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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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

쇼닉 14 721

어제오늘 모든 방송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가

서초동 세모녀 살인 사건입니다.

5억의 빚을 모두 갚고도 6억이상의 재산이 있는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처자를 죽인 사건... 상대적 박탈감. 엘리트 푸어. 이런 말이 세간을 장식합니다.

이 뉴스를 들으면서, 저와는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저역시, 상대적 박탈감에 자유롭지 못해서 일 것입니다.

 

서초동 그 사람은 여러모로 저보다 좋은 조건이었지만,

2년여 지속되는 실업과 5억대출을 받아 2억7천만원의 주식 투자 손실이 있었지만,

대출을 다 갚아도 6억이란 재산이 있었는데도

이를 잘 쓰지 않고, 귀하고 귀한 자식과 자신의 반려자를 죽이고,

스스로도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만약 저사람의 위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저라면 가족을 죽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말이죠...

저는 우선 서초동 집을 정리했을 것 같습니다.

서초동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에서 나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 돈으로 서울 근교나 지방으로 내려가면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2억원 정도에 집을 사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일부 사용하고,

일부는 향후를 위한 수입원 창출에 노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저 서초동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 볼것 같습니다.

(지극히 제 관점에서의 생각입니다.)  

 안 1. : 지방으로 이주(자산 6억)  

1) 집구입 : 2억

2) 집안 식구와의 여행 : 5천만원

3) 당분간의 생활비 : 월 200 * 36개월 =7200만원

4) 잔액 : 6억 -2억- 5천만원 - 72백만원 = 2억 7천 8백만원.

약 2억 7천만원으로 수입원을 창출 : 가령 소소한 주식 드레이드, 농작물 재배 펜션 혹은 국도변 이쁜 커피집 운영 아니면 국도변의 편의점 운영.

 

안2. 자산 6억

1) 남미로 이주

2) 집세(월세)와 생활비로 월 3백만원 * 3년 =1억 8백만원 (잔액 3억9천 2백만원)

3) 사업시작 : 동네에 가게를 얻어서 서울에서 수입한 제품을 판매.

 

안3. 자산 6억

1) 동남아시아로 이주

2) 집세와 생활비로 월 3백만원 확보 * 5년 = 1억8천만원( 잔액 3억 2천만원)

3) 3억 2천만원으로 게스트 하우스 운영.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마도 저 서초동 사람이 제 이야기를 들었으면,

너따위랑은 수준이 맞지 않아서 말 못하겠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저는 절대로 자식이나 와이프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생각을 안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48이고, 와이프와 자녀가 있고, 빛이 5억이지만, 총 자산이 11억, 순자산이 6억이 있는 상태에서,

실직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면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요?

 

서초동 저분의 처지가 된다면,  태사랑 회원 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실지  

살짝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물론 가족을 죽이고 뭐 이런 선택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은, 세상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저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 의견을 들으면서, 본인의 생각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깊이를 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 Comments
K. Sunny 2015.01.08 12:05  
물론 저라면 결코 저런 선택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제가 저 사람이었다면 - 이라는 가정 하에.
저는 1번도, 2번도, 3번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며 선택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만한 자산이 있는 부유한 사람이라면 내가 있는, 내가 존중받고 살던 (고개 쳐들고 살던) 사회를 버릴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겠죠.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실체적으로 보이던 상태에서 앞이 보이지도 않는 거지꼴 (상대적) 이 됐는데 여행은 왠 말이고 이주는 왠 말입니까. 저 사람은 자신이 있던 그 자리에 서야만 하는 사람이거늘.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하층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가족살해 및 자살을 선택한 것만 봐도 말입니다.
다시 같은 계층으로 즉각 에스컬레이터처럼 수직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느꼈으므로 삶을 포기한 것이고, 저 사람이라면 같은 상황에 다시 놓이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같습니다.

정말 거지같은 것은 다 죽여놓고 정작 자신은 두려워서 죽지 못한 것.
근데 그 사람은 또 그럴 것 같아요, 리플레이를 해도 '자신의 자존심, 체면때문에' 가족을 다 죽이지만 '그 자존심보다는 자신의 생명줄은 결국에는 더 중요함을 마지막에 느껴' 자기만 살아남아 숨쉬는..

creep 이라는 노래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쇼닉 2015.01.08 16:37  
전 묘하게 그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실업자가 된 것도, 주식을 투자해서 큰 손해를 본것도,
번아웃되어서 처자를 죽일 그럴일은 없겠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떨어져 가난해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습니다.
물론, 주변이 절 어떻게 보는가? 학교, 친구, 친척, 전 직장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해서는 꼭딱지만큼의 관심도 없고,

대학입학과 더불어 상경해서, 나름 대학졸업하고 취직하고, 가정을 일구고, 집도 장만했으면
시골촌놈치고 성공했다라는 생각을 하고있지만...

만약, 회사에서 밀려나가면 어떻게 하지
만약 일상적 생활비가 모자라거나 떨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처자식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교육시키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숨막힐 것 같은 사회의 경쟁도 이젠 지쳐가구요.
그러다 보니, 저 사람이 잘했다 못했다를 평하기 앞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민이 같다고 그 고민의 끝이 같지는 않지만말이죠....

묘한 동질감.
그래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저렇게 궁지에 몰렸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고 말이죠
울산울주 2015.01.08 22:07  
이 사건의 가장인 아버지는,
자기까지 자살한 후에 세상사람들이 자기 가족들에 대해서
무어라고 떠들고 평가할까도 생각해두었을 겁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자기는 당장 죽지 못했지만
자기도 함께 죽으려고 했던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자녀들이라고 생각됨.

이 아버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난한 딸들의 삶,
장차 일어나게될 두 딸의 구차할 삶을 아마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속된 말로,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자...

결국 판단은 아버지가 했고 자식들은 막거나 피할 방법이 없었고.
애초에 이 가족을 이룬 가장이 자기의 가족을 정리한 것이죠.

이런 처절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기까지
그가 수백, 수천 번 고뇌했으리라고 봅니다.

살인의 행위는 처벌하고 비난해야 맞겠으나
이 아버지의 개인적인 판단에 우리가 선악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sarnia 2015.01.08 12:59  
저 사건을 보면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는 이유가 과연 뭘까 생각해 보면,,
더 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더 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겠지요.

근데 자살을 결심한 진짜 이유는 의미와 희망이 안 보이는 현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낯선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당연한 말이겠지만요.

낯선 상황도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 한 겨울 추운 물 속에 몸을 던졌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래서 급히 물 속에서 빠져나오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을 겁니다.

그 순간 비로소 뭔가를 깨닫고 엄청 후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와 딸을 죽인 행위를 말이죠.
자살을 포기하고 뜬금없이 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누가 자기를 대신 어떻게 좀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지요.

저 사람에게 아내 통장에 3 억이 남아있었건,  자산 - 부채가 6 억이건,, 그런 것들은 아무 의미도 없었을 듯 해요. 

50평생,,  안정된, 비교적 변화가 적은 생활에만 익숙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실직과 3 년 내리 실패의 연속이라는 생경한 경험앞에서 좌절해 버린 것 같습니다.
남은 돈 몇 억으로 다시 뛰자는 의욕도 에너지도 자신감도 모두 소진되어 버린 거지요.

저는 제가 만일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했을지 잘 모르겠기도 하구요.

그냥,,, 고인이 된 저 사람 아내와 두 딸의 남은 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쇼닉 2015.01.08 16:42  
번아웃신드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기진맥진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상태....
대부분의 남성들이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사회에 나가면 이 번아웃 신드롬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것이 우울증이나 기타 등등의 정신적, 육체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전 아직 40초입인데, 번아웃 선고를 받았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도전하지 못하는 상태....를 겪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사실 진짜 번아웃이 아니라, 약한 홍역과 같은 번아웃입니다.
60이 되기 전에 번아웃을 경험한 저로서는 사실 60이후의 번아웃이 두렵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홍역을 한번 않고나니, 두려운 것도 별루 없구요.
그래서 만약 막장에 몰린다면 저는 외국으로 나가던가 지방으로 나가던가의 선택을 생각했었는데
Sarnia님 말처럼, 그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절망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6.25의 폐허속에서 살아남고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다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데,
사는데 넉넉해 보여도 이 희망이라는 것을 빼앗기면, 이런 비참한 종말을 겪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필리핀 2015.01.08 14:27  
언론에 보도된 것을 다 믿지 마세요

때로는 부풀려지고

때로는 감추어지기도 한답니다...
쇼닉 2015.01.08 16:52  
그렇지요.
필리핀님... 서울에서는 태사랑 모임 하지 않나요? 정모나 번개 같은거말입니다.
걸산(杰山) 2015.01.08 19:36  
글 쓴 사람이나 댓글 단 사람 누구라도 '다'  믿자고 한 사람 있나요?

다 안 믿고도 대충 분위기 파악만 하면 충분히 여기서 서로 주고 받는 거
큰 문제 생기지 않을 텐 데.

괜히 국어 문법 따지거나 무슨 유권해석 하듯이 할 필요 조금도 없을 거 같아요.
이야기의 맥은 '상대적'이라는 거 같아요.
지구별행성인 2015.01.08 18:49  
최진실이 돈이 없어서 자살했을까요?
그 상황에 빠지면 그럴수도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저 역시 어떤 상황에도 가족을 죽이지 않을거라고 굳게 생각하지만 홀로 착각에 빠져 가족이 나를 싫어한다. 내 돈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고 그렇게 믿게되면 배신감이 엄청나겟죠.
11억을 스스로 번 사람이 저보다 더 약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그만큼 강한 마음이 지쳐버릴만큼 힘든 상황이었겠구나 추측할 뿐입니다
걸산(杰山) 2015.01.08 19:41  
저도 제가족 세 식구 다 죽인 걸 두둔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저런 사람이 저렇게도 되는구나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세는 고사하고 월세로 사는 사람도 있을 거고,
몇 억은 고사하고 단 돈 몇 천 만 원도 꿈이나 꿔 볼 사람도 부지기수 일 텐 데;

몇 억이나 자산가치 이미 가지고 있고 나이도 젊은 데도
그런 나쁜 겨정을 한 게 - 이해를 못 할 측면도 없지는 않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자기가 누려온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된지 너무 오래일 테고,

앞으로 남은 건
저 밑바닥이라고 보여지는 절벽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여겨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쇼닉 2015.01.09 10:44  
저는 걸산님 생각에 공감합니다.
현재의 위치보다 너 나은 위치로 갈 수 있다라는 것( 희망 )은, 사람을 어떻게해서든지 살게하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것( 절망 )은, 사람을 죽게도 만듭니다.

서초동 그분과 저는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제가 실직을 하고, 당황하여 담보대출로 주식투자라도 하고, 그 주식투자가 실패하여 서초동 그사람과 같은 처지가 된다면....아니 이럴 확율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서,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정말 고민을 하게 됩니다.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봤을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살인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 서초동 그사람은 특이한 예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모두 잠재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는 위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Pole™ 2015.01.09 21:02  
1등만 살아남고 그러기를 강요하는 사회,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사회가 낳은 비극인것 같습니다.
서초동 그 양반이 진작에 배낭여행도 해보고 힘든 일도 겪어봤더라면 쇼닉님처럼 1,2,3번 등의 대안을 선택했었을지도 모를텐데 말입니다.
고구마 2015.01.10 09:07  
그렇게 절망적이고 자괴감이 들면 자기만 죽든지 할텐데....어떻게 세명의 생을 끊을수가 있는지 뭔가 의아한 일입니다.
걸산(杰山) 2015.01.10 12:10  
그렇지요. 하지만 요즘 이 사건을 두고 자주 튀어나오는 말이 바로 '인지장애'도 있더라구요.

이번에 가족을 죽인 가장과 그 가족의 구성원(식구들)인 와이프이자 아이들 엄마,
그리고 두 딸은 엄연히 독립적인 인격체이고 별개의 사람인 거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보통의, 아니 대한민국에서 적지 않은 가장들은 많은 경우
가장인 자신과 가족들을 하나로 인식한다고 하잖아요 - 잘못 알고 있는 인지장애 상태.

그러니, 자기가 앞으로 지금과 같이는 못 살고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자신과 가족들은 다 같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저로서도 그걸 상상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정말 동의할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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