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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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Robbine 22 370

아버지

 

김용욱 (신흥고 2년)

 

 

우리집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어오는
머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자기를 무척 닮은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펴주고는 지친 몸을 방바닥에 부립니다

    
아침, 그는
덜 깬 눈을 부비며
우리 형제를 학교라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허름한 지갑 속에서
몇 장 안 되는
구겨진 종이돈을
살점처럼
떼어 줍니다
 
그리곤 그는
일자리로 가서
개미처럼 밥알을
모으며 땀을 흘립니다
 
그러기를 20 여년ᆢ
지칠 때도 되었는데
이제는 힘부칠 때도 되었는데
 
오늘도 그는
작은 체구에 축 쳐진 어깰 툭툭 털고는
우리에게 주름진
웃음을 보이지만
 
머슴 생활 너무
힘겹고 서러울 때
우리에게 이따금씩 들키는 눈물 방울
 
그속에 파들파들
별처럼 떨고 있는
남은 가족의
눈방울들
 
그 머슴을 우리는
아버지라 부릅니다
아버지!     

 

==============================================

 

전라북도 교육감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카톡으로 받았는데,

회사에서 눈물 쏟을 뻔 했어요.

 

제목이 스포일러라는것만 빼면 정말 훌륭한 시인것 같아서 소개해요.

 

 

덧) 머슴은 여자도 있다는 사실.. 회사생활 힘든 요즘 제 이야기 같아서 더 그랬나봅니다.

 

 

22 Comments
queenst 2014.11.05 23:35  
이 시가 정녕 고2 작품인가요? 어쩜.  저도 여자 머슴이에요ㅠ_ㅠ
Robbine 2014.11.06 23:18  
저도 저게 고2의 작품이란 사실에 너무 소름돋았답니다
울산울주 2014.11.05 23:55  
시적인 기법은 상투적이고 미숙하나
주제를 포착하고 묘사하는 시인의 재질은 장래성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의 시로는 탁월해보입니다.
고 최인호 같은 천재를 바란다는 것이... 무리겠죠.
Robbine 2014.11.06 23:19  
콕 찍어 말할 순 없지만 읽을수록 첫 문장에서 말씀하신게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래도 순간순간 나오는 소름돋는 표현력 덕분에 처음 읽을 때는 충격적이었어요
디아맨 2014.11.06 09:36  
저런 아버지가 없어서 부럽고..
저런 아버지가 못됄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Robbine 2014.11.06 23:19  
토닥토닥.. 두 번째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윈디걸 2014.11.06 09:45  
가슴이 저려오네요..아버지를 사랑하는 맘이 글자 한자한자에서 느껴집니다
Robbine 2014.11.06 23:20  
저도 그래서 울 뻔 했어요 ㅠㅠ
참새하루 2014.11.06 11:43  
ㅎㅎㅎ 많이 울컥했습니다
저런 효자 하나 두었으면
머슴 20년도 헛 산것은 아닌듯
Robbine 2014.11.06 23:20  
음.. 아직은 머슴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고 싶어요.
jindalrea 2014.11.06 12:38  
댓글  흔적만~~~
내용은 패쑤! 안울껴~~~~~~
Robbine 2014.11.06 23:21  
맞아요. 울지 말아요~ 울고나면 너무 센치해져서 힘들어요
잡초야 2014.11.06 13:26  
고등학생이  쓴 시라고는  믿기어려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시군요 !!!  40-50살 되어야 어렴푸시 깨닫을수 있을것같은데... 어쨌든  훌륭한 시 한편 감상한  느낌----
Robbine 2014.11.06 23:22  
저도 많이 놀랬어요.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을것 같은 인재죠?
후니니 2014.11.06 15:35  
휴~

모두 내둥지에서 떠나갔습니다

나를 아빠라 부르던 녀석들이..
Robbine 2014.11.06 23:22  
마음은 여전히 둥지에 남아있을지도 몰라요. 든든한 아빠 밑에..
뮤즈 2014.11.06 19:26  
저런 자식을 둔 아버지는 정말 행복한 분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모두들 힘내시길~
Robbine 2014.11.06 23:23  
그럴까요?
뮤즈 2014.11.07 15:27  
한줄짜리 코멘트로 짧게 쓰니  오해할수도 있게 썼네요 ㅎㅎ
중간에 "머슴치고는" 이라는 단어를 넣어어야하는건데...

우리 주변에 저런 머슴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자나요
그런데 자식들 조차 그 노고를 몰라주는 사람 또한 너무 많거든요.
나또한 어린 시절 그랬었고 ...ㅜㅜ

머슴없는 세상을 꿈꾸며..............
Robbine 2014.11.07 18:47  
저도 꿈꾸며....
사회는 전쟁터다. 혹은 정글이다. 라는 표현이 너무나 뼈에 사무치는 하루하루를 보내니 이 진부한 표현이 얼마나 훌륭한 표현이었는제 새삼 깨닫게 되네요.
시골길 2014.11.06 22:42  
울 아부지도 저러셨단... ㅠㅠ
저런 아버지가 되지 못할 것을 알기에....솔찬히 마음이 아프네요.. ㅡ,.ㅡ
Robbine 2014.11.06 23:23  
토닥토닥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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