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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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 손

Teteaung 1 406
친구 집에 갔다가 월간지를 읽었다.
생각 나는 점이 많길래 여기에 옮겨 적어 봤다.
나도 인도에 가 봤고 바라나시를 기억하고 인도기차를 타면서 이동했기에 느낌이 더 와 닿았다.
그 동안 스쳐간 수 많은 여행자들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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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 손 (월간 해피데이스 2003 6월호 맨 뒷쪽 글)

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3등 열차안이었습니다.
집시 차람의 두 남녀가 슬리퍼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내 맞은 편 좌석에 퍽석 앉았을 때 나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오래 씻지 않은 두 사람의 몸에서 참기 힘든 냄새가 났습니다.
여자는 만삭이었고, 허름한 입성 사이로 뱃살이 삐져나왔습니다.
아무리 여행이 좋다지만 저런 행색으로..... 쯧쯧, 나는 속으로 혀를 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우에 상중하 세개씩 붙어 있는 침대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을 때, 그가 자리를 바꾸자고 했습니다.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윗자리를 내어주고 가운데 자리에 누웠습니다.
남자는 내 위 상단에 자리를 잡았고 여자는 맞은편 자리 맨 상단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리에 누워 고개를 돌린 채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녘, 열차가 어느 중간 역에 도착하여 잠시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꿈속인 듯... 한동안 나는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침대와 침대 사이에는 1m 쯤 공간이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팔을 내밀어
상대방의 손을 꼭 붙든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두 손의 모습이 세상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며칠 몸을 씻지 않았다고 해서, 냄새가 나는 싸구려 식사를 한다고 해서
조금 거칠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두 사람의 영혼을 한 없이 폄하한
낮의 시간들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평가할 수 없는, 한 없이 깊고 따뜻한 시간들이
지상 위에 있습니다. 그 시간들의 꿈 속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고 우리가 잃어버린
작은 꿈들을 생각하기도 하지요.
날이 완전히 밝아올때 까지
나는 그 두손을 보고 또 봤습니다.

글 -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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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필립K 2003.05.26 22:39  
  아름답습니다... <br>
제가 어릴적에는 감수성이 참 만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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