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슈퍼맨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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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슈퍼맨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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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등산을 약속한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내가 노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건 전화를 통해, 친구로 부터이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고, 그 다음은 먹먹했다.


그땐 아직 자살이라는 사실이 확정되기 전이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시기에 그가 사고로 죽었을 리는 없다는 생각을 해보면... 자살이라는 추측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이틀간 멍하니 지내다가 이제야 눈물이 난다. 슬픔이 조금씩 밀려온다.


그리고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들


수치심과 의리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해냈다. 수치심이 상실된 시대에 살면서 죄를 지어도,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젠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도 체질화 되어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에 미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때 대통령이었던 분이 검찰에 소환되고 그 장면이 온 국민에게 생중계가 되고 있었는데 그걸 스포츠 중계 관람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그는 바닥을 치는 수치심으로 세포하나하나가 치를 떨었을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겁탈 당하는 처녀처럼.

그리고 그의 측근들이 하나둘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아무 대책도 세울 수 없었던 자신에게로 향하는 무력감과 자책..

그를 따르던 사람들. 그가 지향했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들이 실망하고 비난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지난 세월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인간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다.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위해 생을 바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치심을 느껴야 할 많은 사람들이 천연덕스럽게 털난 양심으로 살아가는 걸 보았다. 그러면서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수천억이 넘는 국민의 돈을 훔치고 수치심은커녕 아직도 자신이 특권층인 냥 살고 있는 그들. 그래서 우리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오늘 아침 어떤 사람이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음이 여린 사람 같아요.. ’ 오히려 그 반대이다. 죽음이 두려워 뻔뻔한 얼굴로 살아가는 인간들이 여리고 약한 사람이다. 그들은 죽음이 두려울 뿐이이므로.

그는 인간으로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킨 사람이다. 진흙 같은 세상에 연꽃처럼.


오랫동안 죽을 것을 결심했다는 그의 유서 내용을 보고. 그의 머릿속에 스쳐갔을 수많은 생각들을 쫓아본다.

바위에서 발돋움하기 위해 달리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바위에 올라서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그를 삼키려 달려들었을까.

나는 그의 죽음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대통령이 서거했으므로 애도한다기 보다는 그가 새운 뜻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은 민주화 운동을 위해 투신했던 열사들이 걸었던 길과 같은 게 아닐까.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으로.. 슬픔이 생기는 이유가 꼭 그의 죽음만으로는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반기득권세력, 반공안정부, 반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이 이렇게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이 안타까워서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당신의 몸은 차갑고 견고한 바위에 떨어져 부서졌지만

당신의 뜻은 망토를 달고 날아다니는 슈퍼맨처럼,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서민의 영웅, 슈퍼맨이 되어

우리들 가슴에 남아주십시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진중권씨의 말대로, 싸움은 영결식 이후에 하는 게 좋겠다.

욕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2 Comments
고구마 2009.05.26 00:53  
이미 보신분들 많으시겠지만, 유시민 전장관의 시를 보면서 오늘 이 마음  잊지않고자 스스로 마음 추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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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분향소에서

      유시민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어리를 품었던 사람
모두가 이로움을 좇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사람
시대가 짐지운 운명을 거절하지 않고
자기 자신밖에는 가진 것 없이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
그가 떠났다


스무 길 아래 바위덩이 온 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한 아내의 남편
딸 아들의 아버지
아이들의 할아버지
나라의 대통령
그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
그를 가슴에 묻는다


내게는 영원히 대통령일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

그 사람

노 무 현
Tommy 2009.05.26 10:00  
맞습니다.
저도 여태껏 제 3자로서만 보고 있었는데, 이젠 도저히 참을수가 없네요.
견찰과 MB들아 국민장 끝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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