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났다
아... 아아...... 아아아.........
이토록 가슴 뛰고 또 뿌듯하고 더불어 따뜻한 적이 얼마만인가! 그토록 짧은 순간이 그토록 길게 느껴진 것이, 그 순간의 멈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오래 흐르던 적이 과연 얼마만인가 말이다. 왜?
나 그녀를 만났다.
차마 믿기지 않는 순간, 하여 내 모든 타이밍에 무량 감사하다. 풀어 설명하자면 스토리는 이렇다.
새로 렌트한 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인터넷 상황이 무지하게 양호한 리조트에서 영화 하나를 다운받아 맥주와 함께 시청하고 있었다. 저물녘, 발정이 발동하는 시각일뿐더러 애나와의 약속도 있고 하여 나가야지 싶었지만 늦기로 했다.
그런데 그만! 담배가 떨어졌다.
담배를 못 참으면 두 번 나가야 하니 참다가 나가기로 인내를 두어 번 연장했다.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 같은 리조트에 머무는 이들에게 담배를 구했다. 실패했다. 그러다 에라 두 번 나가기로 했다. 사실 세븐 일레븐까지 거리도 멀지 않으니.
그렇게, 바로 거기서, 아아, 거짓 없이 그녀를 만나버렸다.
일단 그전에!
(미리 알리 건데 모두 세븐 일레븐 문 앞에서 이뤄진 일이다).
어느 노신사에게 맥주 몇 병을 얻어 마시고 왔다. 젊고 자유로운 작자를 만난 노신사는 설핏 건넨 인사에 걸음을 옮기지 않고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잠시간의 술자리로 이어졌다.
다시 그전에!
어느 어린 아가씨 하나가 나를 아는 체 했다. 누구지? 얼굴과 신장은 여린데 가슴 사이즈만 돋보이는 자그마한 아가씨, 당최 기억 못하는 나를 두고 다시 스쿠터로 향하는 그때 생각났다. 이전의 빠이 아는 선배 집에서 지낼 때 공부를 하러 오던, 이따금씩 내게 영어를 배우곤 하던 중삐리! 아따 가시네, 그사이 열심히도 컸다.
결정적으로 그전에!
그녀를 만났다. 세븐 일레븐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그 짧은 순간 누군지 단박에 알아버렸던 그녀를 진정으로 만나버렸다. 그녀는 아래와 같고 또 하해와 같다.
황송하게도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그녀와 나는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돌아와 확인한 메시지엔 잇츠 미, 나라고 확인 검증이 새겨져 있었다.
부르면 언제든 달린다고 메시지를 보낸 그녀와 나는 내일 만나기로 했다. 금일 하루, 더없이 보람차다. 그녀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이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은 내일 이후로 미루련다.
새삼 그런 어구가 떠오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추신.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라 어투에 싹수가 없습니다.
사진은 씨네21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