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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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다녀왔습니다

후니니 28 883

인도...

너무도 오랬동안 벼루었던 여정이였습니다

한달여....

 

많은 여행기와 인도관련 사회,역사 서적을 탐독하며 마치 전쟁터로 가는 병사의 마음으로

인도로 떠났습니다

 

떠남은 언제나 설렘이 앞섰으나 이번만은 뭔지모를 두려움과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마치 빙빙돌아가는 세탁기속처럼 어지럽게 머리 속을 휘졌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드디어 내린 인도의 밤...훅하는 인도의 공기 그리고 수백개의 큰눈동자들..

시내로 가는 밤열차안의 풍경은 생소함과 나를 향안 호기심의 눈길에 안절부절 했습니다

 

금고문을 연상시키는 숙소 문의 잠금장치를 열고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샤워후 침대에 누워 빙빙돌아가는 천정팬을 보니 그제서야 내가 인도에 온 것을 실감 했습니다

 

인도의 장거리 침대기차,

손으로 먹는 남인도 밀즈,

400여km를 10시간이상 가는 2+3열의 시외버스,

 

온갖 짐승들과 장사치,여행객,걸인, 쓰레기,뒤엉킨버스들..시외버스 스탠드풍경에

익숙해지는 2주가 지나자 저도 그들과 같이

 

음식 쓰레기는 짐승들 준다는 핑게로 차창밖으로 던지고

여럿이 몰려 뒤돌아서서 다리벌리고 서있는 남정네들과 같이 방뇨하고

 

예정에 없이 갑자기 떠나는 버스앞에서 그들과 같이 조급하게 짜이 한잔 마시고

튀긴빵인 뿌리한접시에 커리뿌려 허겁지겁 먹는 인도인 사이에 있는

검게탄 저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수행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나를 영혼의 안식처로 데리고갈 영적지도자들은 또 어디에 있는 걸까?

 

왜 현실속의 내주변 인도는 파리떼처럼 끊질기게 강매하는 장사치와 숙소,릭샤 삐끼

어린아기를 안은 여자걸인과 어린아이 걸인, 늙은걸인들만 보이는 걸까?

 

내가 본 여행기 책의 저자들은 인도를 다녀오기는 한걸까?

왜 그책속의 인도와 내가 보고있는 인도는 다른 것일까?

 

3주가 지나자 내주변엔 그많던 삐끼와 걸인들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숙소 주인이 내 여권을 보더니 위아래를 훌터보길레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물으니 네팔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타박에 매일 목욕탕출근으로 인도를 지우고 있습니다

가기전 읽었던 인도 여행기를 새삼 뒤적이며 피식 웃습니다

 

<인도단상>

산넘어 있다는 파랑새는 산넘어 가보니 파랑새는 없고 나와 같이

파랑새를 쫒는 사람이 살더군요

 

PS

적지않은 나이인지라 체력을 걱정했지만

채식식당 종업원들의 무한리필 밥통과 커리통이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탱큐 인도

 

 

28 Comments
강미노짱짱맨 2014.07.22 17:25  
필력이 좋으십니다. 왠지 저도 한번쯤은 인도여행 가보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
후니니 2014.07.22 17:36  
과찬이십니다
Robbine 2014.07.22 18:54  
후니님이닷!!!
저도 어릴적엔 인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몇 건의 사건 사고 후 인도는 가면 안될 나라로 인식중이에요.

저는 강미노님과는 달리 글을 읽으니 역시 가면 안될 곳이구나 싶으네요 ㅋㅋ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글도 반갑고요~
후니니 2014.07.22 20:54  
로빈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강철여인의 면모를 여러글로 보여주셨는데
인도는 로빈님에겐 여러가지로 넘사벽으로 다가갔군요

2주만 지나면 대부분 여행객들이 무뎌지는 걸 봤답니다
저도 그랬구요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다가 결론입니다

다만 사기꾼.도둑님,악질삐끼,추행남같이 기피대상은 인도라서가 아니라
어디나라든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늘 기생하는 족속들이라 생각해요

전 인도가 이젠 기피대상에서 편하게 태국가듯 갈 수 있는 나라의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Robbine 2014.07.22 23:13  
기나긴 점이 왜 슬프게 느껴지지요..?

저는 인도보다는 일단 대만부터 시급합니다~ ㅎㅎ
프로젝트 성공 기원해 주세요~~
후니니 2014.07.23 11:50  
점이 로빈님을 슬프게 했군요. ㅠ ㅠ

대만프로젝트가 궁금해요

저한텐 대만이 의외로 흥미있는 곳이였었어요

가깝고,같은 중국인이지만 대륙과는 너무 다른 모습도 그렇구요

아뭇튼 성공을 기원합니다
Robbine 2014.07.23 12:17  
태국보다 오히려 대만 향신료가 더 쎘던거 같아요. 대만에서는 현지식 도시락 입도 못댔으니.. 중국은 안가봐서 모르지만요.
이번에 간다면 음식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취두부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성공 자신은 아직 없네요 ㅋㅋ
헬로키티짱 2014.07.27 02:24  
네...여자분은 안가시는게 나을것 같아요;;;;; 남자분은 괜찮을지 몰라도
narak1 2014.07.22 20:09  
[산넘어 있다는 파랑새는 산넘어 가보니 파랑새는 없고 나와 같이 파랑새를 쫒는 사람이 살더군요.] 완전히 공감합니다.
기대를 안고 인도에 갔다가 인도,인도사람들 정말 징하다며 흉보다가 더 정들어버린 곳이었어요.
묻어 둔 기억을 꺼내주셨네요.
후니니 2014.07.22 20:59  
오훗....명언이십니다

<흉보다 정들어버린 곳....>

환상같은 기대를 제공한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쑤거덩 2014.07.22 22:40  
인도...... 인도......인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네요.

2004년 가을과 2005년 봄에 걸쳐 6개월 사이에 세 번 갔었네요.....
8박 9일 두 번, 14박 15일 한 번.....

그리고나서 잊으려고 노력하며 몸부림 치다가
어찌어찌.... 여태껏 잊고 살아왔는데....
님이 내 가슴에 불을 지르네요...에휴...^^

산너머 산다는 파랑새는
그 파랑새는.... 인도에 다녀오고 나니
오롯이 내 가슴속에 남아 깔딱 깔딱 마른 숨 내쉬고 있더이다.

덕분에 인도를 추억하게 되어 파랑새는 고마웠어요...
후니니 2014.07.23 11:34  
제가 졸지에 방화범이 되었군요  ㅎㅎ

10년전 인도가 정말 궁금합니다
먼지 2014.07.23 09:47  
차있는 잔은 비워야 되고 빈잔에는 새 술이 채워지는 법
뭐 이런거 아닐까요

인도에가면 싫튼 좋튼 비워지게 되는데.
.그러면 빈자리에 새로운게  채워지게 되고..

고로 파랑새는 술이고 오늘은 가믐에 단비가 내리니 파랑새를 잡으러 갈까나..ㅎ
후니니 2014.07.23 11:40  
술...

인도에서 술이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더군요

저도 애주가인데 인도 술집의 우울한 분위기에 본의 아니게 금주하며 한달을 지냈답니다

70년대 통금위반자 가두어놓은 경찰서 유치장 같았습니다

여러군데를 못봐 편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술취한 사람을 백안시 하는 건 맞는 것 같았습니다
jindalrea 2014.07.23 18:35  
후니니님~~
집에 가서 컴퓨터로 댓글 달아야지..하다가
맨날 까묵어 핸드폰으로 적고 있어여~~^^;

인도..왠지 수염 덥수룩..안경 너머의 따신 눈동자로
쉬어 가고 앉아 주무셨을 모습이 그려집니당~~

건강 좋으시져? 전 감기로 크게 고생했어요..
모쪼록 즐거운 추억..꺼내놓기 아쉬운 장면들 고이 정리하시어 담에 더 들려주세요~! 이왕이면 사진도!!
ㅎㅎㅎ
후니니 2014.07.23 19:55  
그렇군요..더운날씨에 감기로 고생하시다니...
로빈님이랑 여럿이서 대만 여행하신다구요

대만 여행계획 이야기 듣고싶어요
후니니 2014.07.23 19:49  
안녕하세요 달래님
덕분에 인도여행 무사히 마치고 왔답니다

수염이야기에 사진 공개합니다


후니니 2014.07.23 19:53  
여행막바지 무렵 마두라이
스리 미낙쉬 사원안에서 셀카랍니다
윈디걸 2014.07.23 20:50  
인도..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겐 꼭 가봐야할 곳!인데...
아..여장부라 자신하는 저인데..인도 무섭네요 ㅠ
가보지도 않고 무섭다고 단정짓는거 정말 어리석은데..
용기가 안나네요 ㅎㅎ 인도 음식 진짜 궁금하고 짜이도 궁금한데 말이에요 ㅠ 부럽습니다 ㅠㅠ
후니니 2014.07.25 14:37  
결코 무서운 곳은 아닙니다... 하하하

짜이...커피도 아니고 홍차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것이
하루에 5~6잔을 홀짝이게 하는 이상한 마력을 가진 음료수지요

무엇보다도 인도인들과 가깝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더 좋았답니다
땡깡 2014.07.25 01:43  
아 ~~~ 간만 입니다 ~~~
만나뵌적 이 있나 ??

인도 ..... 86년 배낭여행 첨 간곳 이 인도 입니다 .....
5주.... 참 많은것을 생각 하게됐고...

5주 여행 끝나고 태국 스톱오버 했을때 그환희.. 그리고 넘넘 깨끗해서
마치 천국 같은 기분 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인도 하면  다른건 다 적응하고 넘어 가는데
길가 에 있는 무수한 지뢰ㅠ.ㅠ.ㅠ
그것만는 적응 이 안돼더라구요 ㅎㅎㅎㅎ

언젠간 길위 에서 만날날 있겠지요 ㅋㅋㅋ
후니니 2014.07.25 14:37  
안녕하셨어요

미얀마 여행기는 많이 봤습니다
헤헤헿ㅎ 2014.07.25 02:26  
인도...너무좋아서 또 가고싶던 곳인데 부럽네여
고구마 2014.07.27 11:45  
저는 인도여행 다녀오고 난뒤에 인도에 대한 낭만적인 감상은 완전히 다 사라져버렸어요.
다른 여행자분들은 힘들었던 여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인도로 갈 날을 계획하고 계신분들도 많으시던데.....
저같은 경우는 - 한번으로 족하다.- 라는 것으로 끝을 맺게되었습니다.
그래도 참 강렬한 경험이긴 했어요.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서 짜이 홀짝이면서 타지마할을 보는건...진짜 멋있는 경험이긴 하더라구요.
후니니 2014.07.27 13:07  
강렬한 경험...공감100%입니다

여자분들에게 인도란 전사의 용기를
요구하는곳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런데 여행자들에겐 인도가 마치 남자들의 병역의무처럼
느껴지는 건 저만일까요

안가면 소외될 것 같고
가자니 낯설고 힘든게 맘에 걸리고

아뭇튼 저로선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습니다
수라야 2014.07.27 13:45  
저는 인도를 2003~4년경에...6개월여정으로 다녀 왔었어요.
(반년이라고 하면 긴 시간 같은데 6개월이라하니 별로 길지 않은 시간 같네요.ㅎ)
인도의 첫인상은....
입에서 피흘리며 뭐라뭐라 말하던 택시 아저씨와(그게 피가 아니란걸 나중에 알았죠.)
오줌 냄새로 진동하던 캘커타 수더 거리.
앉아서 오줌 싸고 있던 인도 남자들...
입으로는 'Yes'라고 대답하면서 고개는 'No'라고 까닥거려 혼란스럽던 그들과의 대화...

인도를 떠날땐 '이곳을 그리워 하는 일은 절대 없을거야!'싶었는데...
지금은 그곳으로 다시 간다는건 무서워 못하겠으면서 한편으론  많이 그립기도 해요.

지금도 짜이 마실때 일회용 토기를 사용하나요?
짜이 다 마신 후 그 그릇을 바닥에 탁~! 깨뜨리곤 했더랬는데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네요.

후니님의 글을 읽고 나니 예전의 인도 생각이 납니다.
후니니 2014.07.27 16:00  
6개월...대단하십니다

저한텐 1달도 힘들었는데

그렇죠 yes싸인...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좌우로 흔드는게 아니고

머리위를 꼭지점으로 시계추처럼 진자운동형태로 살짝 실짝 흔들더라구요

짜이..전 여행내내 입에 달고 살았는데 잔은 

재떨이같은 받침이 있는 스텐레스잔과 유리컵잔

그리고 일회용 종이컵도 쓰더군요 토기잔은 못봤습니다
쇼닉 2014.07.28 13:58  
[수행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나를 영혼의 안식처로 데리고갈 영적지도자들은 또 어디에 있는 걸까?]

인도여행이라면 아직도 구도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강한 것은 아마, 인도=영적인 땅 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아닐까요. 저도 이런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현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가난에 찌든 땅일 것이라는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는 첫걸음부터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 땅이라고 하고, 제 주변의 인도 체험자들은 하나같이 인도예찬론들이라, 과연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늘 궁금했고, 그 궁금증에는 구도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 실상을 잘 알게 해주시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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