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동안 방콕네번-
케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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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30 05:50
왠지 인증샷을 찍게 되는 마분콩!
10월에는 백투백이라고 하여 방콕 갔다가 베이스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또 방콕 다녀오는 스케쥴이었고,
(유럽에서 동남아 가는 승객이 많아서 방콕만 하루에 네번 있다고 해요 ㅎㅎㅎ 맞나? 두번인가 ㅡ,.ㅡ?)
이번달은, 월초에 스테이 (17시간) 짧게 하나, 그리고 어제 돌아온 하노이 트랜짓을 끼고 있는 2박 3일짜리 스케쥴-
이렇게 다녀왔는데, 제가 요새 향수병 포텐이 터져서 매달 오프때마다 집에 밥먹듯이 가는 것도 부족해서,
(그나마도 자리 없어서 맨날 튕기는지라 오사카 찍고 열두시간 걸려서 돌아오고 뭐 그러고 있지만요 -_-;)
이번에는 한국에 계신 아빠를 방콕으로 오시라며, 티켓을 보내서 방콕에서 대망의 부녀상봉이 있었습니다.
도하에서 방콕까지 여섯시간, 서울에서도 여섯시간- 딱 중간지점이라 부담도 없고, 체류도 길어서
아빠랑 맛난거 먹고 놀기 딱 좋겠다 싶어서 와주십사~ 땡깡을 부렸는데, 저보다 외국어도 훨씬 잘하시고
여행도 더 많이 하신데다, 심지어 태국에서 오래 일하셨음에도 불구하고...전 왜그렇게 아빠가 걱정이 되는지,
비행전에 브리핑 들어가서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더니 사무장이 저 보고 너 뭐 슬픈일 있냐고 -_-;;;;
아니 그게 아니라 이번 비행에 아빠가 오실건데 그냥 걱정이 되서- 라고 말해놓고도 집중해야지 하면서
비행 내내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던 것 같아요. 출발부터 딜레이되서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어진것도 불안했고;;
밀서비스 할때도 응 우리가 프리타타랑 치킨라이스가 있는데 있지도 않은 피쉬라이스 드립을 치고...
보드카 좀 줄래 하는데 왠지 진토닉을 말고 있고 (이건 내가 마시고 싶어서인가...)
다른 크루들이 너 정신나가있을때 귀엽긴 한데 제발 정신좀 차리라며 ㅋㅋㅋㅋㅋ (귀엽다니 다행 -_-...)
여튼 그렇게 한시간 반이나 늦어서 호텔에 도착해서 극적으로 아빠를 만나고, 밤 늦은 시간이라 차이나타운가서
다이어트는 잊은채로 비아씽이랑 맛난 씨푸드 폭풍흡입하고 돌아와서, 아빠가 면세점에서 사오신
위스키랑 쎄븐에서 사온 안주 집어먹으면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었어요 ㅎㅎㅎ
말이 수다지 원래 한국에 있을때도 아빠가 워낙에 얘기를 잘 들어주셔서 혼자 막 줄줄 얘기하지만요 ㅋㅋㅋ
해외베이스인 항공사 다니면서 맨날 외국으로만 돌면서, 늘 호텔방에 혼자 앉아서 (누워서?) 핸폰 붙잡고 어디
수다 떨어줄 사람 없나- 하고 세계시간 확인해보고 누가누가 안자려나, 하는 생활에 분명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왔는데 앉아서 라이브로 얘기 들어주는 사람 있으니까 그게 얼마나 행복하던지...
한국에서 일할때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누가 말 걸면 기분 안좋을땐 짜증 확 내고 자버리고 그랬는데,
아빠가 피곤하셔서 자꾸 꾸벅꾸벅 조는 모습에 "아빠 벌써 자? 안돼!!!" (새벽두시) 이러고 있는 저도 웃기고ㅋㅋ
넓은 집에 룸메랑 둘이 살면서 누가 비행 가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무 기척도 없이 휑 하기만 한 집이 늘 쓸쓸하다고 느꼈었는데, 방콕에서 아빠랑 밥먹고 수다떨고,
하노이 트랜짓 비행 가는 아침에 우리딸 잘다녀와- 하면서 배웅받고 돌아와서도 기척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는게 이렇게나 행복하고 안심이 되는 일인지 예전에는 몰랐는데, 참 좋더라구요.
일상적인 일들이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환경이라는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늘 외로움이 밀려들어서,
정신적인 텐션을 항상 높게 유지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긴장이 풀려서 평소에 늘 제대로 못자는 제가
아빠 코고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완전 숙면을 한거 있죠 ㅋㅋ 이 무슨 익숙함이 주는 정서적 안정인가요 ㅋㅋㅋ
하노이턴 다녀와서 그날 저녁엔 아시아티크 나이트마켓 구경가고, 담날은 씨암에서 쇼핑하고-
딱히 특별한 일들을 하지 않아도 그냥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 거기가 집인거 같은 그런 느낌 있죠.
방콕은 갈때마다 이젠 너무 편해서 세컨홈같다는 얘길 많이 하는데, 이번엔 그냥 진짜 홈 같았어요 :)
씨암파라곤에서 눈에 확 들어오던 완전 귀여운 아이스크림 ㅎㅎㅎ
물론 다시 베이스로 돌아오던 어제 저녁엔 아빠랑 호텔로비에서 빠이빠이 하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뭐 어리광 맘껏 부린 반향이라 생각하는걸로? 맘 굳세게 먹고 다시 일하는거죠!
엄마는 워낙 바쁘셔서 같이 못오셨는데, 중간중간에 딸, 아빠랑 재밌냐는 질투어린 메세지를 자꾸 ㅋㅋㅋ
혼자 있으면 하루종일 아무말도 안하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고, 처음 가보는 곳이면 의무적으로 돌아다니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그냥 호텔방에 처박혀서 영화보거나 책읽거나 뭔가 굉장히 비생산적인 상태인데...
오랜만에 뭔가 많이하고 많이 웃으니까 좋은거 있죠. 원래 좋아하던 방콕씨티에 좋은 기억, 하나 더 생겼어요 :D
근데 다음달엔 방콕이 없네.....이런 종류의 재앙을 맞이하며 로스터에 나와있는 상파울루(브라질)를 보고
멘탈이 가루가 된 느낌......편도 15시간....ㅋㅋㅋ 상상도 안되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죠.
지금도 역시 주니어지만, 일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는 가보고 싶은 나라 위주로 스케쥴을 신청하다가,
1년이 다 되가는 지금은 (시간이 벌써 -_-) 친구들 있는곳, 만날 사람 있는곳! 이게 가장 우선순위가 되네요.
이건 여담이지만 ㅋㅋㅋ 꼬꼬마때 짝사랑하던 오빠가 현재 베이징 거주중! 이란 얘기에 바로 스케쥴
신청해서 만나고 와서~? 크리스마스에 또 베이징으로 비행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얘긴 어떻게 될까요 ~_~ ㅋㅋㅋ 아빠가 너 담달에 베이징 있지, 아빠 갈까? 라고 물어보시길래...
안돼. 베이징은 안될거 같아 ㅋㅋㅋㅋㅋ 폭풍같은 수비? (딸자식 키워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가 넌 걔 만나- 아빤 혼자 놀거니까 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안된다고 안된다고 ㅋㅋㅋㅋㅋ
뭐 이래저래 나름 재밌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긴 한거 같은 요즘입니다.
다이어트 하는 애 맞냐는 잔소리와 함께 스웬슨 :DDD
써놓고 보니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거지? 아무튼 방콕은 여전히 덥고, 맛난거 많고...
갈때마다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오게 되네요. 히히히. :)
@Asiatiqu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