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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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스토리...

필리핀 32 595

 

나는 어릴 때부터 여행을 참 좋아했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첫 번째 여행은 상여를 따라서 공동묘지까지 간 것이었다.
온갖 빛깔의 만장에 홀려서 정신없이 쫓아가다보니 묘지까지 갔던 것이다.
나중에 부모님께 물어보니 내가 두 살 되던 해의 일이란다.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무렵부터 내게는 가출, 또는 떠돌이 기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은 여권과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돈이 많다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주 특별한 신분의 특별한 임무, 일테면 국가공무원의 출장이나 머리가 뛰어난 엘리트의 유학일 때만 해외여행이 허락되었다.
그것도 신분조회와 사상교육을 무사히 통과한 뒤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국가공무원도 아니었고 머리도 뛰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줄창 국내여행만 다녔다.
주로 산을 다녔다.
설악산도 여러 번 갔고 지리산은 종주만 열 번 이상했다.
봄에도 갔고 여름에도 갔고 가을에도 갔고 겨울에도 갔다.
12월 31일 밤, 장터목산장에서 옆 사람의 발 냄새를 맡으며 잠들었다가 1월 1일 새벽에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기도 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천왕봉 일출을 본다는데 나는 갈 때마다 봤다!^^)
6월 항쟁의 결과물 중 하나는 해외여행 자유화였다.
그러나 그 무렵에는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
지금도 청년실업이 큰 문제이지만 내가 청년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실업자가 많아서 별 불만이 없었을 뿐.
내가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이다.
첫 해외여행은 다니던 회사의 출장으로 유럽을 갔다.
일만 보고 바로 귀국해야 했지만, 휴가를 붙여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를 여행했다.
국내만 주구장창 다니던 내게 외국은 신세계였다.
모든 게 신기하고 특별했다.
결국 나는 1년 만에 사표를 쓰고 여행자의 세계로 급격하게 빨려들었다.
동남아를 8개월 동안 여행했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년 동안 체류하기도 했다.
첫 해외여행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1년에 대여섯 번은 꾸준하게 여행을 다녔다.
그 결과 대학원 석사논문도 여행소설에 관한 것이었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여행소설을 한권 쓰기도 했다.
그간의 내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후배들에게 몇 가지 잔소리를 하고 싶다.
먼저 국내여행을 어느 정도 한 뒤에 해외여행을 하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면 여행이 더 즐거워지고 의미가 깊어진다.
국내여행을 하면서 눈을 키운 뒤에 해외여행을 가야 아깝지가 않다.
그리고, 가능하면 혼자 여행을 하라.
아무리 친한 사이, 친구는 물론이고 부부나 가족도 여행을 같이 하다 의견이 갈려서 대립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행은 24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국내라면 참고 지나갈 수 있는 문제도, 외국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주는 부담감 때문에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이라면, 반드시 여행을 함께 해보라고 권한다.
24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상대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사람이 내게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내 나이 육십이 되는 걸 기념하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다.
세계 일주에 관한 책도 스무 권 넘게 독파했다.
내 계획은 이렇다.
먼저 세계 일주 항공권을 구입한다.
세계 일주 항공권은 1년 동안 열여섯 번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즉, 세계 16개 도시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항공권으로 세계 16개 도시를 각각 1주일씩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기간은 4개월쯤 걸릴 테고 경비는 1천만원쯤 들 것이다.
여기에 항공권을 이코노미 석으로 끊으면 5백만원쯤 추가되고 비즈니스 석으로 끊으면 1천만원쯤 추가된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한 달에 50만원씩 열심히 적금을 붓고 있다.
캬~캬~캬~!
32 Comments
물에깃든달 2017.07.17 13:24  
멋지십니다=ㅅ=b
저는 아직 세계여행까진 하고싶지 않고(제겐 너무 스케일이 커서 엄두가 안나네요).. 그냥 태국이 맘에 드므로 태국의 이곳저곳을 가보고싶기는 해요...
저도 비슷하게 한달에 10~15만원씩 항상 적금을 들어요. 여행경비로... 적개는 6~70만원에 많게는 200만원까지 드는 경비를 그냥 포켓머니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라서요.
아마 저도 한달에 드는 적금의 금액을 늘려가며 점점여행지가 넓어지겠죠 ㅎ
필리핀 2017.07.17 13:37  
세계일주는 너무 일찍 하면 남은 삶에 지장 있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쯤에 하면 좋다고 봐요~ㅎㅎ
타이거지 2017.07.17 13:56  
필리핀님,정말  믓지구리요.
제  여식에게도  그럽니다.
남친이  생기면  함께  여행을  다니  라고요.
전  죽기살기  육십까지만..다시  국내로  턴.
제가  끝내려는  나이에  세계일주라..
필리핀님  건강을  위해  화이팅  해  봅니다!
필리핀 2017.07.18 10:36  
거지님이 더 믓지구리요!!!
태국에서 거지처럼 살기...
태사랑 회원들의 꿈인데ㅠㅠ
후회없는사랑 2017.07.17 14:15  
여행 스토리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염장으로 끝나네유 ㅜㅜ

저도 5년가까이 혼자서 도보여행 국내로만 다니다가 처음 태국을 갔는데 팍 꽂혀버린거지 뭐에요.
그래서 지금 와이프도 만나고 애기도 가지고 했지만서도 제 처음 목표였던 세계일주는 언제나 갈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응원합니다. 화이팅!
앨리즈맘 2017.07.17 18:41  
아이랑 같이도 가야지 할수있어 홧팅
필리핀 2017.07.18 10:38  
나이 드는 게 염장인감유?

세계일주가 가까워진다는 건
곧 환갑이라는 소린데...ㅠㅠ
앨리즈맘 2017.07.17 18:44  
전 두분 짬뽕형이요 팔십년대에  유럽  남미에 꽃혀 ㅜㅜ 다녀오고 난뒤에  동남아쪽으로 다니다가 국내 여행과  다시 해외를 마구 섞어서 다녀요

인도 좋아서 몇번씩 인도 네팔 다니고 이런 제가 아직 안간곳이  중국 일본입니다 ㅎㅎ

아프리카고 어디고 가면서도 못간 안간 곳이 한국서는 젤 가깝죠

유학 어느  쪽 공부이신지  살알짝 궁금합니다 

두분다 진짜 멋지세요
앨리즈맘 2017.07.18 01:10  
와 한자는 제이름 석자밖에 못쓰는 저로서는 완전 멋있어 보여요
필리핀 2017.07.18 10:38  
와우~ 한국의 산을 500군데나...
대단해요!
고구마 2017.07.17 19:00  
국내여행 한다한다 하면서도 늘 잘 못가게되요. 시간도 엄청나게 많은데....
그래도 강원도는 좀 가봤는데 전남전북을 거의 못가봤네요. ㅠㅠ
필리핀 2017.07.18 10:39  
전주 함 오이소!
한우 대접해드릴게예~^^

근디 웬 깅상도 사투리? ㅋ
cafelao 2017.07.17 20:08  
꼬박 꼬박 저금 하시는군요.
저는 성질이 급해서일까요...
일단 먼저 여행 갔다와서 열심히 일해 채우자 주의에요.
저는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에라~~집팔아 일단 여행 실컷 다니고
갔다와서 또 뭔가 하겠지 생각하고 저질르고 싶은데
영어도 안되는 아줌마가 어딜 혼자 가냐고 특히 딸램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저는
늘 아프리카가 가보고 싶어서
가끔 가게 손님중에 에티오피아에서 살다오신 손님들을 만나면
엄청 엄청 부럽더군요.
앨리즈맘 2017.07.18 01:13  
아프리카는  유럽사는 저도 안전! 여행하긴 비싼 느낌이 있어요  전 트럭킹ㅡ 트래킹 아님  친한동생은 남아공 유학후 자유?여행 했는데 트럭킹이 낫다입니다  말라리아 땜시 쉽게ㅇ권하긴 어렵지만 나미비아는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  ㅡ 전에는 시라아도 다시 가고팠는데  휴 맘이 ㅜㅜ
cafelao 2017.07.18 07:11  
앨리즈맘님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은 다 다녀오신듯 하세요 .
저도 시리아 특히 예맨도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한데
아마도 예맨은 어렵겠죠.
필리핀 2017.07.18 10:45  
앨맘님은 댓글 지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리핀 2017.07.18 10:44  
아... 아프리카... 넘 멀어요...ㅠㅠ
요새는 태국 가는 것도 허리 뿌라져요ㅠㅠㅠ
얼렁 돈 벌어서 비쥐니스 타고 시포요...ㅠㅠㅠㅠ
안군2 2017.07.17 20:19  
저는 아직 한번도 해외여행을 안 가봤는데 ㅜㅜ 이런글 볼때마다 뭔가 자꾸 불타오르네요
필리핀 2017.07.18 10:45  
먼저 국내여행부터 열심히!

지리산도 좋고 제주도도 넘넘 좋아요~^^
펀낙뻰바우 2017.07.18 18:14  
2살 무렵부터 여행을 시작해서 대학원 석사논문에 여행소설 집필까지...

역시 필리핀님께서는 진정한 여행박사십니다.!!!

저는 환갑때까지는 빡쎈 여행하고 환갑 넘으면 집사람이랑 어깨동무하고 일년에 2~3곳 한 달 정도씩 제주도.강원도.퀸스타운이나 홋카이도 등에서 취사 가능한 레지던스와 경차를 세트로 렌트해서 마트에서 장 봐다가 음식도 해 먹으며 지내다오는 것이 로망입니다.
필리핀 2017.07.18 22:40  
저도 늙으막에는 캠핑카 하나 사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게 꿈이에요!

그때쯤이면 제발 통일이 되어서... 아니 저 지긋지긋한 휴전선만이라도 없어져서
북한땅 구석구석 누빈 다음 몽골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고 싶어요! ^^
김나롱나롱 2017.07.19 11:18  
우와 어릴때부터 ,,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ㅠ
필리핀 2017.07.19 21:51  
시작이 반이지요^^
knight7895 2017.07.19 14:36  
전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한번도 하진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방콕으로 갑니다. ㅎ
필리핀 2017.07.19 21:53  
오호! 즐여되세요~^^
참새하루 2017.07.19 19:06  
필리핀님의 살아있는 여행가 롤모델이십니다
이미 어릴때 부터 여행신동의 기질이 있으셨군요
여행에 대한 애정이 살아오신 세월 곳곳마다
듬뿍 배어있는듯 합니다

세계 여행 16개 도시 항공권이 1천만원이면
완전 무료인데요 급 관심
그런데 이코노미가 5백 추가라니요
그럼 5백 추가 안하면 비행기 입석으로 타나요?ㅎㅎㅎ
제가 60되면 뭘할지는 확실합니다
매일 와이프랑 둘이서 다짐합니다
막내딸 대학 졸업하는 즉시 태국으로 은퇴해서
일몰 바라보이는 해변에서 맥주 마시면서
앉아있자고 ㅎㅎㅎ
필리핀 2017.07.19 21:50  
추석항공권 우예 됐으요? ㅋㅋ
참새하루 2017.07.20 18:24  
시카고 SUN 여행사에서 이메일 안오나 매일
이메일통 열어보고 있삼
박지성만세 2017.07.20 00:10  
저랑 비슷한 생각이 군데군데 잇어서
공감이 많이갑니다!
응원하고 저도 곧 성취하는 삶을 이룰려구요 ㅎㅎ
필리핀 2017.07.20 05:23  
님도 성취하는 삶 이루시길 바랍니다~^^
김솜이 2017.08.10 14:44  
오늘밤에 첫 동남아 여행을 혼자 떠나요
쓰신글 보고 용기 얻고 갑니다!!
필리핀 2017.08.10 19:16  
아자아자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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