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잡기
엊그제 이른 저녁을 먹고
도민체전 구경 간 남편을 기다리며
농로를 따라 산책을 시작합니다.
그날 따라 형제봉 뒤로 넘어가는 노을도 유난히 예쁘고
강물에 비쳐진 반영도 아름답네요.
곳곳에 스프링쿨러가 돌아가고 물길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골목만 돌아서면 바로 집인데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남사친 경호가
전화를 합니다.
"골뱅이 잡으러 가자"
마침 돌아와 있던 남편과 헤드랜턴 장착,
낡은 옷을 주워입고 경호가 사준 분홍 크록스
녹색 양파망을 들고
월정거리 다리 밑으로 출동합니다.
두 남자는 종아리까지 오는 조금 깊은(?) 물로
들어가고 전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강바닥에, 바위에 붙어 있는 골뱅이를
두손가락으로 잡습니다.
때로는 손바닥을 이용하기도 하지요
전 사실 골뱅이국 끓여 먹을 국대접 하나만큼만
건져도 괜찮았어요.
멀리서 들어보니 두 남자는 골뱅이를 감초 넣어
내리면 간에 아주 좋다며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한시간 반이 지나서 캔맥주 하나 하며
그동안 잡은 양을 살펴봅니다.
경호 국그릇 다섯사발, 남편 한사발, 저 두사발.
도대체 남편은 뭐하고 있었던 걸까요?
발밑에 탱수가 왔다 갔다 해서
밟힐까봐 도저히 집중이 안되더라네요
그러더니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형이 엄마, 이거 간에 무지 좋대.
나 골뱅이 약 내려서 먹고 싶은데
좀 도와줘. 많이 좀 잡아 봐"
순간 헤드랜턴 밴드가 최대로 늘어난
이마를 확 하고 치고 싶었지만 참습니다
결국 열두시를 넘겨 한시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냥 암꺼나 써도 되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