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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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Race

마빈 9 488
인생의 낙이 점점 TV Program이 되어 안타깝지만,
요즘 내 인생의 낙은 리빙TV에서 하는 "Amazing Race"(시즌1인것같군)를 보는 것이다.
11개의 팀이 노란색 봉투의 지령에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하는 게 이 Amazing Race의 방식이다. 내가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게 그들이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였는데, 지금은 인도와 네팔을 거쳐 태국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2명이 한 팀이고 팀은 어떤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고, 선착순으로 코스별 결승점에 도착해야 한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팀은 자동으로 탈락, 탈락 되면서 레이스는 강자만이 살아남고 경쟁의 열기가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어제는 태국의 해변(!)가를 찾아가 암벽등반을 하고 카약을 타고 동굴에 들어가 스노쿨링 장비를 들고 치킨 포인트 바닷속에서 지령을 찾아내는 코스였다. (이렇게 얘기하면 별 볼일 없어보이지만, 나는 두 손에 땀을 쥐고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레이스에 살아남은 4개의 커플이 여실히 보여주는 "관계의 허약성"이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 관계로 정확하지 않다)

1. 제임스&폴 (대학친구/변호사)
현재 약진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친구사이인 변호사다. 백인이고 잘생기고 건장하다. 모든 걸 너무너무 잘한다. 수영도, 암벽등반도, 카약도, 달리기도 택시잡는 것도 모두모두 싹싹 해나간다. 둘이 크게 감정대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 다급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언제나 선두그룹이었다. 전형적인 부유한 백인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타입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믿는다.

2. 프랭크&마가리타 (부부/별거중)
흑인 부부로 지금은 별거중인데 함께 레이스를 하고 있다. 나는 이들이 이 게임을 끝내고 이혼을 하지 않을까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들의 관계는 암벽등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프랭크 : 이봐, 거기가 아니라고..! 다리에 힘을 주고, 손을 옮길 수 있는 곳을
찾아봐. 아냐아냐, 좀더 잘 할 수 없어? 거기가 아니라고~~!
마카리타 : 입좀 닥쳐, 당신이 시끄럽게 구니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쟎아!

3. 롭&드루(대학친구)
대학친구로 아마 둘 중 하나 혹은 둘다 경찰관인 것 같다. 내가 보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팀웍이 그런대로 좋았는데 어제는 역시 가관이었다.
롭 : 니 뚱뚱한 엉덩이때문에 배가 침몰하겠어
드루 : 무슨소리야 이 130킬로짜리 햄버거 덩어리가.. !
이런 류의 대화가 난무하였다.

4. 조&빌리 (게이커플)
51살이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레이스 중반에 다른 팀에게 피해를 주는 비열한 짓을 한것 같다. 그래서 다른 팀이 이들을 이기려고 기를 쓰고 있고, 그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들이 가장 정신적으로 강한 결합을 하고 있는 팀이다. 지령이 담겨 있는 노란 봉투는 물속에도 있고 나무위에도 있고 때로 동굴속에도 있는데 여러번 그 나라에서 종교적으로 추앙받는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커플은 무릎을 꿇고 합장하곤 한다. 암벽등반도 이들에게 힘들었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평하였다. "우리는 서로의 장단점,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서로를 보완하죠. 때로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지는 일을 파트너가 해내는 걸 보면... 마음깊이 감동을 느낍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특히 배낭을 짊어지고 심신이 지친 마당이라면 상대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주어진다. 그것은 평소의 모습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극한 상황에 다다랐을 때 상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이고 솔직한 모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싸운다. 연인이든 절친한 친구사이이든 엄마와 딸이든 어떤 관계이든지 사람들은 서로를 할퀴게 되고 아마 평소라면 상상도 못한 괴물의 모습을 상대로부터 느낄 수 있다.
살아가며 여행에서 겪는 어려움보다 훨씬 더 극한 상황,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텐데... 그럴 때 모두들 절대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독설을 퍼붓고 상대를 정신적으로 목조르게 될지도 모른다.

Amazing Race를 보며 그들이 가는 그 세계곳곳의 장소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오래되어 말라 비틀어진 과자부스러기처럼 산산조각나는 그들의 '관계'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인간이란 또는 그들의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인생이 허무해진다.
9 Comments
Teteaung 2003.05.27 13:46  
  가끔 주변인에게 여행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는데 <br>
그럴 때 마다 위 글에 있는 순간이 올까봐 겁이 나서 <br>
거절을 했지요.
우유가 좋아 2003.05.27 15:29  
  우와,,,저도 이거 굉장히 재밌게 보구있는데~ >.<  아프리카 오지에서 하는 서바이벌 프로도 있고~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오호..조 빌리 커플,,진짜 안좋죠..ㅡㅡ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서 더티플레이를  하더라구요~ 둘만 괜찮다면 다른사람은 어떻게 되는지야 전혀 신경안쓰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렇게라도 해서 1등을 꼭 해야겠다면 머 할 말이 없지만.. <br>
 저도 여행준비를 하면서 얼결에 친구랑 같이 하게 될뻔했는데..참 겁이나대요.. 서로 상처만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땜에^^*
풋타이깽 2003.05.27 16:21  
  번역한 글인가요? 아니라면 상당히 공들인 글이네요. <br>
한국에서도 직업인들이 저런 여유를 가질 기회가 있을까나..
레아공주 2003.05.28 00:45  
  헉..이거 전에 끝난건뎅....난 누가 일등인지 알지렁
레아공주 2003.05.28 00:47  
  아..조엔빌리 커플이 남에게 해될짓을 한게 아니구염... 남에게 도움을 안줘서 그런거져.... 잘못한건 없어여...사실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팀의 도움을 당연히 바라는 다른팀들이 이상하던데여
우유가 좋아 2003.05.28 04:51  
  남에게 도움을 안준게 나쁘단게 아니라요. <br>
<br>
중요한건 생각해주는척 하면서 일부러 거짓정보를 흘리고..의도적인 더티플레이를 했다는게 나쁘단거죠..내가 본거만 몇번인데ㅡㅡ;; <br>
그래서 그 커플만나옴 이번엔 누가 희생양이지? 라고 생각까지 했는데,,ㅡㅡ  (이건,,좀 오바인가-_-?) <br>
<br>
글구 제가 보기에는 다른팀들이 당연히 도움을 바라는게 아니라 경기를 하다보면,, <br>
흐름에 따라 그룹이(물론 일시적이지만) 자연스레 조금씩 나눠지잖아요. 서로 얻고자 하는게 일치할때 일시적 동맹을 맺어서( 자기팀에 마이너스가 되지않는단 전제하에) 도움을 주고받고 하는것 같던데.. <br>
글쎄요.. <br>
제가 잘 못 본건가요? 아님,, 보는사람에 따른 시각차인가요?
나니 2003.05.28 10:28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죠....점점 안좋아지는 커플과...서로 더 이해하는 커플...집에서 같이 보면서 난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생각해 봤는데....
마빈 2003.05.29 08:52  
  친구가 시즌 1의 승리자를 알려주며 매우 애통해 하더라구요.. 그러게... 이왕이면 백만불이 꼭 필요한 커플한테 가면 좋았을텐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앤빌리는 항상 커플티를 입고 다니더군요..
효니얌..^^ 2003.05.29 16:38  
  아 이거 봤어여..쩝 부럽기도 하구 <br>
뭐끝난거봤는데 쩝...별거중인 부부 안타깝더군요 <br>
그래도 싸우면서 정을 느끼는 관계가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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