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태국아가씨를 도와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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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태국아가씨를 도와줬어요~

현주마님 52 1815

맨날 눈팅만 하고... 정보만 쇽쇽 빼가다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가 워낙에 글을 못쓰는데다가... 문법과 맞춤법이 영~ 엉망이라... 대충 유추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크으.. 무섭고 있습니다... 덜덜...)

오늘 가슴설렌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퇴근길... 언제나 그렇듯... 주린배를 움켜쥐고... 고민을 시작했지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창경궁 옆에 있는지라... 서울대병원을 가로질러 집에 빨리 가느냐.. 아님 성대쪽으로 가서 뭐라도 먹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쪼끔이라도 느끼며 집에 갈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결국 아름다운 세상을 택했죠...

뭘 먹을까 고민하며 룰루리랄라 걷다가.. 그나마 있던 기운을 바닦까지 박박긁어 어느덧 흐느적 걷게 되면서... 머리엔 온통 닭꼬치를 먹을 것이냐.. 빵을 사먹을 것이냐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바로 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기습이였죠!!

그 때 이미 전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못 볼 만큼 닭꼬치와 빵에 대한 열망을 내뿜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누군가 옆으로 와서 말합니다.

"캔 유 스피크 잉글리쉬?"

순간... 닭꼬치와 빵이 멀리 날라갔습니다. 안녕.. 나의 아름다운 세상...

이것은!! 국제 공용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나를 초등학교 6학년 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껌딱지 마냥 떨어지지 않고 마구 괴롭혔던 그 언어?? 그 영역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대학교때 일본학(여기서 이 학이 매우 중요합니다. 절대 일본어가 아닙니다.)을 택했으나 끝내 그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까지 허우적되었던 바로 그 언어???

그게 왜 지금 들리는 거지?? 란 생각을 하면서...

저는 멍한 표정으로...

"아?"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이 부끄러워...

그랬더니 이 아가씨.... 예쓰로 알아들었나 봅니다..

뭐라고 막 합니다... 잉글리쉬입니다.....ㅠ.ㅠ

어머나.. 이를 어쩌나... 머리가 복잡합니다. 때마침 지나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허어.... 도망가긴 글렀다....

그러면서 종이를 보내줍니다...

어머나... 이건 본 적이 있습니다. 알파벳이라는 거죠.. 알파벳들이 나열되어 있네요.. 달필입니다... 우훗~ 근데 어쩌라고?? 나보고 설마 여긴 알려달라고?? 게스트 하우스 주소입니다... 오우... 머리에서 종이를 거부합니다.

아가씨를 바라봅니다... 이 아가씨 간절히 저를 쳐다봅니다... 우우.. 이일을 어째... 우선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을때까지 말이죠..

우선.. 지난 3월 방콕에서 본 불상의 미소를 떠올립니다. 내 표정은 그 것보단 굳었겠지만.. 나름 애써봅니다.

그리고 다시 종이를 보았습니다. 오오...알파벳 밖에 안보이던 글씨 가운데 전화번호가 보입니다. 저는 쫌더 의기 양양한 불상의 미소를 띄우며 말없이 핸드폰을 열었습니다.

신호가 갑니다.. 후후후후 전화를 받습니다.

오오... 중저음의 총각 목소리입니다. 후후후 잽싸게 바꿔주고 이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근데 이 총각 한다는 말이.. 성대앞에서 전화하랍니다.  응??? 뭐라??

지금 나보고 아가씨한테 성대앞에서 기다리라고 해야 한다는 겨?? 잉글리쉬로?? 정말?? 정말로? 거기다 전화를 하라고 하라고??? 정말?? 그것도 잉글리쉬로??

크으.. 전화는 이미 끊겼습니다. 저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합니다. 이 아가씨는 저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오.. 땀이 뻘뻘... 오늘 덥긴 덥지... 아...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헉!! 이게 아니지...이...잉글리쉬로... 말을... 해야... 커억!!

대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이미 머리는 포화상태입니다.

입을 떼어 말을 했습니다.

"잇쇼니.. 앙???"

이게 뭐니... 갑자기 일본어가 나옵니다.... 이런.. 이 고질병이 또... 영어가 싫어 도망치다 시피 선택한 전공이 이럴때 발목을 잡습니다. 즉 저에겐 외국어=일본어인거죠...

방콕에서도 주구장창 일본어만 썻던 기억이.. 쿨럭!! 여튼 말을 해야 합니다. 잉글리쉬~~~ 오우... 맨투맨이여 나에게 힘을!!!!!

하지만 맨투맨이 힘을 줄리가 없습니다. 문법담당에게 회화를 요구했더니 파업에 돌입했습니다....ㅠ.ㅠ

우... 이젠 시간을 너무 끌었습니다. 무슨 말이든지 해야합니다.

"같이...."

헉!!! 이건... 우리나라 말이잖아... 이 아가씨가 알아들을 수 있겠어?? 저를 마구 야단쳐 봅니다. 하지만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저의 정신은 전혀 개이치 아니합니다... 이런...

"생큐"

응?? 감사해?? 뭘?? 

오~~~ 아가씨 알아들었습니다. 이렇게 총명할 수가!!!

여튼 뜻이 통한지라... 저는 그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역시나 방콕 불상의 표정을 하구요.. 흐흐흐 얼굴 경련이 옵니다...

거의 경보와 같은 속도로 걷는데.. 중간에 친구들을 소개시켜줍니다.

아주 이쁜 아가씨와 히피족 같은 총각입니다.

후후후... 이들이 또 잉글리쉬로 말합니다. 후후후후 저는 역시나 불상미소를 남발하며... 입을 꾸욱 닫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우후후후후

근데 이쁜 아가씨가 와이를 하는 겁니다. (태국식 인사가 와이 맞죠??)

저는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타일랜드??"

오우~~~ 네글자나!!! 훌륭해!!!

맞답니다. 오우~~~ 뭔가 말을 할려고 합니다.. 후후후후 걸어야 합니다. 고지는 저 앞입니다. 그리고 저는 한달치 영어를 다 썻습니다. 오우.. 네글자나 쓸 줄이야...이제 입을 열 수가 없습니다.

헉헉대며 성대앞에 도착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금방 나온답니다. 금방이라니?? 몇초면 나오는데??

뇌수가 부족해 안 굴러가는 뇌를 필사적으로 굴려봅니다. 한달치 영어를 다 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미소로 답하는 것 뿐입니다. 입은 이미 5중 육즁한 자물쇠로 잠겨져 있습니다. 우우.. 뭔가 물어보면 어쩌지??? 무섭다아~~~

이런 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옆에 딱 붙어서 대화를 나눕니다. 오우... 간만에 듣는 태국어... 뭔소린지 전혀 모르겠당.. 이힛!

다행히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이 일찍나왔습니다. 오오... 잉글리쉬가 자연스럽습니다. 훌륭해!!!

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사를 합니다. 입엔 자물쇠가 잠겨져있기 때문에 손을 흔들었습니다. 오호호호호

그랬더니 뭔가를 주려고 합니다. 태국에서 사온거랍니다.

미소를 띄며 받았습니다. 인사도 했습니다. 그러는 중 사진도 찍혔습니다. 하지만 입을 열 수 없었습니다.... 후후후..

이미 배고픈건 잊었습니다. 가슴뛰는 만남으로 배가부른 저는 아가씨가 준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우.. 열쇠고리입니다... 태국 왕실의 배군요. 초록과 분홍빛 나는 붉은 색이 화려합니다. 그리고 매우 가볍습니다.

근데... 하필이면 제가 열쇠고리 만드는 회사에 다닙니다... 직업병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에폭이 넘쳤어... 마무리가 허술해... 궁시렁궁시렁.. 헉!!! 그래도 선물인데... 저를 마구 야단칩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드로메다로 가 있는 저의 정신은 암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열쇠고리를 꼭 쥐고 룰루리랄라 집에 왔답니다. 호호호

이상이 오늘의 두근두근 콩탁콩탁 만남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즐거운 여행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영어가 쫌만 된다면...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기념으로 12일까지 무료라는 것을 알려줄텐데요.. 아쉽습니다.

우우.....허접한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2 Comments
장센 2009.07.17 13:44  
에폭이 넘쳤어... 마무리가 허술해...  에서 뿜었어요 ㅋㅋㅋ  이넘의 직업병 ㅋㅋㅋ
글 잼나게 잘 쓰시네요 +_+ㅋ
좋은 일 하셔서 복받으실꺼에요 ㅋㅋ
개똥이는 내꼬봉 2009.07.20 03:08  
완전 글 너무 잼나게 쓰시네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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