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육미집 재오픈!!!
“원래 그 집이 꼬치구이로 유명했잖아요. 처음엔 냄새에 끌려서 갔는데 값이 저렴해 자주 가게 됐죠. 한창땐 일주일에 서너번씩 다녔어요.”
서울 종로의 직장인 임동환(53)씨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의 15년 단골집은 지난해 2월17일 밤 술 마시던 손님이 지른 불에 30년 역사와 함께 잿더미가 됐다. 아쉬움을 달래던 임씨에게 얼마 전 ‘그 집’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친구와 한달음에 달려갔다. 임씨는 24일 “다시 일주일에 서너번씩 간다”고 했다.
하룻밤에 빈 소주병 500개를 내놨다는 ‘전설’의 육미집이 돌아왔다. 원래 자리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 255번지에서 한 구역 떨어진 을지로1가 네거리 한 빌딩 지하에 4월 문을 열었다.
육미집은 자리에 앉으면 ‘무한 리필’ 공짜 어묵탕을 준다. 퍼주는 인심과 갖가지 저렴한 안주에 끌린 직장인과 서민, 학생들이 단골을 삼았다. 화재 직후 육미집이 폭삭 주저앉은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며 안타까워하던 이들에게 ‘육미집이 돌아왔다’는 소식만큼 반가운 일도 없다.
가게 이름은 모래집, 염통, 은행, 키조개 관자, 참새, 돼지고기 등 ‘6가지 꼬치의 맛’에서 따왔다. 참새구이·홍어회·참꼬막 등 40여가지의 다양한 안주를 내놓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불나기 전 주말이면 650석을 꽉 채울 만큼 인기가 좋았다.
사장 김진태(60)씨는 아내와 함께 종로에서 이어폰 손수레 장사를 해 번 돈으로 1991년 육미집을 인수했다. 원래 육미집 앞 골목은 부부가 장사하다 잠깐씩 쉬던 곳이다. 가게 앞 손수레를 치우라던 육미집 원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다 친해졌고, 나중엔 아예 가게를 넘겨받았다. 김씨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노점상 단속이 심해지자 방배동에서 잠시 포장마차를 했는데, 이때 익힌 메뉴가 지금 육미집 특유의 다양하고 저렴한 안주의 밑바탕이 됐다.
“원래 어묵 백반을 팔았어요. 한데 만들어놓은 국물도 남고 어묵도 남다 보니 그걸 기본 서비스로 내놓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어려웠던 시절인데, 4000원이면 꼬치 2개에 어묵탕, 소주까지 먹을 수 있었죠.”
애써 키운 가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설비투자금 증빙에 애를 먹어 보험금도 적절히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문을 연 육미집은 규모가 예전의 절반 크기로 줄었다. 김씨는 ‘육미 본점 재건’을 다짐하고 있지만, 피맛길도 사라진데다 한 대기업이 개발할 예정이라는 육미집 옛 자리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