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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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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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싸돌아다니다 드디어 오늘 깨달음을 얻은 여행자들에게 드리는 노래는 <펌>
멋진 말이 있다.
“Be passerby!”
Passerby 라는 영국말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란 ‘통행자’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나그네’ 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이다.
사실 나그네라는 말도 썩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여행자로 받아들였다. 왜 순수한 우리말이 마음에 안들어 한자말을 사용하느냐는 시비는 걸지 말기 바란다. sarnia 에게는 순수한 우리말이고 한자 우리말이고 모두 같은 한국말일 뿐이다.
어쨌든 이 말을 한 사람은 예수 선생이다. 그의 말을 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 된다.
“Be tourist!” (여행자가 되세요! = 여행을 떠나세요!)
한국의 기독교인들 중에는 예수가 언제 이런 말을 했느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했으니까 의심하지 말기 바란다. sarnia 는 거짓말 안한다. (거짓말 할 필요가 있을 때 가끔 misleading truth 말할 때는 있지만 이건 그것도 아니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세계의 대도시들에 가면 거의 예외없이 여행자거리가 있다.
방콕의 카오싼, 호치민의 데탐,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그런 곳들이다. 방콕이나 뉴욕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서울의 명동과 인사동도 이방인들의 거리로 봐 줄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모여서 그 지역 인구의 주류를 이루는 장소에서는 그런 공간 특유의 독특한 문화가 흐른다.
지금까지 평소에 자기와 남을 분리만 해온 사고방식 안에서 살던 사람들이 적어도 그 장소에서만큼은 자기와 타자를 공유하는 trans subject/object consciousness의 초보적 경험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모든 여행자가 도의 경지에 이르는 건 아니지만,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행자 출신이다. (교회 가지 말고) 여행을 가라고 노골적으로 선동한 예수 선생도 싯다르타 선생도 공자 선생도 바울 선생도 게바라 선생도 요왕선생도 모두 싸돌아다는 걸 주업처럼 삼았던 사람들이다.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떠날 줄 모르면 답답한 인간이 된다. 여기서 자기가 머무는 곳이란 단지 지리적 의미만이 아니다. 문화와 종교적 배경도 포함된다.
새로 보는 게 없으니 느끼는 것도 없고 느끼는 게 없으니 깨닫는 것도 없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미국 남부의 인종주의 조직원 거의 전부가 자기 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통계가 있다.
자기와 다르거나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면 신기한듯 바라만본다. 그러다가 수틀리면 자기와 다르다고 화를 낸다.
어느 개신교 목사 처럼 느닷없이 “카톨릭(다른 종교)와 맞짱뜨자”고 설레발을 놓기도 한다. 열라붕신이 따로 없다. 열라붕신에서 한 등급 내려 앉으면 졸라붕신이 된다. 졸라붕신이 득도하면 짱졸라붕신으로 영전한다. 대한민국에서 짱졸라붕신 경지에 이른 인사는 그리 흔치 않다. 홍도나 만원이 정도로 극소수다.
여담이지만 참고로 그 열라붕신은 어제 제주도에 간 모양이다. '서북골빈청년단' 500 여 명을 이끌고 구럼비 바위 때려부수는 거 도와주러...... 그게 목사가 할 짓 인가?
어쨌든,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frogs in a well’ 이라고 부른다.
오랜 세월 동안 다리에 묶인 밧줄로 인해 행동반경을 제한당해 온 코끼리는 밧줄대신 실로 묶어 놓아도 그 행동 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이것을 '비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들은 이것을 '은혜'라고 부른다.
약간 열받은 상태에서 올린 포스팅이니 이해해 주시길~
싸르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