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갑
이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래도 안 한 것 같네요. 아마 누군가와 쪽지대화를 하면서는 지나가는 말로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뭔 소린고 하니, 저 위 사진에 나오는 지갑 말인데요.
제가 두 어 달 전 저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도둑 맞은 건 아니고요. 그 날 따라 저 지갑과 작별하려고 그랬는지, 눈이 엄청 많이 온 그 날, 무심코 저 지갑을 뒷주머니 대신 털외투 얕은 주머니 속에 쑤셔넣고 돌아다니다가 어디다 떨어뜨린 것 같아요.
지갑 안에는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등등 ID 와 함께 현금도 약 400 불 (캔불 미화 한화 골고루)정도 들어있었어요.
평소에 지갑 안에 현찰을 그렇게 많이 넣어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데, 그 때는 여행에서 돌아 온 직후라 혹시나해서 가지고 갔던 현찰 중 쓰고 남은 게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돈이야 재수가 없나보다 생각하니 그만이었고, 신용카드나 ID 역시 모두 복구했으니 문제가 아니었지만,,,,,, 거의 석 달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저 지갑만큼은 눈에 밟혀서 문득 그리워 질 때가 있어요.
사실 지난 5 년 간 상점이나 식당같은 곳에서 계산하려고 저 지갑을 꺼낼 때마다 “지갑이 참 예쁘네요” 에서부터 “지갑이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심지어 “지갑이 참 똑똑하게 생겼네요” 에 이르기까지 찬사일색의 멘트를 여려 차례 들어서인지 더더욱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저 지갑을 데려 온 게 그러니까,, 벌써 5 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군요. 2010 년10 월 3 일 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느냐하면, 그 날 오전 저는 파타야의 어느 호텔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한국방송에서 뿔테안경을 쓴 웬 중년남자가 개천절 기념사를 하고 있었거든요. 자막에 ‘국무총리 김황식’이라고 나왔고요. 그 날 그 방송 보다말고 나와서 택시타고 룩돋샵인가에 가서 저 지갑을 샀으니까 그 날이 개천절이었던 게 틀림없지요.
제가 원래 물건에 대한 애착같은 게 별로없는데, 참 이상하지요. 마치 저 지갑과는 그동안 알게모르게 정이 들었는지 잃어버린 후 이상스럽게 영 맘이 짠하고 그러더니 며칠 전엔 꿈에도 나타났어요.
비싼 지갑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으론 하나에 450 바트 였던 것 같아요. 나중에 똑같은 지갑이 방콕 어느 백화점에서 1200 바트에 전시되어 있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저 위에 올린 사진은 2010 년 당시 찍은 사진이고 여기 어딘가에도 올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저 지갑 이야기를 하려고 올린 건 아니고 룩돋샵 소개를 하려고 올렸었지요.
봄이와서 눈이 녹으면 차가운 얼음 속에 갇혀있던 저 지갑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제게 다시 돌아올지말지 모르겠지만, 똑같이 생긴 지갑을 태국에 건너가서 사와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사진과 똑같이 생긴 지갑을 요새도 태국에서 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올 봄 한국가는 길에 태국 건너갔다올까도 생각하고 비행기표까지 검색해 봤는데, 그건 아무래도 오버인 것 같고, 여행일정이 비교적 긴 가을에 가서 구해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