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서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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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서 가족으로......

고구마 3 579
내가 알고 있는 결혼식에서 대부분의 신부는 울거나 , 최소한 울지는 않더라도 부모님께 신랑과 함께 인사를 하는 대목에서는 거의 눈시울이 붉어졌었던 거 같다.
아마도 원래 가족에서 떨어져 나와 ‘시댁으로 시집을 간다’ 라는 설정이 대부분의 신부들의 마음을 울적하고 슬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여섯 해 전의 나는 어떠했던가.... 나는 주책 맞게도 예식장 스텝의 당부......“신부가 웃어야 사진이 잘 나오니까 신부님 방긋방긋 웃으세요.” 라는 주문을 너무나도 맹신한 나머지, 예식 내내 과장 되게 웃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방긋방긋” 만 떠올랐다.
물론 내가 마땅히 숙연한 표정을 지어야할 상황에서도, 벙글되면서 웃은 이유가 그 스텝의 말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그렇게 본다면 억지일듯...).....어쨋든 그랬다.
어쩌면...인천에서 결혼식을 하는 이유로 나는 결혼식 전날밤을 대구의 내 가족들과 보내지 못한체 시댁에서 온밤을 뒤척거린 나머지, 머리가 어떻게 되버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 덕에 내 사진은 우아하기 보다는 우스꽝스럽고 주책스러운 쪽에 가까웠고, 나의 한쪽 송곳니가 많이 짧다는 사실도 망각한 체 너무 헤벌쭉~거려서 앨범속의 어떤 사진은 꼭  맹구 처럼 나온 것도 있었다.
첫딸의 결혼식에서 너무 많은 눈물을 쏟게 될까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며 손수건을 만지작 거리던 우리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혀서 나오던 눈물이 도로 쏙~ 들어가 버렸단다.
그때는 획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주접스럽기 짝이 없는 “ 신랑신부가 움직이는 전동 꽃마차에 올라타고 나이트 불빛 받으며 입장하기” 는 결혼식의 엄숙한 분위기를 초장에 잡쳐 놓았고, 현란한 불빛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머지 신랑이 신부의 팔짱을 끼는 모지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혼식이랑 굿판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올해 봄에 치러진 내 동생의 결혼식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루한 주례의 연설과 예식장 안에서 조차 웅성대는 하객들......손님들이 예식에 관해 가지는 관심은 그날의 피로연 음식에 대해 가지는 관심보다 결코 크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결혼 후 제주도에 가서 살아야 하기에, 앞으로 자주 못 볼 동생의 결혼식이었지만 그날도 나는 별다른 감정적인 동요를 느낄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시댁 아가씨( 요왕의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식이 성당에서 신부님의 엄숙한 주관 아래 치루어 졌다.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에 더하여 성스러운 기운까지 더해진 약 한 시간 가량의 예식동안,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이 나올 뻔 한걸 참느라고 숨을 잠깐씩 고르곤 했다.
타인으로 만나서 가족으로 탄생되기까지, 인연이 가지는 경이로움과 신비함(너무 거창했나...)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출산의 과정을 목격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가정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말로는 잘 표현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마땅히 결혼식은 이래야 한다 ( 카톨릭 식으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진지해야 된다라는...)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한편의 짧은 쑈 처럼 끝나버린 내 결혼식이 무척이나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예식의 마지막 피날레는 근사한 음성을 가진 성가대원의 ‘아베 마리아’가 넓은 성당에 울려 퍼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노래는 분명 하객들의 마음도 아름답게 만들었으리라 굳게 믿게 되고, 그 마음들이 새로 시작하는 부부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주었으리라고 상상해보기도 한다....

3 Comments
스따꽁 2003.09.22 21:09  
  우리나라에서 하는 결혼식형태중에서는.. 전통혼례와 성당에서 하는 결혼식이 그래도 제일 결혼식 같더라구여.. 성당은... 그냥 밥먹으러 가는 사람들 한테는 고역이지만, 가족들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할듯... <br>
<br>
우리는... 부모님과 명이와 꽁이의 서로 절대로 양보할수 없는 몇몇 사항들 때문에.... <br>
(부모님-손님들 밥은 잘 먹여야 한다. 명이-사모관대는 절대 안한다. 꽁이 웨딩드레스는 절대 안입는다. - -;;) <br>
결혼식을... 일식집에서 양복입고 전통혼례로 하는 기상천외한 쇼를 할뻔했는데.. <br>
결혼식 바로 전날 명이가 백보 양보해서... <br>
일식집에서, 한복입고, 전통혼례를 했다는... 전설이...
고구마 2003.09.22 23:01  
  우아...특이하시다~..헤헤....근데요...그중 꽁님의 의견이 제일 유니크 하네요~ -_-;;
한쉥 2003.09.25 11:55  
  맞아요 성당에서 결혼식 하는거 보고 있으면 <br>
괜히 눈물도 찔끔찔끔 날라하고, 정말 결혼하는거 같죠. <br>
성가대가 노래를 잘부르면 더 감동 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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