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걷는 법....
제목을 쓰고 보니 너무 거창해 맘에 안 들지만 좋은 표현이 안 떠올라 우선 이렇게.
오늘 아침 테레비에서 본 건데요,
퇴근길 도심의 오피스가에서 독신의 남성을 붙잡고
평소 자주 가는 나만 아는 식당에서 나홀로 저녁식사 하는 모습을 찍는 포맷이었어요.
수십 건 거절 당한 끝에,
겨우 동반촬영을 허락한 40대 남성이 집과 반대방향의 전차를 타고 가서 들어간 식당은,
5천~6천원 정도 가격의 메뉴가 거의 50 가지 이상이나 되는 아주 허름한 밥집이었어요.
좁은 장소에다 손님에게 방해된다고 카메라 안된다는 주인할머니를 한~참 설득해서
겨우 촬영허가를 받았어요. 그 남성 혼자만 앵글에 담는다는 조건으로.
맥주 한 잔 곁들인 한 시간쯤의 식사시간이 끝날 무렵
가게손님들은 다 떠나고, 이윽고 주방에서 홀로 나온 조리사가!!
얼굴에 나이와 거의 걸맞는 주름이 새겨진, 88세의 할아버지 였어요. 우리식 나이라면 90 이지요.
할머니왈 "이것도 이제 2,3년밖에 안 남았어요"
할아버지 "내년쯤 천국에 갈 거니까..."
손님 웃으며 "이런 말 들으면, 그렇지요.. 할 수도.., 그럴리가! 할 수도 없고 곤란해요"
잠시,
경건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우리집 식구는 40년 사무직을 정년퇴직한 연금생활자 입니다.
정말 아는 게 없어 여행을 가도, 예산, 목적지, 경로, 수단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티켓, 숙소, 먹는 것
전부 제가 하고 그냥 뒤에서 가방 들고 따라오기만 합니다.
앞서 가는 제가 실수를 하면 그대로 따라 실수합니다.
작년에는 치앙마이에서 바이크를 타다 큰 판단 미스로 앞서 가던 제가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대로 사지에 따라 들어오는 겁니다. 바보!! ㅠㅠㅠ
두 달 전 집 근처에 큰 슈퍼가 오픈해서 개점스텝을 모집했어요.
40년 근속, 정년퇴직을 무기처럼 내세우며 게으름을 피우더니
드디어 반복생활이 무료해졌는지 매장청소직에 지원하러 가는 겁니다.(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라)
나이가 있는지라 기대도 안했는데 오픈 스텝을 대거 모집하는 덕에 묻혀서 채용 되었고.
오후 3시간, 시급 8천2백원,,,주 4일...지난 주부터 시급 8천4백원으로 승급.
책상물림만 하고 살아온 터라 가벼운 육체노동을 즐거워 하더군요,
한 동안...어디만 가면 먼저 청소상태를 지적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근데,
12월 치앙마이티켓은 5월에 이미 발매한 상태라 11월말까지의 한정된 일이었는데,
며칠 전 그만두고 싶다는 식의 발언을 슬그머니 내뱉더군요...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ㅜㅜ
오늘 새벽청소 담당에게 대역을 부탁받아 새벽 일찍 나간 사람을,
아침 테레비를 보고난 다음 기분이 고양되어서 마치는 시간에 자전거 앞에서 기다렸어요.
맥에서 모닝을 하면서 88세 할아버지 이야기를 했지요. 감동이 전염이 되어
둘이서 존경심을 마구마구 표했어요. 내년에 천국행이 될지는 88세 할아버지나 50~60대 우리나
모르긴 마찬가지야... 나이를 핑계 삼아선 안된다..등등...
이로서 11월 말까지 최선을 다해서 청소기를 돌릴 걸로..(제생각)
부모님과 여행가시는 여러분...
부디, 50대 부모님을 모시고 가지 마시고 함께 가세요.
5~60대는 아직 뭐든 가능한 나이랍니다.
뭐든지 부모님과 역할과 책임을 나누면
부모님도 그냥 따라가는 것 보다 하나하나를 더 즐길 수 있으실 거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