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전담하는 요왕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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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6 15:34
우리가 결혼한지가 올해로 16년에 이르기도 했고(조금 있으면 20주년이라니. 세상에....)
그동안 이사도 좀 다니고 해서 사실 결혼초에 장만한 살림살이는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살때는 나름 고심하면서 장만한것들이지만 세월이 바뀌면서 완전 구닥다리 취급받게 되는 것들...자동응답 유무선 전화기 비디오 오디오 등등은 이미 지난세기에 벌써부터 안쓰게 되었고요.
신혼때는 한껏 발랄하게 가장한 목소리로 자동응답전화기에다가
- 여기는 **랑 ##의 집입니다.~ 우리는 부재중이오니 메세지 남겨주세요~ - 라는 엔서링도 닭살돋게 녹음하곤 했는데 , 원치도 않게 청각테러 당했을 몇몇분들을 생각하니 사실 상당히 미안하네요. -_-;;
그외 가구류도 이사하다 보니까 여기저기 찍혀서 스티커 붙어서 내놓고
그러다 보니 뭔가 사긴 사야되는데 저는 예나 지금이나, 집은 훤하고 탁트인 느낌이 최고야!! 라는 주의라서
도통 뭔가를 사질 않았거든요. 뭔가 장식되어 있으면 다 고이 접어서 서랍에 넣는 편일지도...
우리집에 온 사람들은 보통 2가지 반응인데
살림연차가 좀 되신분들은 - 아우. 집이 훤하네. 우리도 짐 좀 줄여야 되는데. 같은 평수라도 넓어 보인다.- 라고 좋게 평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사로 인해 집을 내놓을때 집보러 온 사람들에게 아주 평이 좋았어요. ㅋㅋ
아마 이분들은 집에 짐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장점으로 보이는듯 하고요.
사실 대부분 지인들의 솔직한 평은 - 아니 . 오늘 저녁에 야반도주라도 하는거야. 뭐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 -
또는 - 아무리 그래도 쇼파도 좀 사고 액자라도 걸고 하면 좋을텐데... 근데 가족사진도 없네. - 그러긴 해요.
요왕은 이런 캐릭터인 저랑 사는동안... 이런식으로 살다가는 평생 바람 휘휘부는 들판같은 집 분위기에서 탈출할수 없겠다고 나름 깨달은건지 자기 스스로 야금야금 살림을 장만하는데
요근래 들어서 산거는 대부분 제 잔소리를 피해 홀로 심야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장만한것들이에요.
그러니 저는 다음날 아침에야 알게되는데, 으흠...제 취향과는 아무 상관없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고르고 고심하는 과정이 없어서 편하긴하네요.
오늘 배송되어진건 전기 컨벡션 오븐인데 이것도 요왕이 사고난 담날에서야 알게 된것...
그저께 밤에 출출해져서 뭐라도 좀 데워 먹을라고 전자렌지 가동했더니, 버튼이 안눌러져서 홧김에 인터넷으로 당장 질렀다나봅니다. 내가 누르면 잘 눌러지던데 말이에요.
그리하여 덩치가 상당히 큰것이 주방 한구석에 떡하니 자리잡고는 있는데, 도데체 이걸로 뭘 해먹어야 될런지 모르겠어요.
집에 오븐 있으신 분들... 정말 잘들 활용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