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느므느므 무서운 세상 -_-;;
올해는 공부하느라고 제대로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아예 핸드폰 때문에 골머리가 썩고 있다.
10월달부터 계속 한번호가 핸드폰에 찍힌다.
얼떨결에 새벽녘에 받은 전화에서는 학교다닐떄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선배언니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다닐때부터 명품으로 휘감아 다녀 유명했던 언니인데
한번 복도를 쓸고지나갈때마다
태국여행중 면세점에서 봤던 모든 카달로그가
눈앞에서 스르르 왔다리 갔다리 해서
저 팔찌하나면 비행기 티켓두장은 너끈히야..하며
수중에 집어가도 집어가도 가득차는 요술 돈단지가 있을거야...
아니면 엄청난재벌집인가 하며 아이들과 수군수군했지만
비싼 명품보다는 칼바람에는 와따인 따뜻한 내복을 좋아했던
나같은 평범한 중생에게는 그냥 그저그런 신기한 언니였다.
학교다닐때 몇번 꾸벅 인사한게 다이고 이름도 가물가물한 선배가
새벽까지 부운눈을 하고 비몽사몽한 나에게 다짜고짜
정수기며 다이어트 식품이며 그런걸 사라고 그런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찌리리해지면서...이건 피라미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낌새를 알아챘는지 마구마구 잠에 취해 정신없는 나에게
카드번호를 부르라고 한다. 그냥 번호만 알면 된다고 안사도 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예전 5만원만 내면 동남아 항공권을 준다는 모시기 인터넷 여행사에
덥석 가입했다가 날렸던 최초의 사기사건이 생각나서 카드번호는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라는 경고가 삐리리 켜졌다.
선배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겨우겨우 전화를 끊었는데...
그날부터 오늘까지 하루에 20번은 전화가 온다.
화도 내보고..달래보고.. 돈없다고 배째라 해보고 했는데도 막무가네이다
니가 감히 선배에게 반항하는거냐고 다짜고짜 욕을 하지 않나
다시 전화해서는 정말 한번만 도와달라고 하지않나..
10명만 모으면 4000만원이 생긴다고 유혹하지 않나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이제는 아예 그 전화번호가 뜨면 받지 않으니
고단수에 접어들었다.
수십번씩 바꿔가며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고
카페나 회사같은 번호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남의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건다.
졸업한 친구들..아직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다들 죽을려고 한다.
뭐시기 하녀취급하면서 도도하게 너네와 물이 달라 하며
스포츠카 몰고온 오렌지족이랑 부우웅 캠퍼스를 나가더니
이제와서 학교앨범 다 찾아서 전화를 한다고 단짝 미경이가
꽥~ 하는걸 다들 말리고 난리가 났다.
들려오는 말로는 이제는 카드 돌려막기도 안되고 , 까드깡도 안되고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밤에는 찜질방가서 자면서 피라미드를 한다던데...
300만원이 애이름인지.....
돈없다고 필요없다고... 그돈이면 태국가서 3개월 쉬다 오겠다고
속으로 군시렁 거리면서 끊어버리니깐.. 이제는 돈은 안줘도 된다
주민등록증 하루만 빌려달라고 난리이다.
휴우~ 요즘은 전화벨만 울리면 겁부터 덜컥 난다.
내 핸드폰 메모리에 저장된 번호가 아니면 일절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보고싶은 사람... 정말 급한 사람에게서는 전화를
받을수가 없다.
모르는 번호가 찍히면 소리안내고 살며시 듣고 있다가
남자목소리가 들려 안심하고 여보세요~ 하고 말하면 잽싸게
그 언니가 수화기를 바꿔서 말한다. 으아아아악 >.....<
이제는 아예 전화울리면 이불속에 처박아놓는다.
이러다간 대인관계 다 끊기고 말듯....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지 요즘 엄청 스트레스이다.
거의 5년넘게 유지하던 번호인데... 느므느므 슬프다.
한순간의 자아도취...그리고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실패자의 모습을 보면서...왠지 모를 씁슬함이 감도는 밤이다..
지금도 전화가 울린다.... 마구마구 핸드폰을 깨물며 참고있다...
혹시 태사랑 식구중에 내게 전화할 사람이 있다면...
문자를 보내주세요. ㅠ_ㅜ 아님 음성메세지주시면
곧장 연락드리겠습니다. 아흑흑... 보고싶다... 여행같이 다녔던 동생들
아저씨....그외 모든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