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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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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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년 5 월 23 일과 올해 5 월 23 일은 같은 토요일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문득 그 날이 떠 올랐다.

 

재임기간 중 그의 가장 돋보이는 업적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19 명의 인질 목숨을 구해 온 일을 든다.

 

인질 한 명이 피살된 그 날,

그는 밤을 꼬박 세우며 탈레반 지도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써 내려갔다.

 

‘대한민국 정부는 탈레반에게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솔직한 내용을 담은 편지는 탈레반 지도부에 전달되기 전에 청와대 대변인 성명으로 발표되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이 성명이 발표되고 나서 며칠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탈레반 지도부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다.

 

“The decision to free the pair had been made by the Taliban leadership council, headed by Mullah Mohammad Omar, as a gesture of goodwill towards the Korean people and South Korean diplomats negotiating for the hostages' release.”

 

‘한국 국민들과 협상단을 향한 탈레반 지도위원회의 선의의 표시’ ‘한국 국민과 탈레반의 좋은 관계를 위하여’ (sake for good relationship between Korean people and Taliban) 등의 우호적인 표현이 탈레반 대변인의 응답성명을 통해 등장한 일은 세계를 깜짝놀라게 만들었다.

 

탈레반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들은 ‘인질들의 기독교 선교행위를 적대적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변화였다.

 

이 때부터 인질에 대한 위해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가지게 했을 뿐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탈레반 지도부는 나머지 인질 전원을 한국측 협상단에 인도했다.

 

이 바보같은 사나이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던 2007 년의 뜨거웠던 그 여름,

대한민국의 성실함과 진정성이 열 아홉명의 생명을 결국 사지로부터 구출해 내고야 만 것이다.

 

한 나라의 정부가 위험에 빠진 자국국민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 혜택을 받은 국민 역시 최선을 다해 의무를 수행한 그 정부를 향해 감사를 표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나라와 국민 사이라 하더라도 계산은 똑바로 해야한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

 

사지와 정신이 멀쩡한 국민이 복지든 뭐든 혜택을 받았으면 세금을 내든지, 기부를 하든지, 자원봉사를 하든지, 해야 한다.

 

그 세 가지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고는 시치미 뚝떼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그건 국민이 아니라 도둑놈이다.

(도둑놈도 국민이므로 국가는 도둑놈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지킬 의무가 있기는 하다)

 

사실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정부의 외교역량으로 문제를 풀었다기보다는, 당시 대통령 개인의 성실한 모습과 솔직함이 탈레반 지도부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는 게 타탕할만큼 대통령의 마지막 행동의 영향력은 결정적이었다.

 

국민-국가, 시민-정부 이런 이야기를 다 떠나서,

 

11 년이 지나도록, 그때 살아돌아온 19 명 중 단 한 명이라도,

아니면 그 교회나 교단의 대표가 봉하에 있는 그의 묘소에 가서 그 때 그 사건에 대해 인간적으로라도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시를 했다는 소리를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그 중 누군가는 찾아가서 '그때 참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인사를 한 번 쯤은 공개적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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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sarnia 2020.05.24 04:01  
이 글에 정치-종교적인 의도는 1 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냥, 인간적인 도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방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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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상당부분은 2007 년 9 월 2 일 그들이 귀환한 직후 제가 썼던 글을 ‘자기인용 표기’없이 재편집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런이름 2020.05.24 06:10  
바퀴벌레를 볼 때 느끼는 혐오감과 비슷한 감정과 함께 분노심을 유발시켰던 사건이였지요. 그 감정은 아직도 유효하고요.
sarnia 2020.05.24 20:47  
사람들을 가장 격분시켰던 것은 현지에 특전사를 파견하여 인질들을 구출해오는 방안이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소문이 났을때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합찹과 NSC 를 통해 올려진 이 안은 참여정부와 시민단체 내 상당수 인사들의 강력반대로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정보가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요.
나중에야 가즈니 지구에 보낼 밀파부대로 대테러전문 특임대와 특전사 예하 2 개 공수특전여단이 엄호부대로 거론되었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기도 했어요.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습니다.
현지에서 허용되지 않는 이교도 선교활동을 하다 해당지역을 실효지배하고 있던 무장민병대에게 체포구금된 자국국민들을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특수부대를 파견했더라면 현지의 무고한 민간인들을 포함해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겁니다.
이런이름 2020.05.25 03:38  
그 교회 목사가 미국 뉴저지에 와서 강연을 했었는데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오히려 마타도어식 가짜뉴스에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까지 해댔습니다.

정부에서는 위험 지역이니 조심하라고 선교단체에 공문을 보낸 게 전부였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자신들이 이를 뿌리치고 무리하게 강행한 것처럼 왜곡되었다고 말이죠.

게다가 유족이라는 사람이 2010년 국가를 상대로 국민보호의 책임을 위반했다며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배상소송까지 했었지요. 물론 기각 당했습니다만 그 자들의 정신세계를 드러낸 단면이였지요.

태사랑이 여행정보 커뮤니티이니 여행으로만 한정해서 이야기해도 근래 부르키나파소 한국인 여행객 피랍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정부의 여행 주의나 자제에 관한 권고를 무시하는 행동은 본인이나 나라에 커다란 문제를 시킬 수 있는데 참으로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짓거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태국도 남부 국경지역은 좀 위험하다지요?
sarnia 2020.05.25 05:31  
참 희한한 일은 그 목사가 보수꼴통도 아니고 리버럴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것 입니다. 기독교매체 뉴스엔조이 발행인이었을 겁니다.
리버럴이나 보수나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비율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 이후 행동은 참 모순적이었지요.

여기는 놀이방이니 분란이 일어날 수 있는 정치종교적인 이야기는 그만두고,

사건이 벌어진 당일 Qarabagh 현장 스케치만 다시 해 보겠습니다.

그들이 무장민병대 유격부대에 의해 체포된 직후 주민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을 밀착취재했던 마이니찌신문 보도기사를 토대로 현장상황을 재구성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어느 대형교회의 신고로 글이 내려지고 당시 제 블로그의 해당 글이 폐쇄되어 모든 기록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행히 docu-pile 에는 남아있군요.
다른 거 다 빼고 체포당시 상황만을 묘사하면 ,,,,,,   

…전략……

전쟁의 폐허 속에 하루 하루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든 주민들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Qarabagh의 한 시골마을 재래시장에 느닷없이 57 인승 Luxury 관광버스가 들이닥쳤습니다. 일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미화 8백 불인 나라에 가서 8 백 불을 주고 빌렸다는 이런 고급 버스는 아프카니스탄 전국에 몇 대 없다고 합니다. 하긴 한국에서 2 천 만원을 줘야 빌릴 수 있는 버스가 몇 대나 되겠습니까? 가난한 주민들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버스의 승객들은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Luxury 버스에서 한 사람이 두 자리씩 차지하고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온 것 조차 힘들었는지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이 재래시장에 버스를 세웠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자였는데 옷차림이 희한했습니다. 남녀 모두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반소매에 슬리퍼 차림인데 개 중에는 소매 없는 셔츠차림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몰려가 콘을 하나 씩 손에 쥐더니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로 시장 풍경을 찍으며 깔깔거리고 즐거워했습니다. (나중에 소매없는 셔츠를 입지 않았다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은 남녀 불문하고 공공장소에서는 차도르나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지지하는 주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탈레반 유격부대의 보급기지나 다름없는 이 마을 주민들은 분노와 모욕감에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이미 주민들 사이에는 이 관광객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무슬림들이 성지로 여기는 사원이나 이슬람 모스크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독교 예배를 보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주민 중 몇몇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레반 유격부대에 적국의 이교도들이 나타났다고 신고를 합니다. 신고를 받은 유격부대는 즉시 무장병력을 트럭과 모터사이클에 태워 이 지역으로 출동시킵니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입으로는 찬송가를 부르며 은혜에 겨워 출발하는 23 명의 승객을 태운 Luxury 버스가 하이웨이에 들어서자마자 모터사이클이 버스 옆으로 바싹 따라붙으며 한 유격대원이 AK-47 소총과 총류탄 (Rocket-propelled grenade)으로 운전기사를 위협해 버스를 길가에 세웁니다. 유격대원들은 승객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탈레반 부사령관의 무선지시를 받아 인질들을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눠 모터사이클 뒤에 태우고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분산 이동 시킵니다.

…후략…
이런이름 2020.05.25 12:03  
사실여부를 떠나 위의 행동들은 선교가 보여주기, 공명심, 이력을 위한 활동으로 전락하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네요.
비육지탄 2020.05.24 11:26  
노인네들이나 책에서나 쓰는 어떤 표현이 딱 어울리는 시점이네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sarnia 2020.05.24 20:59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분 이름만 나오면 알러지 발작증상을 일으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이름조차 넣지않고 조심해서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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