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이럴줄 몰랐다.
은빛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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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5 00:39
(독백)
8월 28일 드디어 일을 마쳤다.
그동안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29,30,31일 삼일간의 짧은 준비와 지인들과의 만남을 뒤로한채(물론 예방주사나 필요한 물품들은 준비했다.)
나는 1년이라는 여행의 대장정의 출발선에 섰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시작한 여행...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뭔가... 내가 생각한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허전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여행이 아니라... 잠시 어디로 피난온거 같은 불안감...
15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나의 문제점을 알아버렸다.
첫번째. 일을 너무 오래했다.
나는 학생이지만 여행을 위해 휴학을 2년간 했다.(돈벌기 1년 여행 1년) 그리고 여행 경비를 마련한 지난 1년은 정말 미친듯이 일했다. 나는 짧게 짧게하고 이직을 계속 하였으므로 직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알바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그 이유는 나름 가지고 있다. 누군가 개똥철학이라고 욕할지 몰라도) 일을 하면서 얻는 경험과 돈은 나의 부산물이었다. 그리고 이직을 할 때 겪었던 공백기간동안 초조해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일을 여행오기 삼일전까지 하다보니 머리도 몸도 아직 이게 뭔지 구분을 못해내는 것이다. 여행에서 조차 나는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경험을 쌓는 게 아닌 쌓아지는건데도 말이다.
두번째, 그에 관한 워커홀릭
뭔가를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했다. 1년간 열심히 일해서 나름 자신에게 큰 보상이랍시고 휴가를 줘도 되는데 그 휴가마저 즐기지 못하는 불안감...여행 와서 쿠알라 룸푸르에서도 핫야이에서도 끄라비에서도 그냥 늘어지게 보내도 되는데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홀릭증세가 여전히 계속되었다.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도 뭔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그날 사진을 하나 찍지 않아도 뭔가 허송세월 보내고 있다는 생각...
세번째, 처음 접해보는 외국문화와 말 안통함의 갑갑함.
외국에 처음 나와본건 20살이었다. 겨우 15일이었지만 그리고 항상 나와 동행한 누군가가 있었지만 그땐 어린 나이에 심한 컬쳐쇼크를 받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처음 혼자 외국에 나왔다. 내 친구중에서 미쳤다고 한 애도 있었고 감당할 수 있겠냐고 한 애도 있었다. 처음 나왔다. 가장 막힌건 역시나 의사소통이었다.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고 미드를 즐겨본 나는 깊게는 아니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한 정도로 영어를 구사했다. 구어나 비속어는 더 꿰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선 전혀 통하지 않았다. 나의 버러(터)발음은 나조차 부끄럽게 만들었고 그들이(태국인) 말하는 건...새우조차... 해산물조차 한번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오... 이 나의 무능함이여... 물론 서양여행자를 만나면 의사소통은 가능했지만 구어나 비속어를 쓸 수 있는 그런 관계와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갑갑함...또한 한국식 교육의 폐해로 듣는건 80퍼이상 가능했지만 묻는거와 대답은 짧게하는 이 답답함...
마지막. 네번째 외로움.
나는 내가 외로움을 별로 안타는 인간으로 알고 있었다. 중고등학교때야 매일 패거리로 (2-4명)씩 몰려다니고 집에 올때도 외롭다거나 그런 느낌을 크게 받아본 적이 없다. 대학때는 물론이고(아직 졸업안햇는데 대학때라고 하니 이상하네요 ㅋㅋ)군대있을때도 그닥 외롭진 않았다. 오히려 애들이 외롭다고하면 항상 토닥여주는 그런 입장이었다. 그래서 난 외로움을 모르는 인간인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 이렇게나오니... 미쳐버리겠다... 내가 이렇게 외로움에 사무칠줄이야...
한국인 많은 게스트하우스 왔는데도... 서로 말도 안하고... 냉기가 바닥에 흐른다... 아 나는 여기 오면 뭔가 화기애애하고 밤에 술마시러도 나가고 즐겁게 서로 먼저 얘기하려고하고 그런줄 알았다. 나만의 착각이었던가......
이상입니다.
일주일 혹은 중간 3-4일에 한번씩 이렇게 쎈치해지네요...
물론 위에 언급한 증상들은 이제 거의 다 낫습니다. ㅋㅋ
아 저의 루트는 동남아 5개국(버마,태국,베트남, 라오스,캄보디아) 인도,네팔,파키스탄,이란,터키,요르단,이집트,튀니지,모로코,포르투갈,브라질,아르헨티나,페루,우루과이,파라과이,칠레 등 입니다. 계획은 1년 잡고 있는데... 겨우 시작한지 2주 됐는데 이렇게 됐네요...
잘 할 수 있겠죠? 동행은 항상 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습니다. 계획은 그때 그때 세워서 가고요... 오늘도 카오산에 왔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종일 계획만 짜다가 다 갔네요... 동남아는 두달정도 있을꺼 같아요... 앞으로 태사랑에서 회원분들도 많이 뵙고 같이 다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