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이야기
1993년인가 94년인가 하여지간 군제대하고 여름방학때 놀러간다고 여비 마련하느라 2주간 알바를 뛴적이 있죠.
하루 일당 2만원(시급 환산시 2천5백원), 12일간 일해서 24만원.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놀러가서 풍족하게 놀수 있는 금액.
지갑공장이었는데 여름철이 성수기라 알바를 쓴다고 하더군요.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지갑이 많이 나가는지라, 수출하려면 여름에 다 만들어 놓아야 한다더군요.
아줌마 20여명, 여학생4명, 남학생 4명, 그외 공장 관리자 남자 2명 정도의 영세한 규모였죠.
공장에서 지갑을 만드는게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완성품 지갑과 포장지를 가져와서 조립하고 그걸 대형박스에 넣어 테이핑하고 쌓아놓으면 트럭이 와서 실어가는 포장 공장.
여학생은 앉아서 지갑 속지를 넣고 소박스에 포장하는 일이고, 남학생은 대형 박스에 넣어 트럭 상차하는 일이었죠.
아줌아 20여명은 여학생들과 동일한 작업.
며칠 지내면서 친해지다보니 아줌마들과 점심 시간에 이야기하다보니....
남학생 시급 2500원, 여학생 시급 2000원, 아줌마 시급 1400원.
네, 제 입장에서 봐도 굉장히 불합리했죠.
아줌마들이나 우리나 모두 비정규직(?) 특히 여학생과 아줌마는 동일 업무, 숙련도나 생산성은 아줌마들이 절대 우세, 그런데 아줌마들 시급은 형편없죠.
바로 다음 날부터 파업이 시작되더군요.
머리띠 두르고 구호 외치는게 아니라 그냥 일을 안할뿐.
남자 관리자들 급당황, 사장에게 전화 돌리고 난리가 아님.
여학생들은 일함. 남학생들은 아주 소량의 박스만 포장, 상차온 트럭도 대기.
점심 시간이 지나니 파업이 풀리더군요.
아줌마들에게 물어보니 시급 1800원으로 조정했다는군요. 반나절만에 사측에서 무려 28.57%나 되는 임금 인상을 들어줄 수 있었다니....그간 회사는 얼마나 인건비를 후려쳐 왔던 것일까요?
왜 2000원이 아닌가 했더니, 말 그대로 성수기라 약간 더 비싸게 사람 급히 투입한다는 회사측 설명과...우리 같은 못배운 아줌마가 학생들하고 같은 대접을 받을 수가 있겠어? 라는 자조섞인 대답.
지갑 포장하는데 가방끈 길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임금 차별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던 젊은 시절에 가슴 한구석이 뜨끔하고 저렸던 기억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학력 차별을 하고 있겠지요. 그 대상이 제가 아니라서 모르고 있을뿐.
오늘 웹서핑하다가 고졸학력 차별이라는 포스팅을 보고 문득 20년전 기억이 떠올라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