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쏘울이 필요할 때.
케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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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07:10
안녕하세요, 케이토입니다 :)
몇번이나 글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쓰다보니 도통 무슨 소린지 알수가 없어져서 ㅋㅋㅋ)
다시 맘을 고쳐먹고, 안부인사를 전합니다. 저 잘지내고 있어요 ㅋㅋㅋ
사실은 지난달에 인도에 처음 다녀오고 감격에 겨워서 두시간에 걸쳐 장문의 글을 썼었는데,
뭔가 잘못 누르고 쿨하게 날려먹은 뒤로 대체 무슨 얘길 해야될지 모르겠어서 그간 눈팅만 했어요.
음, 저는 무사히 트레이니 딱지를 떼고 여전히 비행 한달차 병아리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실 슬슬 익숙해져서 꾀를 부릴까 말까 하는 그런 미묘한 단계에 와있다고 할까요.
농담이고, 어디다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아, 좀 찔리지만 그런걸로.
도하에 온지도 어언 3개월, 사실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거나 한건 아닌데, 3개월을 꽉 채우고
일이 좀 익숙해진다 싶으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 곳에 익숙해져가는 만큼
생기는 마음의 반향. 향수라고 하기엔 애틋함이 살짝 부족한 가벼운 그리움이 찾아왔어요.
그 그리움이라는게 참 애매해서, 제 딴에는 아시안 쏘울이 필요하다고 정의 내리긴 했는데-
말은 그렇게 거창하지만 그냥 아시아 음식이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_-;
제가 다니는 회사 기준으로 말씀 드리자면 FAR EAST. 먼 동쪽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미친듯이
먹고 싶은데, 만들어 먹자니 귀찮고 ㅠㅠ 도하에서 사먹자니 뭔가 20% 부족한 맛에 속만 상하고,
스케쥴표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제 스케쥴엔 아시아가 없고 ㅠㅠㅠ (유럽이랑 중동, 인도만 수두룩)
음식 하나땜에 사람이 이렇게 우울해질 수 있구나를 구구절절 느끼면서, 정말 아시안 쏘울이 절실히
필요했던 지난 달 말, 전 무려 독일에 비행가서 타이푸드를 테이크아웃 해다가 먹었지 뭡니까 -_-;;;;
호텔 방에 앉아서 정말 말도 안되는 양의 팟타이와 똠양꿍을 흡-_-수하고, 그 말도 안되는 양이라는게,
적어도 셋이 앉아서 먹어야 될 것 같은 양? 암튼 그걸 다 먹고도 부족해서 역에서 발견한 스시집에서
한개에 1유로 하는 김밥 네개 사다가 다 먹었어요. (네 줄이 아니라 네개;;;)
그래놓고 그날 이후로 왠지 식욕과 요리혼이 동시에 터져서 쉬는 날마다 찜닭이다 뭐다 신나게 해먹고
다이어트랑 굿바이 했다가 요새 다시 체중조절 하느라 고생중이네요. 전 도대체 뭘 하고 있나요 ㅋㅋㅋ
어디가도 가리는 음식 별로 없어서 음식 때문에 고생은 안하는데, 가끔 그냥 누가 해주는 밥 먹고 싶고
좋아하는거 좀 차려줬으면 좋겠고 뭐 그런 부분 때문에 별 생각 없다가, 밥 때문에 애틋해졌던,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ㅎㅎㅎ 엄마가 바쁘신지라 한국에서도 어릴때부터 밥은 알아서 챙겨 먹었었는데,
왠지 그런거 있잖아요. 냉장고 열었는데 반찬이 가득한 그런 풍요로움. 누리고 싶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다이어트 중이라고 해놓고 왠지 자꾸 먹는 얘기만 하게 되는데;;;
비행 시작하고 나면 힘들어서 체중 조절 딱히 안해도 살이 빠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요,
몇주 방심 했더니 정말 말 그대로 훅 가던걸요. 우와. 빠지기는 커녕 저를 비롯해서 약 한두달차
병아리들은 한달에 기본 3키로가 늘어있는 이런 어떤...일이 안힘든게 아니라 그야말로 먹어서 ㅋㅋㅋ
현지 도착해서 그 나라 로컬음식 먹어보는거 때문이 아니라 범인은 내부에 있더라구요 ㅋㅋㅋ
저 원래 기내식 잘먹고 좋아라 하는데...저희 회사 기내식은 대체 왜그렇게 종류도 많고 맛있는지,
노선 마다 다르고 시간대마다 다른 메뉴가 나오는게 신기해서 그것마저도 손에서 놓지를 못하네요.
얼마전에 기내식 트레이 하나에 2천 칼로리라는 얘길 듣고 바로 끊기로 결심했는데, 그게 잘 되지가...
기내 메인 서비스가 빨리 끝나면 저희도 하강 전까지 잉여시간을 보내는데, 밤비행일 경우에는 이때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다 보면 입에 뭔가를 계속 집어 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게 저만 그런줄 알았더니 열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 아닌 이상에야 기내에서 잘 수 없는 크루들의
생존 방법이랄까요. 잠들지 않기 위해 먹고 살찌고 이게 무슨 악순환인지 ㅋㅋㅋ 맘편하게 여행 다닐때,
승무원들이 서비스 끝나고 남는 시간에 커텐 쳐놓고 뭐하나 궁금했는데,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
아마 먹는 중 이겠죠? 저만 그런거 아니겠죠?;;; ...라고 일반화 시키면서 안심해 봅니다. ㅋㅋㅋ
한번은 정말 비행가서 기내식 안먹겠어! 하고 단단히 결심하고 출근했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 따라 제가 좋아하는 타이레드커리가 나와서 울면서 먹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ㅠㅠ
아니 왜 유럽가는 중동 비행기에 타이레드커리냐고 ㅠㅠ 나 먹으라고 그런건가 그럼 잘먹겠습니다..?
뭐 대충 요런 느낌으로다가 살고 있습니다.
이번달도 왠지 남은 비행이 유럽이랑 인도...남들은 잘만 나오는 동남,동북아시아를 전 왜 안주는지.
사실 안가본데 가보라고 자꾸 새로운 곳에 보내주나- 하면서도, 가끔- 아니 요즘들어 자주 그립습니다.
그냥 오늘 왠지 한국 놀러가있다는 태국친구랑 먹는 얘기 한바탕 하고 나니 태국음식도 그립고,
한국음식도 그립고 냉장고 반찬도 그립고 ㅋㅋㅋ 태사랑에서 (음식)사진 구경하다가 주절주절 하고 가용.
담에는 좀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다 써놓고 나니 약간 민망해서 사진으로 수습하고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D
프랑크푸르트에서 야밤에 아시안 쏘울 만찬. 음식은 둘째치고 저 술도 다 마시고 잤다는게 포인트인데 (...)
이거 사진으로 올리니 더 수습이 안되네요 ㅋㅋㅋ
그동안의 흔적들! :D 조만간 방콕도 넣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흑흑. 그 조만간이 대체 언제가 될지 ㅠㅠ
(이건 instaweather라는 앱으로 찍은 사진들이에용. 일기예보용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