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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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로빈

Robbine 35 674

끔찍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약자는 살포시 뒤로 가기 눌러주세요.

비위가 약하신 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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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제가 끝내주는 김치찌개를 끓였어요.

물론 한 사람이 한 번 먹을 양으로 맞추진 못했지요.

그래서 오늘 저녁에도 또 먹었어요.

 

단톡방에 자랑사진을 올렸다가

고기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듣고 나서

오늘 저녁 퇴근길에 어제 산 고기의 두 배를 사들고 집에 와서 다시 끓였지요.

 

혹자는 이것 때문이라고도 하시던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숟가락을 뜰 때 마다 한 가득 들어있는 고기가 비린거에요.

그래서 두 숟가락 겨우 먹고 못먹었어요.

 

사실, 좀 비려도 전 잘 먹어요.

고기니까요.

이미 먹방아이디로 각인된 듯 하니 숨기지 않을게요.

 

근데 오늘은 참.. 못먹겠더라구요.

 

낮에, 직업적 특성상 굉장히 끔찍한 일을 했거든요.

사실 전에도 많이 했던 일이라 오늘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었어요.

실험동물을 처분하는 일이었어요.

오늘따라 수가 많았어요. (개인적인 경험 기준. 지금 하는 일 기준.)

평소에는 실험을 하고 남은 수만 처분하면 되었지만,

오늘은 실험 할 지도 몰라서 미리 준비해둔 애들을 처분해야 해서

좀 많았거든요.

 

투명한 안락사 챔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안락사 시켜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도 권장되는 방법 중 하나에요.

가장 단시간내에 고통스럽지 않게 안락사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하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챔버 방법을 좀 더 선호(?) 했었어요.

이것도 굉장히 빨리 끝나거든요.

손 끝으로 전해지는 느낌도 없고...

 

여튼, 지금 있는 곳에서는 이 방법으로 해요.

근데 이 이산화탄소 챔버라는 것이 투명한 통이에요.

그래야 실험동물이 완전히 안락사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근데, 얘네들도 알거 다 아는 애들이에요.

가지고 나갔던 케이지가 되돌아 들어오지 않으면, 불안해해요.

그러니, 이 투명한 통 안에 친구들을 넣고 차례로 나오는걸 보는 애들은 얼마나 공포에 떨까 싶은거에요.

소설에서 가끔 나오는 죽음의 냄새라는거.. 진짜 있는거 같아요.

사람이 못맡을 뿐이지, 애들은 다 알더라구요.

 

그래서 좀 많더라도, 한 번에 모든 개체를 다 넣고 안락사 시키는게 낫겠다 싶었어요.

보지 않고는 모르실거에요.

케이지에 과도하게 많은 개체를 넣었을 때, 그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쩌면 그 방에 베어있는 불길한 냄새를 맡아서 일수도 있겠지만요.

 

그렇게 불안해하는 애들을 한꺼번에 챔버에 넣었어요.

밸브를 잠그고, 이산화탄소를 넣었어요.

그 순간 제가 실수했다는걸 알았어요.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안락사 될 때 까지의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던거죠.

물론 큰 차이는 없었어요.

20초냐 1분이냐의 차이일 뿐이었죠.

그렇게 오늘 60마리의 작은 생명을 안락사 시켰어요.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요.

 

일을 마치고 나와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60번 했어요.

불교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절에 다니시니까 매년 제가 죽인 애들을 위해 등을 달았거든요.

 

그렇게 점심시간 직후의 일을 끝내고 저는 다른 일을 하며 그 모습을 잊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김치찌개의 고기를 씹는 순간, 제가 그 마우스를 씹는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정말로 먹을 수가 없었어요.

 

퍼놓은 밥을 오래된 김을 반찬삼아 꾸역꾸역 먹고 나서도

뭔가 개운치 않아서

지금은 술을 마시고 있어요.

쏘주를 추천받았는데, 집에 없어서 평소 마시던 달달한 와인으로 대신하고 있어요.

 

전에는 달달한 와인이라서 마셨는데,

지금은 술이라서 먹어요.

 

어제까지만해도, 술은 기분이 나쁠 땐 먹으면 안되는거라고 생각했어요.

기분나쁠때 먹는 술은 독이고, 그렇게 마시고 취하면 추하게 주사를 부릴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알겠어요.

왜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는지를.

 

이 씁쓸한 뒷맛이 왜 이리 달콤하고 개운하게 느껴지는지..

취하려고 마시는 것도 아니고, 잊으려고 마시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순간 제가 가장 거부감없이 목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이 이 술 한 잔 이네요.

 

 

 

직업적 특성상, 트레이닝을 받을 때도 죽은 동물을 많이 봤고,

돼지 잡고 저녁에 돼지고기 파티를 한 적도 있었어요.

트레이닝 첫 해, 첫 번째 경험 이후엔

죽은 동물과 먹을 것을 잘 구분하여 입맛이 상하는 일은 전혀 없었죠.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오늘 왜 이리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네요.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 이젠 좀 더 정확히 알 것 같아요.

 

 

 

덧붙이기) 이 글로 인해 실험동물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일어난다거나, 쟁점화되어 큰 파장이 일어나는걸 원하지 않습니다.

업계 종사자로서, 저희도 생명 귀한줄 알고, 재미로 죽이지 않습니다.

생명이 아무리 평등하다고 한들, 인간의 생명 >>>>>>>>>>>>> 동물의 생명 이라는 것은 현실입니다.

화장품업계에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원료로 이름만 바꿔서 신제품으로 내놓으면서 시장판매 허가를 위해 하는 소비적인 동물실험 이외에,

신약개발 등을 위한 동물실험까지 반대하시고, 저를 비난하시려는 분들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백신 한 번 맞지 않고, 알약 하나 드시지 않은 분들이라야 떳떳하실 겁니다.

 

 

 

 

 

35 Comments
앙큼오시 2014.10.23 00:15  
토닥토닥..........
Robbine 2014.10.23 19:49  
코맙.. (열 자 쓰래)
본자언니 2014.10.23 00:25  
우리 로빈이 다컷네^^*우린 이제 진정한 삼xx임 ㅎㅎ
Robbine 2014.10.23 19:49  
진정한 삼겹살? ㅋㅋ 못먹은지 오래됐네. ㅋ
본자언니 2014.10.23 22:21  
삼십대..ㅎㅎ
Robbine 2014.10.25 21:28  
음.. 드립이 먹히지 않았군.
본자언니 2014.10.25 23:04  
ㅎㅎㅎ 나도 호도파이~
Robbine 2014.10.25 23:28  
올래? ㅋㅋ
queenst 2014.10.23 00:26  
아이고. 넘 힘든 하루였겠어요.  오랜만에 반가운 아이디라서 들어왔는데 참.....어려운 일을 하시는군요. 제가 해드릴수 있는것도 이것밖에는.....토닥토닥
Robbine 2014.10.23 19:50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세요~
디아맨 2014.10.23 09:26  
정말 힘드셧갯어요......
Robbine 2014.10.23 19:50  
이번엔 왠일인지 특히 좀 그러네요.
sarnia 2014.10.23 10:08  
https://www.youtube.com/watch?v=71C8DtgtdSY

게리 유로프스키같은 죄파 anti-speciesism 운동가들이 로빈님 글을 읽고 백신이나 치료재 문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넘 궁금합니다. 난 speciesism 문제에 대해 제 의견을 말하지는 앉지만 말이죠 ^^
Robbine 2014.10.23 19:53  
5분 까지 보다가 멈췄어요. 한 시간 가량을 더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네요.
종차별주의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네요.
언젠가 생명의 크기나 피의 따뜻한 정도가 생명의 가치와 비례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긴 했었죠.

게리 유로프스키에게 궁금한건, 그럼 당신은 뭐 먹고 사슈?? 풀도 생명이 있는데. 뜯으면 아플텐데?
그리고 당신 가족이나 친구들도 당신처럼 사나요? 가까운 사람들도 설득 못할 정도면 애먼 사람 괜히 피곤하게 하지 마슈.

넘 "sarcastic" 했나요??
참새하루 2014.10.23 10:17  
이글로써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냈으면 하네요
인간으로 태어난, 쥐로 태어난 숙명이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요
로빈님 제약회사 실험실에 근무하시는가봅니다
Robbine 2014.10.23 19:55  
재미있는 학문이었지만, 직업으로 삼을 일은 아닌가 싶긴 해요.
이 일 오래 할 수 있을지....
페이퍼 웍만 하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적어도 내 눈엔 안보이니까.
역류 2014.10.23 11:28  
생화학을 공부해서 간혹 쥐 개구리를 해부하고 뼈발라내고 한 적이 있는데, 그럴 때 마다 속으로더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Robbine 2014.10.23 19:56  
제가 스스로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던건, 저 나무아미타불을 외는 동안 그것이 그들을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함이었다는걸 너무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거에요.
냥냥 2014.10.23 15:00  
힘내세요...
Robbine 2014.10.23 19:56  
고맙습니다.
뮤즈 2014.10.23 16:20  
예전에 어디에선가....실험용 동물들을 위해 1년에 한번 추모식(?)같은걸 하는 기념일이
있다고 들었던것 같아요.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인지 외국에서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로빈님 직업 특성상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히 많겠네요.
그래도 잘 견뎌내세요~! 화이팅~!

그렇지만 혼자서 술을 드시는건 안좋은거니까 가급적 자제하세요~!!
술이나 음식이나 여럿이 다 같이 먹는게 최고랍니다~!! ㅋㅋ
Robbine 2014.10.23 19:59  
수혼제 말씀하시는거군요.
날짜가 같은지는 모르지만 국내에서도 매년 한답니다.
대게 절을 하곤 하는데, 저는 유교국가의 후손답게 아랫사람에게는 절을 하지 않는 풍습을 받들어 절은 하지 않았었어요. 뒤에서 고개 숙이고 묵념만 했어요.
귀찮다고 빠질 수 없는 행사였죠. 빠지면 마음이 찝찝할거 같아서.

오늘은 저녁메뉴가 아이스크림이에요.
다음에 술이나 음식 함께 해요~ㅋㅋ
낙슥사 2014.10.23 22:30  
트라우마가 큰 업무를 하시고 계시네요. 그 생명들의 희생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그것에 위안을 삼으시길 바래요.
Robbine 2014.10.25 21:29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낙슥사님도 힘내세요!
앨리즈맘 2014.10.23 23:41  
힘내요  그런  일들을 해주시는 분들덕에  신약 계발로  수많은인명을 구하고 있으니깐요  토닥 토닥
Robbine 2014.10.25 21:29  
고맙습니다ㅡㅜ 몸은 좀 어떠세요?
호루스 2014.10.24 00:36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근데 심장이 돌이 되지 않으면 참 많이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Robbine 2014.10.25 21:30  
그러게요. 조금씩 무뎌지는것 같다가도 갑자기 이렇게 예민해지기도 하고,
너무 무뎌지는것 같으면 사람이 그래선 안될거 같아 일부러 무뎌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래요.
jindalrea 2014.10.24 13:20  
로빈..아..로빈..
그냥 주섬주섬 들었는데..많이 아팠구나..
정말 속이 상했구나.. 힘 내자.. 토닥토닥..
Robbine 2014.10.25 21:32  
네 종류의 베이커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찌짐도 두 종류 할거구요,
감자스프와 파스타, 양상추 샐러드 준비되어 있습니다.

밤막걸리, 맥스 스페셜 에디션, 까를로 로씨도 있어요.

다 드시고 가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뮤즈 2014.10.25 22:15  
헉~! 이건 또 무슨소리래요??
두분이 또 접선하시나요? 허허~

네종류의 베이커리라면....음....
붕어빵.황금잉어빵.국화빵.단팥빵 ==요 4가지인가요? ㅋㅋㅋ
Robbine 2014.10.25 22:34  
브라우니, 브라우니치즈레이어, 치즈케익, 호두파이 입니다.
오실래요?? 음식은 많은데
jindalrea 2014.10.27 15:34  
새 냄비에 새 후라이팬.. 로빈의 마음에 감동감동..
냄비째 긁어 먹은 감자 스프.. 로빈만의 로제 파스타와 와인..
브라우니 케이크, 치즈케잌, 호두 파이..
(시중에선 살 수 없는 맛! 능력이 되믄 사진이라도 투척할터인디..)
고기전에 밤 막걸리.. (진짜로~~)먹다 지쳐 잠이 들다.. 깨어 다시 먹다 왔다는..
로빈의 손 맛..쵝오!!
뮤즈 2014.10.27 19:47  
로빈님 요리실력이 일취월장했나보죠?? 와~~~~
이제 시집가도 될듯하니 진달래님이 참한 신랑감 한명 소개해주세요 ㅎㅎ
Robbine 2014.10.27 22:18  
언니가 맛나게 드셔주셔서 저도 뿌듯했어요 ㅋ

뮤즈님~ ㅋㅋ 저 원래 잘해요 ㅋㅋㅋ 는 농담이고,
아켐언니의 가르침을 받아서 베이커리는 ㅎㅎ 괜찮았죵ㅋㅋ

대부분의 제 요리는 근본없는 대충대충 레시피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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