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입국심사 때 느낀 점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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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포들을 독자대상으로 작성했습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시는 분들께는 새삼스럽거나 관심도가 떨어지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가끔은 오늘처럼 입국심사 줄이 길 때가 있다. 일본 사람들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밤 비행기로 LA 에서 온 한국계 교포들이다. 이 시간에 도착했다면 LA에서는 오밤중에 출발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근데 방학도 아니고 추수감사절도 아닌데 웬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왔지?
줄이 길어도 입국수속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이 곳을 통과하면서 출입국 심사대에 앉아 있는 공무원과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무슨 질문을 받은 적도 없고 내가 먼저 말을 건 적도 없다. 그냥 여권을 제출하면 스캔을 하고 입국 스탬프를 찍어 가벼운 목례와 함께 여권을 돌려준다. 그럼 여권을 받아 <수고하세요> 하고 나오면 그만이다. 20 초도 안 걸리니 입국심사 자체는 매우 신속한 편이다.
그런데......
잠깐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입국심사 분리를 국적별로 나누는 대신 <다문화 국가>답게 거주자 (Residents) 와 방문자 (Visitors)로 나누는 건 어떨까. 그러면 한 가족이, 예를 들어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남편과 베트남 여권을 가진 부인이 뿔뿔이 헤어져 따로 줄을 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일찌감치 <국적별 분리 임국심사>를 폐지한 나라들도 있다. 캐나다도 그 중 하나다. 즉 입국심사대를 Canadians (자국 여권소지자) 와 Foreigners (외국 여권 소지자) 로 나누는 게 아니라 Residents 와 Visitors로 나눈다. 물론 자국 여권소지자는 본인 선택에 따라 따로 마련된 스캐너를 통해 스스로 여권을 스캔만 하고 입국할 수도 있지만, 국적이 다른 가족이나 일행이 있을 경우 줄을 따로 설 필요는 없다. 미국은 지역마다 다른 것 같다.
<자국민이라고 해서 우대 받을 권리>와 <외국인이라고 해서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서로 충돌할 경우에는후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좀 더 세련된 인권 정신이다. 또 그 나라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못지 않게, 그 나라에서 실제로 생활터전을 잡고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 역시 그 사람이 그 나라의 공동체 구성원인가를 판별하는데 중요한 기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입국장만은 아직까지 <국적차별주의>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대한민국이 입국장 문화를 바꾸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하나 둘 따라 바꿀 것이고 맨 나중에는 입국장 요소요소마다 똥개들이 활보하는 미국 같은 나라도 슬그머니 따라 할 것 같은데…… (알림: 똥개라는 표현이 반려동물을 비하하는 말은 절대 아님을 알려드린다)
더 중요한 것은, 입국장 공무원들이 딱 눈치를 보고 한 쪽 줄이 좀 길다 싶으면 재빨리 다른 통로를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센스를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침 일찍 청계광장에서 평화시장까지 산책을 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서울의 공기는 생각보다 맑고 깨끗하다.
서쪽 끝인 청계광장에서 동쪽 끝인 청계문화관 사이에는 스물 두 개의 다리가 있다. 그 다리 이름 다 외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거 몇 개만 알면 된다. 모전교 광통교 수표교 마전교 황학교 등등.
정몽주 (정봉주가 아니고) 가 죽음을 당한 선죽교를 청계천에서 찾으면 안 된다. 선죽교가 있는 곳은 서울이 아니라 개성이다. <이 몸이 죽고 죽어...> 하다가 이방원 에게 철퇴를 맞고 죽은 정몽주는 고려말 충신이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정봉주는 <나꼼수 진행자> 중 한 명이다.
사진에 보이는 다리는 가장 서쪽 (청계광장 부근)에 있는 모전교다. 옛날에 과일을 파는 상가였다는데 지금 과일가게는 보이지 않는다. 쇼핑할게 있어서 광장시장이나 방산시장에 가려면 열 번 째 다리인 새벽다리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된다.
광명상회…… 청계천에 있는 편의점이다. 광명상회 옆에는 연탄가게가 있다.
KR Pass 가 있더라도 가끔은 고속버스를 타고 싶을 때가 있다. 동해안 쪽으로 간다면 아무래도 기차보다는 버스가 편하고 빠르다. 운이 좋다면 속초도 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고속버스를 탄다면 강남터미널 보다는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해 보자. 동서울터미널에서는 일반고속 요금으로 우등고속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릉까지 가는 요금이 6600 원 더 저렴하다. 한 끼 식사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동서울터미널에 가려면 지하철 2 호선을 타고 강변역에서 내리면 된다. 강변역에서 길 하나 건너면 바로 터미널이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종교문화 엔터테인먼트> 역시 여행의 재미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해 준다. 요새는 외국인들을 위한 다국어 동시번역 서비스도 등장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서양 기독교가 스스로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자아와 구별된 객체로서의 신 (神) 개념만 추구하다 보니 그 자체로 존엄한 인간을 <종놈신세>로 만들었다는 것
둘째, 구원론으로 족쇄를 채워 교회로부터 도망을 못 가게 하려고 원죄론을 주장하다 보니 멀쩡한 인간을 <죄인신세>로 만들었다는 것
셋째, 지옥과 심판을 도구로 인간을 협박하여 가장 중요한 인간 본성들인 자유와 상상력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것
그래서 서양인들은 지금 동양 종교나 동양 사상을 열심히 배우면서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케이팝이 열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현상 역시, 사실은 동양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시선돌림 스트림의 한 반영 형태가 아닐까?
그런 그들에게 한국 여행 중 볼 수 있는 저 사진과 같은 광경은 옛날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게 만드는 <추억의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특이한 관광 문화재임에는 분명하니만큼 유네스코 등록을 시도해 볼 것을 권고한다.
그나저나 케이팝 이야기하니까 또 하나 생각난 게 있다.
어느 목사님이 나를 가리켜 <K> 라고 불렀다. 내 이름 첫 이니셜이 K 이기는 하지만, 사람 이름 놔두고 K 라니...... ㅎㅎ 그 이야기듣고 엉뚱하게도 K 라고 불리우면서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내몰리던 JK 그룹 둘째 며느리 그 K 가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