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가 동남아의 전통 음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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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가 동남아의 전통 음식이었을까?

호루스 8 898
이 글은 어떤 학술적,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니라 오류가 있을수 있으며, 그저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이니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밀은 한랭한 기후에서 자라고 비교적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작물이다.
 
따라서 기후 조건이 적합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많이 재배할수 없었다.
 
다른 한편으론 대맥(보리)이 소맥(밀)보다 단위당 생산량이 좋아 그러하기도 했단다.
 
요즘이야 잔치국수란게 구색삼아 결혼식 음식에 나오지만 예전엔 구색삼아 나온 식품이 아니라 진짜 잔치때 먹어볼만큼 흔하지 않은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빵이나 국수가 흔해지고 대중적으로 퍼진건 해방후 또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전해진 구호 물자 때문이다.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 인구를 도시 인구로 흡수하기 위해서도 밀의 수입은 필수적이었고, 그래서 나온 것이 혼분식 정책이기도 하다.
 
이런 말을 쓴 건 우리가 동남아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라 여기고 있는 쌀국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이다.
 
쌀국수에 밀가루 함량이 대략 50~60% 정도란다.(인터넷에서 줏어들은 얘기라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 말을 듣고 마트에 가서 태국 쌀국수를 살펴보았는데 그 정도 수치가 맞았다.(기억이 잘 안난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쌀소비 촉진을 위해 쌀 100%에 가까운 쌀국수를 개발하긴 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한 편이기도 하다.

결국 동남아 지역의 쌀국수가 대중화된 시기는 모두 밀의 대량 수입이 가능한 시기, 이르게 잡으면 1900년대 늦게 잡으면 1960년대 정도라 보면 정확할 것 같다.
 
이 시기에 제국주의 침략이 있었고 서양인들의 주식인 밀이 동남아의 쌀과 결합하여 쌀국수가 대중화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중국의 영향을 받아 훨씬 이전부터 쌀국수가 있긴 했겠지만 그 양이 미미해 우리나라처럼 예전엔 쌀국수는 귀한 음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중국도 밀은 화북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므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대량으로 동남아까지 수입되기엔 분명히 무리가 있었음을 충분히 추론할수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밀가루 소화에 거북함을 느끼는 이들이 쌀국수 소화에는 무리가 없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질수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밀의 함량이 낮다는 점. 쌀국수라 밀이 없어서는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쌀국수의 쌀이 인디카 종이라는 점이다.
 
쌀은 인디카(장립종, 쌀알이 길죽하고 끈기가 없다.)와 자포니카(단립종, 쌀알이 장립종에 비해 짧은 편이며 끈기가 많다.)로 나눌수 있는데 경험상으로도 장립종은 소화 흡수가 잘된다.
 
명칭에서 딱 느낌이 오듯 인디카는 인도, 자포니카는 일본을 의미한다.(코니카 또는 코리니카 였으면 좋겠다는 이 감정은 옹졸한 민족주의 때문일까?)
 
태국에서 볶음밥을 먹으면 돌아서면서 배고픈 이유가 소화흡수가 엄청 빠르기 때문이고 이런 이유에서 쌀국수를 먹어도 부담없이 소화흡수가 가능하다.
 
위의 생각들은 쌀국수를 접하면서 왜 우리 나라에서는 쌀국수가 없었을까, 단순히 국수 만드는 공정이 밥하는 공정보다 귀찮아서 그랬을까, 귀찮아서 그랬다면 떡은 왜 만들었을까 하는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해서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개인적인 결론이다.
 
맨 앞에 썼듯 단순한 사견이니 이게 정설이라고 여기시진 말기 바라며 혹여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 지적 바랍니다.
8 Comments
sarnia 2013.04.24 11:48  
전혀 생각도 해 본 적 없는데 읽고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쌀국수에 밀가루가 들어가야 한다면 예전에는, 특히 동남아에서는 고급음식이 맞을듯요.
말씀하신대로 미국이 밀가루를 퍼봇기 시작한 1950 년대 이전에는 한국에서도 고급...

제가 초등학교다닐 땐 학교에서 급식을 했는데 밀가루빵과 우거지된장국 우유, 뭐 이런 이상한 조합이었던 듯 해요. 이 글 쓰면서 갑자기 '급식비'라는 단어가 떠 오르는 걸 보니 무상급식은 아니었던게 틀림 없습니다. 아, 일주일에 하루는 라면이었던 것 같아요.

흠, 밀가루......

오늘 저녁에는 Cargill 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곡물 공부를 좀 해 보아야겠군요.

유익한 리마인드였습니다 : )
덱도이 2013.04.24 12:10  
예전에 국수가 귀했던 이유는 만드는데 공이 많이 들어가서란 이야기를 한 다큐(KBS누들로든가?)에서 본 기억이 있읍니다
특히 쌀가루로 국수 만들기가 더 힘들잖아요
요술왕자 2013.04.24 13:26  
쌀국수 면은 쌀가루와 밀가루를 섞는게 아니고 쌀가루와 타피오카(카사바 전분)를 섞습니다.
비율에 따라 부드럽고 잘 끊어지는게 있고 쫀득하고 탱탱한게 있죠...
밀가루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밀가루 국수는 '바미'라고 생라면이 있는데 이건 중국에서 건너온거구요...
쌀국수 역시 중국에서 넘어온 것입니다. 원래 태국 사람들이 중국쪽(운남)에 있던 사람들이니까요...

쌀국수는 원래 타이족들이 전통적으로 먹던 것을 지금의 태국땅으로 올때 함께 가지고 온 것이고...
바미는 훨씬 나중에 중국 남부(광동, 복건) 사람들 태국으로 유입 되면서 가져온 거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빠이깐마이 2013.04.24 19:44  
예전 kbs 다큐 '누들로드'를 보시면 그 기원에 대해 나오더군요..
상쾌한아침 2013.04.24 19:52  
동남아의 쌀국수 역사는 꽤 오래되었으며, 밀가루면과는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면형태라 보시면 됩니다.

면의 쫄깃함을 결정 짓는 것은 "글루텐"이라는 성분에 의해서 입니다.

동남아의 주력쌀인 인디카종과 동북아의 자포니카종 중 자포니카종이 "글루텐"의 비율이 훨씬 높긴합니다만, 밀로 만든 음식의 굴루텐 비율에 비하면 아주 형편없는 수준입니다만, 바꿔 말하면 순수하게 한국의 자포니카 쌀만을 이용해서는 쫄깃한 식감의 면을 만들기가 어렵고 어정쩡한 식감의 면이 나오게 됩니다.

그에 반해 인디카종은 자포니카 쌀에 비해 훨씬 글루텐 비율이 낮습니다만, 오히려 이 낮은 글루텐을 이용해 부드러운 식감의 면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단, 가공식품인 만큼 노동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만큼 하루 3끼 먹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특별하거나 기념할만한 일일 때 주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인디카 종으로만 만든 면은 찰기가 없기 때문에 치대거나해서 수타로 면을 늘려서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때문에 나무나 쇠붙이에 구멍을 뚷고 압력을 가해 쌀반죽을 눌려 그 구멍을 통해 나오는 반죽을 바로 아래에 있는 뜨거운 물이 끊는 솥단지에 직행시켜 면을 뽑아서 먹습니다. 해당 방법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며, 지금도 동남아 시골에서 잔치 등을 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우리나 일본식으로 따지면 모밀국수를 뽑는 방법 중 하나로 보시면 됩니다.
순수한 모밀국수는 끈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손으로 치대는 방법으로는 전부 끊어져 버려 면이라 부르기 힘든 모습이 됩니다. 이 때 순수 모밀로 만들 때는 위와 같이 가압형 형틀을 이용해 면을 뽑습니다.

엥? 난 모밀국수 뽑을 때 손으로 치대서 칼로 면을 썰어서 만드는거 봤는데?
네. 그런 유형의 모밀국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는 밀가루 2, 모밀 8의 비율로 치대서 만든 면입니다. 밀가루를 섞지 않으면 찰기가 없어 손으로 치대 칼로 썰면 면이 전부 부셔져 버립니다.
2:8 비율의 모밀면 역시 역사가 수백년이나 되는 면의 유형입니다.^^
호루스 2013.04.24 21:31  
와, 전문가들이 많군요.

책상머리에서 쓴 글과 다르네요.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수 있도록 삭제는 하지 않겠습니다.
초코맨 2013.04.25 22:42  
다큐멘타리 누들로드 보면 국수의 기원과 발전 과정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더군요...~

태국국수도 나오고 한번 보시면 국수에대한 궁금증이 많이 풀리실꺼예요..~
frog 2013.04.27 14:31  
조금 잘못된 정보들이 있어 저두 몇자 남깁니다. 쌀은 글루텐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찹쌀(영어로 glutinous)조차도 영어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글루텐이 없지요. 그래서 gluten-intolerance 라든지 celiac disease 가 있는 사람들(밀가루 섭취시 생김)은 의사가 쌀을 처방(맞습니다. 권유가 아니고 치료용으로 처방)합니다.  인도산 바스마티, 블랙쌀 등 온갖 계통의 다른 쌀도 글루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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