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가 되고 싶었으나.. ㅜㅜ (부모님과 여행 다녀와보신 분들~)
(그냥 속상해서 여기에라도 푸념입니다..... 아주 길어요ㅜㅜ)
이번에 엄마랑 3박5일 방콕여행을 다녀왔어요
서른 가까이 되가는 나이 될때까지.. 20대초반 아일랜드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주구장창 저 혼자서만 배낭여행을 다니고 다녔었죠(캐리어끌고 다녔으니 엄밀히는 자유여행이네요)
변명을 하자면, 저는 원래가 친구와도 남친과도 여행을 함께하지 않아요
아싸리, 그냥 놀다오자 마음먹고 제가 아닌 누군가가 계획하여 그냥 전 합류만 하는 여행이라면 모를까..제가 계획하는 여행에 동행을 넣은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현지에 가서 만난 사람들과도 왠만하면 일정을 동행하지 않았었어요
성격이 아주 별나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 그냥, 여행가서만큼은 철저히 혼자가 좋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어딜 그렇게 혼자 다니냐며; 엄마가 서운해하셔서
또 작년에 일도 시작했으니 예전처럼 쌩그지마냥 다니지는 않아도 될것 같아서 엄마 고생 시키지는 않겠다 싶기도 했고
또또 엄마, 딸, 둘이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후기를 읽으니 다들 너무 좋았다며ㅜㅜ 그런 말 일색이어서
이번 여행을 나름 야심하게 계획했었죠
사실 떠나기전 계획할때까지는 무슨생각까지 했었냐면;
아~ 이번 여행 너무 좋아서 엄마가 나 매번 휴가때마다 같이 가자고 하실것 같은데~~
요랬었죠;
근데 왠걸..........
저도 이번이 방콕만 3번째여서 그다지 막 보고 싶었던 새로운 것들이 있던 건 아니었고
엄마도 예전에 패키지 여행으로 한번 오셨어서, 일정에 꼭 넣어야 하는 것들이 있던게 아니어서
나름 빡빡하지 않게 일정을 짰다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보실 분 계실까 싶어 일정 첨부파일 업로드합니다. 태사랑에 다른분이 올리신 엑셀 파일 활용했어요. 감사합니다 ^^)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시는겁니다 ㅜㅜ
참고로 저희 엄마 51세이시지만 한국에서 매 주말마다 산행 즐기시고, 산행하러 아빠와 중국까지 다녀오실 정도로 체력은 괜찮으신 편입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이번엔 30분만 걸어도 너무 힘들어 하셔서ㅠㅠ
첫날 라바나 스파 갔다가 터미널21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엄마가 점심먹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운하투어 하기전에 시간이 많이 남았었어요
그래서 원래 일정에 없던 시암파라곤을 방문했었죠.. 목적은 제가 사려하던 심카드를 공항에서 팔지 않아서 시간도 남으니 겸사겸사 갔던거였으나, 뭐.. 이동도 택시로 했고.. 그냥 태국의 번화동네 구경하시고 괜찮겠다 싶었던거였는데 ㅜㅜ
거기서부터 지치셨고, 운하투어 가서 시간이 안맞는 바람에 1시간 이상 기다리면서 또 지치시고, 다음날 깐차나부리 투어 이동시에 차량으로 3시간 이동하면서 또 지치시고, 마지막 날에 올드타운 도보관광은 1시간만에 완전 지쳐버리셔서 저랑 말다툼 하고... ㅠㅠ 그냥 카오산으로 돌아와서 한식먹고 발마사지 1시간 받는걸로 대체.....
또 엄마가 입맛이 아주 까다로우신 편은 아니나, 일단 위생상태나 향이나 비쥬얼로 보일때 기름이 떠있거나 등등 뭔가에 아니다 싶으신 점이 있으면 바로 속에서 음식을 안받아하시는 스타일이셔서..
쌀국수도 국물의 기름때문에, 볶음밥 종류도 태국 음식 특유의 향때문에, 나름 돈좀 썼던 해산물 레스토랑도 그 향들 때문에.. 다 속에서 거부를 하는 사람에ㅜㅜ 음식을 거의 못드셨어요
맥주로 한끼한끼를 연명하다시피..
왜 진작 한식으로 식사를 드시게 하지, 그렇게 태국 음식을 고집했냐고 물으신다면ㅜㅜ
저도 후회합니다 그점은 ㅠㅠ
근데 아침들은 다 조식 나오는 걸로 해결했었고, 깐차나부리 투어때는 어차피 투어에서 제공이 됐었고, 첫날, 둘째날 저녁은 둘다 그냥 맥주한잔이나 하자고 합의봤어서.. 그래도 첫날 저녁때 좀 서둘러서 한식을 드릴껄 그랬어요..
저희 엄마가 제주 올레길 너무 좋아하셔서 5번이나 다녀오셨었어요
제가 원래, 어디 막 보러다니는 여행보다는 그냥 걸으면서 주변을 보고 느끼고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터라
엄마랑 여행 스타일이 비슷하겠다 싶어서 나름 그렇게 계획을 했던 건데...
방콕의 번화한 곳, 구시가지를 각각 천천히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그럴 생각이었던 건데...
이번 여행에서 엄마가 좋아하셨던 곳은 카오산 뿐이었던 것 같아요 ㅠㅠ
거긴 신기해하셨거든요~ 매일 밤에 발마사지 받으면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셨구..
나름 정말 고민해서, 저보다는 엄마가 좋아하실것 같은 일정 위주로 계획하고 진행했었는데
엄마가 신기해하고 좋아하시기보다는 지친 모습을 많이 보이시고, 식사도 자꾸 안하시려 하니까
엄마가 신기해하고 좋아하시기보다는 지친 모습을 많이 보이시고, 식사도 자꾸 안하시려 하니까
진짜 조심한다고 했는데도ㅠㅠ 저도 모르게 일정 중간중간 짜증내는 모습도 보였을 것 같고...
마지막날에는 올드타운 도보관광하다가 한번, 디바나 스파에서 또 한번 엄마랑 말다툼을 하게 되어서..
정말 속상해요..ㅜㅜ
(디바나까지 이동하는데 너무 막혀서 택시로 한시간 걸렸거든요.. 안그래도 그럴것 같아서 미리 출발했던 거여서 안늦었는데, 디바나 가서도 계속 이거 받고 공항까지 가는데 시간 충분하냐, 왜 이렇게 시간을 못맞추고 다니냐 그러셔서 그만 못참고 거기서 말다툼을ㅠㅠ)
어제 아침에 도착하여 엄마는 충북 집으로, 저는 직장땜에 서울 원룸으로 각각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버스 기다리며 엄마가 "이번 겨울에는 혼자 가라, 아빠한테 넘 미안해서.." 이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겨울 아니더라두, 다음에 가고 싶은 곳 미리 생각해봐요~ 미리 정해놓게~" 이렇게 대답했는데.. 대답하면서도.. 나랑 다니면서 엄마가 즐겁기보다는 힘들고... 딸 눈치보느라고 고생만 하시고.. 그러셨나보다 싶어서 얼마나 속상하던지.....
각각 차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엄마한테 문자가 왔어요
- 넘넘 즐겁고 행복했다♥♥ 엄마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 많았다
순간 눈물이.. ㅠㅠ 죄송하면서도 서운하면서도 속상하면서도..... ㅠㅠ
휴.....
정말정말 효녀가 되고 싶었는데..
그동안 여행을 너무 혼자서만 다녔다봐요.. 다른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방법을 제가 잘 모르는 걸까요..
제가 이기적으로 일정을 진행했던거였을까요..
제가 먹어서 맛있었던 것, 제가 봐서 좋았던 것들을 엄마도 똑같이 맛있게 먹고 감탄하며 봐주기를 바랬던 마음이 지나쳐서.. 엄마가 딸 눈치를 보면서 여행을 하시게 만든것 같아요
이번 여행 목적이 원래 엄마가 자유여행의 묘미를 깨달으시게 해드리는 거였는데..
우리 엄마 이제 두번다시 자유여행 안가실것 같아요ㅠㅠㅠㅠㅠ 흑 ㅠㅠㅠㅠㅠ
다른 분들은 다들 정말 즐겁기만 한 모녀여행이셨나요?
꼭 한번 다른 곳으로라도 엄마 모시고 다시 다녀오고 싶어요..
그땐 정말 즐겁게만 해드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