 치네요..

보다 많은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저 읽는 입장에서는 씁쓸하네요.
두루애비 2016.05.17 15:04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네요. 가공할 군대문화!!! 자본은 일상을 잠식하고 기반에 균열을 만드네요. 우리는 벌 받으려고 삽니다. 그 순간 그들은 행복과 권태 탈출을 궁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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