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카페가 된 나의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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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카페가 된 나의 생가

sarnia 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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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의 생가


태어나서 자랐던 집이 옛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건 흐믓한 일이다. 더우기 서울에서 자기 생가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2009 년 가을, 난데없이 궁금한 마음이 들어 가 본 이후 6 년 만에 다시 찾은 나의 생가는 천만뜻밖에도 예쁜 카페로 변신해 있었다. 혹시나해서 붙어 있는 주소를 확인했다. 종로구 안국동 1X3 번지, 틀림없는 그 집이었다. 


요즘 한국 주소가 예전과는 다른 형식으로 바뀌었다는데, 이 집은 주소가 바뀌지 않은 채 옛 주소 그대로 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 년대 선친이 새로 지으셨다는 이 집은 적어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인 1960 년대 후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카페가 되었으니 손님으로 들어가서 주인하고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남의 영업장에 들어가 '여기가 실은 옛날에 우리집이었는데' 어쩌구,,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카페 앞에 세워진 "테이크아웃 이천원 할인됩니다" 라는 광고로 보아 커피 한 잔에 만 원 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창림이네 집은 한옥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 역시 카페간판이 달려있다. 6 년 전만 해도 113 번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집들이 한옥이었는데 지금은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렸는지 새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뒷쪽으로 빌라도 보인다.  



 


 


 



 


혹시 아래 사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다. 



싸르니아가 작년에 광화문에서 서예가 순담선생에게 휘호를 부탁했었다. 

부탁했던 글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였는데,


순담선생께서 그 때 휘호를 잘못 쓰셨다. 오른손도 알게 하라'를 '오른손도 하게 하라" 로 쓴 것이다. 


만 1 년 만에 우연히 순담선생을 광화문에서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가서 휘호를 부탁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싸르니아가 내민 휘호문을 본 선생은 1 년 전 그 때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저,, 성경에서는..." 하고 운을 떼었다. 


내가 말을 막았다.


"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라고 되어 있지요. 근데 그건 예수선생 말이고, 저는 예수선생 말이 아닌 제 말을 휘호에 담아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다만 예수선생의 저작권을 존중해서 오른손 대신 왼손을 문장 앞에 넣었습니다만......" 


순담선생은 1 년 만에 불쑥 나타난 싸르니아에게 새 휘호를 써 주셨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휘호를 받아가지고 왔다.  

  


 

순담선생이 1 년 만에 다시 나타난 싸르니아를 위해 새 휘호를 쓰고 있다.  



 


완성작




누군가에게 받은 프레임드 우드컷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일행이나 길을 잃어버렸을 때 활용하는 비상집합장소다.


위 사진은 스태츄 오브 그레이 제너럴 

아래 사진은 세덴터리 골든 킹 










다시 올라가 본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 층

덕수궁의 단풍, 작년 이맘때보다는 물이 조금 덜 들었다. 


위 사진은 1897 년 건축된 정동교회

아래 사진 중 덕수궁 뒤에 있는 붉은 지붕 건물은 성공회 서울교구 대성당이다. 성공회 서울교구 정동 대성당은 1987 년 6 월항쟁 대열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두 건물 모두 각각 문화재와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18 Comments
필리핀 2015.11.09 08:26  
음... 나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하게 하라...가 더 좋은데요?

이왕이면 곱배기로 실천하는 게 좋잖아요~ ^^
sarnia 2015.11.09 09:18  
작년에 받아 온 휘호에는 그렇게 쓰여 있는데,,
만일 왼손이 한 나쁜 일도 오른손이 따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니까 일단 양 손이 서로 정보공유부터 ^^
냥냥 2015.11.09 22:50  
생가를  바라보는 그 느낌~ 
저도 느껴보고싶어요.

사르니아님 사진보니 서울구경 가고싶어요.
sarnia 2015.11.10 09:57  
아, 맞다. 냥냥님은 부신에 사시죠.
부산은 저에게 제 2 의 고행 같은 곳이예요. 그래서 매년 부산에 갔었는데 최근에는 안 갔군요.
어디선가 우리나라 50 대 절경을 본 거 같은데, 서울은 한 군데도 기억이 안나고 부산 광안대교 야경이 등재됐던게 기억나네요^^
디킨슨 2015.11.09 23:44  
일주일만 더 늦게 서울풍경을 찍으셨더라면 단풍이 훨씬 더 멋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이번 한국방문은 많이 즐거우셨는지요? 추억이 남는 여행이셨길 바랍니다^^
sarnia 2015.11.10 09:58  
올해 가물어서 단풍이 늦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작년 이맘때는 정말 아름다뒀었는데,
창덕궁 후원 투어 예약하려고 했는데 다 매진되었더라고요. 갔더라면 실망했을 뻔 했군요 ^^
갔다 오고나면 늘 즐거웠던 순간들이 추억에 남지만, 여행중에는 사실 많이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ㅎ
참새하루 2015.11.10 05:18  
올 가을 여행가셨던 발자취를 살짝 보여주신 사진들이네요

sarnia님 기행문은 상상력을 자극하게 해서 즐겁습니다
읽으면서 제가 모르는 뭐가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게 하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등장하신 순담선생
광화문 순담 선생이 누군지 검색을 해봐도
순담 계곡은 나오는데...

저는 작년에 오른손 왼손 일화를 반농담으로 하신줄 알았는데
그게 정말 리얼스토리일줄은 오늘 알겠어요...

무슨 까닭으로 왼손이 하는일을 오른손이 알게하라고 할까
다시 한번 상상력에 맡겨봅니다

저도 나이가 드니 어릴때 살던 학교 동네가
그리워져서 몇해전 초등때 살던 집을 찾아가 봤답니다
많이 낡았지만 아직 그대로 있더군요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담장 너머 마당을 살피면서
아 저 화단에 봉숭아가 잔득 피었는데... 그거로
누나들이랑 손톱에 물들이던 기억도 나고..
계단밑 멍멍이가 살던 개집도  있나 살펴보고

다시 찾은 초등학교는 왜그리 작아졋는지...

모든게 다 세월앞에 증발하고 남은것은
추억 뿐이더군요

제가 살던 집이 카페로 변한것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겠어요
세월 앞에 너무 상업화 되어가는 우리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추억들...

작년이나 올해나 여전히 단풍은 아름답네요
사진들이 저의 마음처럼 조금 센치헤 보입니다만

간만에 로빈윌리암스 목소리 들으니 ...
그 배우도 그립고요

아 그리고 서소문 시청사 13층은 도데체 누구방인거예요
작년에 이어 여전히 궁금해요
sarnia 2015.11.10 10:02  
매년 가을에 한국문화예술원 주관으로 광화문에서 가훈 써 주기 행사가 열립니다. 저도 작년에 알았지요. 저도 궁금해서 저 분을 검색해 봤는데, 한 두 개 정도 소갯말은 본 것 같아요.

별로 유명하지 않다는 건 저 분이야말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분이어서인지도 모르지요. 잘난척은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야한다, 를 신조로 삼고 있는 저같은 사람하고는 조금 다를 수도,,,

다녔던 초등학교가 작아졌다는 말씀에 참 공감이 갑니다. 저도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저 집에서 도보로 5 분 거리에 있습니다. 계유정란 때 한명회가 살생부인지 생살부인지를 들고 반대파 대신들을 하나씩 불러서 죽였던 동네, 재동에 있지요.

저 노래는 작년에도 올렸었는데, 남자가 로빈 윌리암스라는 건 알았지만 여자가 니콜 키드만이라는 건 또 이번에 첨 알았습니다. 공포영화 the Others 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 신경질적인 엄마귀신이지요. 귀신이라는 거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 저긴 원래 서울시 업무공간이었다가 얼마 전부터 일반에 개방된 곳 입니다. 작은 카페가 있는데 아메리카노 한 잔이 2 천 원 입니다. 커피값으론 여전히 비싸지만 한국 커피값치곤 매우 저렴한 편 입니다. 시청 본관 시민청인가 하는 곳에서도 2 천 원 받습니다.
jindalrea 2015.11.10 10:14  
다음길에도 나신 집에 다방이 있다면..
그 땐 꼬옥 커피 한 잔 하시믄서~~
코를 킁킁~~ 벽을 쓰담쓰담~~ 하심 좋겠습니닷!!

며칠 가을비가 내리더니.. 가난한 우리 동네에..
낭만적인 노란 은행나무길이 생겼어요..
자연이 주는 위안과 보살핌을 고스란히 받는 듯한 출근길이었습니다~~^^
sarnia 2015.11.10 10:48  
제목을 구체적으로 고치려고 들어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왜 저기 안들어깄는지 살짝 후회가 됩니다. ~~
여기 우리집이었단 말 안 하고 그냥 앉아서 느끼고 나오면 그만인데,

10 년 전 이맘때 기억하시나요?
황구라 사태가 시작됐던 시기이지요.
올해도 그 사태만큼 기가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앵거스 디턴(노밸경제학상 수상자)의 책을 한경 (한국의 재벌모임 기관지)에서 뉴라이트 경향의 번역가들을 동원해 사기번역을 한 게 들통났잖아요.
한국에 있을 땐 몰랐다가 돌아오고나서야 알았습니다.
jindalrea 2015.11.10 11:13  
황구라? 황우석씨 말씀이신가요?

음.. 새롭지 않아요.. 의도적 오역 또는 고의적 뻥침.. 요즘.. 워낙 흔한 일이라.. 뉴스에도 안나올껄요~? 물론 한국 뉴스에요.. 쩝
sarnia 2015.11.10 12:55  
한경이 한국보수를 대표하는 언론인데다 책의 원저자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확산됐는데, 프린스턴대학과 디턴교수측에서 한경에 출판된 번역서를 전량회수하라고 요구했다지요. 오역 차원이 아니라 편집으로 명백한 범죄행위였습니다.
문제의 편집행위를 발견한 건 한겨레신문 소속 연구원인데 이 신문에는 자세히 보도가 됐답니다. 저는 한겨레가 아니라 한경 주필 칼럼을 읽다가 뭔가를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는 걸 보고 이 새X가 또 무슨 사고를 치고 갑자기 저런 소릴하나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그런 만행(?)을 저질러 놓았더군요.
쮸우 2015.11.10 16:54  
안국동 정말 많이 변했죠. 제가 기억하고 있는 안국동은 아마 사르니아님이 기억하시는 안국동과 아주 조금 흡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은나무 가게 사선으로 목욕탕이 있었는데 ㅋㅋ 그땐 그 목욕탕 창이 너무 낮아 와.. 여기 들여다 보면 다 보이겠다! 라는 생각도 자주 했었어요. 그 앞엔 중국집도 있었구요. 혹시 사르니아님의 기억속 안국동에 목욕탕이 있었나요? ^^ (궁금)
sarnia 2015.11.11 01:33  
쮸우님 안녕하세요.목욕탕은 당시 경기여고나 덕성여중(고?)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은나무 카페도 그 근처 아니었나 싶구요.우리 집은 종로경찰서 긴 건너 재동쪽으로 50 미터쯤 올라간 곳이지요. 

한옥주택가가 지금은 예쁘고 특색있는 카페거리로 변한 모습이 조금 낯설었지만, 그 조용하던 동네에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보이니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삼청동은 예전부터 그렇게 변했지만 안국동 역시 카페거리가 된 듯 합니다.

반가워요. 안국동 아가씨 ^^
어랍쇼 2015.11.12 02:41  
단풍이 상콤할 정도로 물들었네요~~
사르냐님 글 읽으면서 저도 예전에 살았던 집이 궁금해졌어요.
한번 가봐야겠네요~
그냥 골목동네라 별로 변한건 없을듯한데..
나를 두번이나 물었던 압집 세퍼트 .....
나 다컸다!! 복수할꺼다!
sarnia 2015.11.12 08:08  
간장누나 오랜만..
대민방에 오랜만에 글 하나 올리고 나오다 발견,, 그냥 지나칠 뻔 했네요.
어딘데요? 왕언니님 생가는?
푸켓은 잘 다녀 오셨는지,,
어랍쇼 2015.11.13 02:57  
생가라고 하면 왠지 업적있는 댁 이란거 같아섥..ㅋ
전 대림동이였엉요.
골목골목 뛰어다닐수 있는 메이즈러너들이였죠^^

푸켓은 아직 안갔어요~설렘주간~
sarnia 2015.11.13 09:49  
말씀을 듣고 조사를 해 보니까 그 개의 이름은 맥스였는데
1998 년 겨울 죽었답니다. 죽은지 17 년이나 되었군요.
죽은 해에 만 20 살이었다고 합니다.
개로서는 천수를 다 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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