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분쟁조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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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분쟁조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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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글일 수 있지만, 이 곳에서 진행상황을 계속 이야기하여 마무리글도 남깁니다.
혹시라도 유사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으면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요.
(실제로 하나투어로 검색해보니 또 피해사례가 주루루룩.... 피해가 더 많아지면 안 되겠죠)
참고로 지난 번 정리했던 글은 모두 태사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왜 제목이 하X투어가 아니라 하나투어인가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홍길동도 아니고 하나투어를 왜 하나투어로 말하지 못하냐!!하는 마음과,
혹시나 비슷한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고자 정보를 검색하는데,
하X투어로 되어 있으면 검색이 안 될 것을 고려하여 하나투어로 명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또 명예훼손 신고가 되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헌법 124조에 명시되어 있는 소비자주권에 따라 정당한 소비자행동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여행불편처리센터 조정과정과 명예훼손게시물 복원신청에 대한 정리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을 2월에 다녀왔으니, 장장 3개월이 걸린 시간이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일전에도 이야기했듯, 길고 긴 여정을 거쳐 청와대 신문고에 해당 사안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였고,
여행불편처리센터의 중재를 받게 되었습니다.
여행불편처리센터와의 협업은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어르신들이고 신고자는 저이다보니 위임장 작성, 대리인 신청 등
행정적 절차가 늘어난데다가, 대다수의 일은 인터넷, 이메일, 팩스 등 온라인으로 처리되어
어르신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느려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전업주부이다보니, 정말 이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도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일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저야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고 온라인이 훨씬 편하게 느껴지니 문제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노인세대를 소외시켜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세대를 상대하는 행정기관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처리 비중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울러 2주일만에 연락해서 서류를 요청하면서 다음날까지 보내달라는 일이 많았습니다.
제가 생활을 하면서 그런 행정절차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런 문제의식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신고자가 협조적이지 않아서 일의 진행이 늦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2주만에 연락주고서는 이틀만에 답변한 저희한테)
심지어 서류양식이 없으니 자유롭게 보내라고 해놓고서는,
서류양식이 맞지 않으니 다시 보내라는 말도 하더라고요.
이 일로 인해서 가뜩이나 의기소침해진 어른들이 신고해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
다 여행사 편인 것 같다라며 걱정이 많으셨어요.
이 부분도 행정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 재고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이없는 일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그리하여 시간이 흘러 분쟁조정회의를 하니 참가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평일 오후 2시 30분부터 회의 시작이더라고요.
역시나 민원을 제기할 때에는 회사원은 참여가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일정이 있었지만 취소하고 참석했어요.
 
오히려 분쟁조정은 기대보다 좋았습니다.(기대가 너무 낮았을 수도 있고)
긴 테이블에 분쟁조정위원 5명이 앉아있고, 저희는 참관석(?)에 앉게 됩니다.
사랑과 전쟁 중간에 나오는 회의 보는 기분이었어요. ㅎㅎ
하나투어 관계자 2명과 저희측 2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네 명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는 내보내고 하나투어와 이야기를 한 후, 다시 하나투어 관계자가 나가고
저희 두 명이 이야기 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네 명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투어와 저희가 이야기를 하게 되는 시간은 없고요,
조정위원들이 질문하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된, 방콕에서 도대체 왜 못내렸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조정위원들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희도 이해를 못하겠으니 당연히 하나투어 관계자에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하나투어 관계자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_-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됐다나요?
그 순간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일말의 희망마져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사건의 진위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이잖아요?
그저 보상청구가 들어왔으니 최대한 적게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금까지 우릴 응대한건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정황을 물어봤고, 그 과정에서 조정위원들이 추리를 하면서 대화를 하시다가
단서를 찾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경유를 하면서 국내선 출구로 나와야 하는제 국제선 출구로 나왔고,
결국 방콕에서 출국한 것이 되어서 재입국을 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 거였어요.
아울러 그 외에도 정말 황당한 사건들이 많더라고요. 대화 내내 어떻게 그런 실수가 벌어질 수 있는가,
가이드의 경력이 도대체 몇 년인가 질문이...
 
하나투어에서는 벌써 그 가이드는 징계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전 그것도 살짝 이해가 안 됐어요.
아직 종료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어떤 근거로 징계를 했을까.
심지어 사실확인도 아직 안 돼있으면서 말이에요.
상황이 종료되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옳은 것 아닌가요?
징계할 건 빠르게, 보상할 건 느리게가 모토인 건가...
 
저희한테는 모든 잘못은 하나투어에 있지만,
하나투어가 그렇게 보상을 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양보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희는 "사과도 하지 않은 기관에 양보부터 할 수 있느냐"고 묻고,
"사과 한 마디 없이 말은 계속 바뀌는 기관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고 답했어요.
실제로 사건이 일어난 후 조정회의가 벌어질 때까지 하나투어로부터 단 한 통의 사과전화도 오지 않았습니다.
회의가 끝나고(회의 시간은 굉장히 짧았습니다. 30분 미만인 것 같아요) 나가는데,
솔직히 하나투어 관계자의 사과 한마디쯤은 있을 줄 알았거든요?
처음 만난 자리니까요. 그런데 저희를 보더니 피해버리시더라고요.
함께 간 어르신은 태도가 괘씸하다고 민사 진행하신다고 분노.
단순히 보상 때문이 아니라 선례를 제대로 남겨놓아야
다음에 유사한 피해가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컸구요.
이런 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렇지 무슨 고객을 적군 상대하듯 대하는지.
 
조정결과는 정말 빨리 나오더라고요. 다음날 바로 통보가 왔는데요,
여행경비의 50% 보상을 제안하셨더라고요. 물론 항공권 포함입니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하나투어는 처음 3박 5일 상품이니까 20%를 보상한다고 얘기했고
(이 얘기가 조정회의 중에 나왔는데 다들 웃더라고요)
항의하자 30%를 보상하겠다고 말했는데, 항공권은 여행상품이 아니라며-
 총 여행경비에서 항공권을 뺀 나머지 금액의 30%를 제시했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계속 분쟁이 이어지면서 신경쓰는 일도 너무 힘들어서
여기서 합의하는 게 낫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두 번째로 명예훼손게시물 신고.
아고라에 올린 글이 하나투어의 브랜드가치를 훼손한다고 명예훼손신고를 해서
글이 블라인드 처리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위에도 말씀드렸듯, 이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동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판정이 나긴 힘들것으로 생각은 됩니다만, 하나투어로써는 손해볼 일이 없잖아요?
약 한달 여 동안 이 글을 사람들이 못보게 할 수 있고, 신고자에게 심리적 위축도 주니까요.
아울러 개인과 대기업간에 피곤한 공방이 이어지면, 개인이 당연히 불리할 수 밖에 없잖아요.
(하나투어 법무팀이야 출근해서 일하는 거지만!)
 
이에 대해 게시물 복원신청을 하고 한국소비자원에 이러한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소비자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소비자원 관활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_-
그리하여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했습니다. 처벌 받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이 오더라고요. -_-
저는 대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소비자행동이 궁금했던 것이거든요.
합법적인 소비자운동이랄까요? 그리하여 다시 청와대 신문고에 문의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으로 민원이 이관되더라고요. -_- 참 씁쓸한 블랙코미디 한 편 이었습니다.
민원은 돌고 돌아 답변이 약 한 달만에 등록됐는데요,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_-
그 사이에 다음 고객센터에서 메일이 왔는데요, 해당 글에 대해 방통위에 접수하고자
신고자에게 연락했는데 답이 없어서 -_- 게시물 복원됐다고.
그리하여 다시 아고라에 들어가면 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_- 이게 뭔 생쇼인지.
 
이번 일을 통해 어른들 여행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달았으며,
노하우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게 성과라면 성과일까요?
어쨌든 소비자라는 작은 존재가 세상에 소리를 외치는 일은 정말 길고 지루하며 힘들 뿐 아니라
덧없는 경우가 많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슬프네요)
그래도 만약 누군가 유사한 피해를 받게 된다면 제가 힘이 닿는데까지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
 
그럼 혹시라도 이 글이 어떤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면서-
하나투어 분쟁조정의 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그 동안 리플로 힘내라고 격려해주시고, 좋은 정보도 알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안전여행하세요~~~~~ ^-^
54 Comments
jazzbass 2013.06.02 07:49  
하나투어 << 여행업계의 "남양유업" 입니다.
roomy 2013.06.04 14:48  
너무 무서운 말이에요 ㅠ
orbitz 2013.06.13 07:57  
고생하셨습니다. 50프로라니 기가 막히네요. 그정도 규모있는 여행사라면 전액환불하고 다음 패키지 여행권을 선물해서 이미지를 복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운항 크루즈에 문제가 생기면 처리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해야 한다고 봐요
roomy 2013.07.03 12:52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나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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