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물에 관한 궁금함
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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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16:03
아래 글들을 심심풀이 삼아 읽다보니 태국물이 석회 성분이 많아 안좋고, 그래서 충치가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는 글도 있고, 이에 안좋은듯 싶으니 아예 드링킹 워터로 양치질하고 미네랄 워터를 음용수로 쓴다는 분의 글도 읽었습니다.
초중딩 시절 무렵 선생님들 잡담할때 이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유럽은 물이 안좋고 석회 성분이 많아서 물 대신 와인이나 맥주를 만들어 먹는데 특히 독일은 맥주를 물처럼 마셔댄다." 라고
예전 해외여행이 규제되던 시기이기 때문에 외국 문물 이야기는 선생님들도 경험하지 못하고 '카더라' 수준 얘기를 학생들에게 '카더라 '라고 읊어대던 수준이었던 시절의 얘기죠.
인터넷은 물론 PC란 것도 알지 못하던(물론 전문 분야에서 컴퓨터는 있었지만 일반인에겐 넘사벽의 접근 가능성) 시절 이야기니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죠.
그저 외국은 그런다더라...라는 동경의 어투.
지금와서 제가 기억하는 그 당시 선생님의 어록 중 가장 엄청난 구라빨이...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한국군이 1.4후퇴를 하던 이유를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혹한으로 들었는데...
"유엔군의 다수는 미군이었는데 미국은 우리나라랑 기후가 달라요. 미국은 항상 사시사철 봄날인 기후에요. 그런 나라 군인들이 우리나라 겨울을 만나니 싸워보지도 못하고 후퇴를 거듭할수 밖에..."
어린 시절 제 가슴엔 미국은 사시사철 봄날인 나라로 각인이 되었지요. 그 당시 선생님이 왜 미국의 날씨에 대해 뻥을 쳤는지 알수 없습니다.
그냥 기본적인 과학 지식(중고등학교 과학 수준)만 있어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등은 알수 있을테고...누군가가 미국 날씨가 항상 봄날이라 카더라 수준으로 이야기해줘도 그냥 뻥인걸 알수 있었을텐데, 왜 국민학생인 제자들에게 그런 말을 그대로 했는지...?
어쨌거나 꼭 그 이야기 탓은 아니지만 남들이 '카더라' 라는 얘기를 하면 저는 항상 의심을 하는 버릇이 형성되었답니다.
아...그렇다고 태국 물얘기 하신 분들께 뻥을 친거 아니냐고 따지려는 건 아니니까...혹여 고깝게 들어주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으로 태사랑에 글쓰면서 말다툼 일면...
제 의심은 예전 유럽쪽 물얘기에서 시작됩니다.
유럽물은 석회 성분이 많아 몸에 안좋다. 그런데 술을 만들어 먹으면 괜찮다. 이게 요점이죠.
물이 몸에 안좋은 건 어떤 식으로 안좋은 걸까요? 석회 성분이 인체에 침전되어 우리몸의 필터 역할을 하는 신장을 상하게 한답니다. 이건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유럽쪽 의학은 비뇨기과 계통에 대한 질환이 월등히 우리나라보다 높아야 합니다. 의사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증명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인터넷에선 '카더라'합니다.
충치를 발생시킨다? 석회 성분은 무기질이기 때문에 충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요. 다만 몸에 흡수된 석회 성분이 치아나 뼈를 약화시켜 충치 발생 가능성을 높일수는 있지만...과연 석회 성분이 뼈나 치아에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이 역시 알수 없다는게 인터넷에서 '카더라'
그럼 석회 성분이 많은 물로 만든 와인이나 맥주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석회 성분이 제거 되기에 물대신 술을 음용하는 것일까?
제가 알기론 불가능 합니다.(확신은 못합니다.)
술을 만들어도 여전히 석회 성분은 남아있습니다. 그럼 석회 성분 탓에 와인 맥주 마신다는건 뻥입니다. 그냥 술을 좋아해서 마실뿐.
정수된 물을 마신다고 석회 성분 제거 안됩니다. 역삼투 방식이나 증류수 수준의 물을 만들어내는 반도체 공정에서 쓰는 필터를 쓰기전엔 불가능합니다. 이 말은 경제적으로 무리가 많다는 의미이고 또한 무기질을 몽땅 제거하면 오히려 인간에게 해롭죠.
석회 성분 100%제거가 아닌 예를 들어 석회 성분 80%정도 제거 하는 정도의 필터링이라면...어쩌면 이게 앞선 분이 얘기하신 드링킹 워터를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음용수는 그렇다고 쳐도 사먹는 음식에 포함된 물은 어떤 분도 언급이 없더군요.
예를 들어 밥을 생각해보면 밥을 만드는 과정의 물은 쌀에 흡수된 소수만 남고 다 증발됩니다. 그럼 수도물과는 비교도 안되게 고농축의 석회 성분을 섭취하게 됩니다.
밥만 먹는게 아니죠. 쌀국수 사먹으면 그 국물도 마실텐데 거기에 있는 석회 성분은? 설마 끓이면 석회 성분이 파괴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죠?
결국 제가 아는 과학 상식과 인터넷에서의 수많은 '카더라' 이론을 조합해 보았을때 석회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수 없다" 이며 수천년 각지에서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보았을때 "아마도 별다른 악영향은 없을 것 같다"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치질까진 몰라도 음용수로 태국 수도물을 마시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석회성분 논란에 대한 찜찜함과 더불어 그들의 수도물 정수 체계/ 공급 체계에 대해서 알수 없고 모른다는 무지에 대한 공포가 저를 압박하기 때문이지요.
"찜찜함" 이거 생각외로 강력합니다. 오해를 해서가 아니라 논리로는 분명히 아닌거 알겠는데 마음은 아니라고 거부하는 상태.
예를 들어 박정희 빨갱이 라는 건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근데 아예 논란 자체가 안됩니다.(물론 죽을때까지 박정희가 빨갱이 였다는건 아닙니다.)
김대중 빨갱이 라는 건 증거 없습니다. 근데 의외로 이 사실에 대해 찜찜함을 가지는 분 많습니다.
이런 찜찜함이 석회성분이 많은 물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리고 싶으면서도 머뭇거리게 만듧니다.
여러분은 석회성분이 많은 물에 대해 저와 같은 상태인가요? 아니면 유무죄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