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분 여사 폭행사건
며칠 전, 형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돌아다니는 나그네라고나 할까~”
평상시 같으면 첫 번째 멘트가 이렇게 시작되기 마련인데,
그날은 사뭇 달랐습니다.
다짜고짜 변호사 좀 소개해 달라더군요.
“보통 선임비용이 얼마냐?”
“그야 사건에 따라 다르지.”
“폭행사건의 경우에.”
“삼백삼십 정도. 근데 왜?”
형이 제게 들려준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형수의 여동생(한말분 여사입니다)이 인천에서 떡집을 하고 있는데
연세 지긋한 어떤 손님이 쌀 한 말을 맡기고 갔답니다.
주문받은 떡을 만든 다음 찾아가라고 전화를 했더니
한달음에 달려온 그분께서 성질부터 내더랍니다.
떡을 만들기 전에 전화를 해야지
다해놓고 전화를 하는 건 무슨 경우냐고.
혹시 쌀을 빼먹은 거 아니냐고 따지는 그분에게 한말분 여사가 한마디 했답니다.
“쌀값이 얼마나 한다고 거기서 빼먹겠어요. 더구나 동네 장산데….”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그분께서 한말분 여사의 뺨을 때렸답니다.
발끈한 한말분 여사, 바로 112에 전화를 했다네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분께서 달려와 멱살을 잡았고,
한말분 여사는 반사적으로 밀쳐냈답니다.
이윽고 출동한 경찰이 화해를 권했지만 두 사람의 태도는 완강했답니다.
두 사람 모두 병원에서 진단서까지 끊었답니다. (상해진단서는 일반진단서와 가격이 다르다는 거 아시죠?)
“이전투구밖에 안 돼.”
“그 여자가 먼저 때렸는데?”
“누가 먼저 때렸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냐. 진단이 문제지.
지금 고소하게 되면 그쪽에서도 맞고소를 하겠지.
그렇게 되면 약식기소 처분을 받는 게 일반적이야.”
“약식기소가 뭐야?”
“벌금 내는 거.
그리고 기소되기 전까지는 변호사도 필요 없어.
변호사가 할 일이 없거든.
고소하고, 조사받고 하는 일에 변호사를 대동하는 건
아주 큰 사건(당연히 수임료도 엄청난)이나
그들을 부릴 능력이 되는 재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야.”
“방법이 전혀 없다는 거야?”
“너 얘기는 그쪽만 벌금을 물릴 수 없겠냐, 이거 아니야?”
“그렇지.”
“제분회사 사모님처럼 돈을 왕창 쓸 각오만 돼 있다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문제는 그럴 능력이 안 된다는 거지.”
억울하다고 생각되겠지만,
그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대가를 지불할 자신이 없다면 접으라는 제 말에
형은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법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요즘 세상은 투명인간처럼 사는 게 장땡입니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