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나가서도 한식에 환장하는(목숨거는) 분 계신가요
그게 바로 접니다 ^^;; 넵 ㅎㅎㅎㅎㅎ
전 지금도 고기 무지하게 좋아하는 육식형 인간이지만
어릴 땐 더욱 그 정도가 심해서
시금치, 당근, 김치 등등의 야채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고기, 분홍쏘세지, 오뎅(어묵), 맛살, 라면, 두부, 계란, 우유, 빵, 면.
거의 요딴걸 주식으로 연명하고 살았던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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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라고 먹어 봤자
고구마맛탕, 김밥 속 채소, 볶음밥, 마요네즈로 범벅한 감자샐러드
요런 것들이 전부였지요
과일도 별 맛을 몰라서
남들 사과 한 개씩 먹으면 전 8분의 1쪽 겨우 먹고
겨울이라고 귤을 손이 노래지도록 먹는 사람들 무색하게
하루에 하나 까서, 반쪽만 겨우 먹곤 한 것이 제 과일 섭취량의 전부였지요
게다가 스무살이 넘도록 전 김치도 먹을줄 몰랐습니다
그 맛을 모르니..가끔 김치가 생각나 찾아먹고 그랬던 기억은 전혀 없네요..그러니 김치에 대해선 말 다한거죠 뭐
엄마 빼고 나머지 식구들이 전부 그러하다(김치를 안 먹다) 보니
(아 생각해 보니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도 거의 김치를 안 드셨던 것 같아요ㅡ.ㅡ)
우리집에선 김장 담그는 날 같은 건 아예 없었고..
그냥 일년에 한 두 포기 하시면
그걸 대 여섯 달 씩 먹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것도 엄마가 거의 다 드신 거구요
한마디로 식구들 입맛이 지랄 맞았던 거죠
그런 제가(이십대 초반)외국에 여행을 나가니
음식이.. 특히 서양식 느끼한 음식들이.. 너무나 제 입에 잘 맞고 맛있더라구요.
마치 그곳이...........
좀 오바해서 얘기하자면 고향 같고, 천국 같았습니다 ^^;;;;;;;
바게트 먹다 입천장이 다 까졌다는 둥
음식들이 느끼해서 김치 생각에 미치겠다는 둥
한국음식 생각나서 살이 좍좍 내린다는 둥
그런 사람들을 보며..
‘에구 정말 무쟈게 촌시럽구먼..’
‘외국 왔으면 외국음식에 적응해야지..한국 음식 냄새나 풍기고 다니고 저게 뭐야’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드랬습니다 ㅡ.ㅡ+ (퍽퍽퍽! 죄송함다)
어릴 때부터 제 식성보고 사람들이 한번씩 하는 말이 있었는데..
‘저런 애들이 나중에 크면 입맛이 변한다’ 는 소리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제가 그렇게 되더군요
무슨 말인고 하니,
이젠 김치는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 되었고
된장찌게랑 순두부도 이삼일에 한번은 먹어줘야 마음이 안정되고
가끔 야근하거나 지방 출장 다녀올 때 직원들이 핏자 따위를 사먹으면
왜 밥을 안먹고 이따우 느끼한걸 먹느냐며..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합니다
근데 재밋는 건
피자 사먹는 거에 흔쾌히 동의하신, 지금은 이사가 되신 저희 회사 부장님께..
<사실, 이분이 핏자를 먹는데 있어..
늘 실질적인 주동자. 혹은 배후 조정세력 이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ㅡ.ㅡ+
지가 주동자인줄 착각하는.. 행동대장은 따로 있었구요 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 피자가 맛있으세요? 원래 피자 좋아하신 거예요?’ 라고 물었더니
‘응 맛있어.. 이런 거 가끔씩 먹고싶어’
‘옜날엔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샌 이런 게 좋드라구’
ㅡ.ㅡ;;;;;;;;;;;;;;;;;;;;;;;;;;;;;;;;;;;;;;;;;;;;;;;;;;;;;;;;;;;;;;;;;;;
입맛이 부장님처럼 저렇게 바뀌기도 하나 싶어..
재밋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 이제..
매끼니 늘 먹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그런 것들을
외식할 때도 사먹어 줘야 직성이 풀리곤 합니다
예전엔 도라지 쑥 냉이 더덕 미나리 부추 같은 야채에서
마치 흙 냄새 같은 게 나서 그게 그렇게나 싫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자연의 향들이 너무나 좋고..
여러 야채들을(특히 봄나물) 국으로 한소끔 끓여 후루룩 불어 입에 넣는 순간
가슴속까지 따사로운 기운이 퍼지며 속이 확 풀리는 느낌과 함께 드는 그 시원한(따뜻한) 기분을 사랑하게까지 되었습니다 ㅜ.ㅜ
어려서(이십대) 해외서 한국식 찾는 우리 동포들을 입맛관련해서 은근 흉을 본 탓인지..
요 몇 년 전부터 해외에 나가면 한국음식에 아주 환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땐 홍콩엘 갔었는데
대형 쇼핑몰에는 꼭 하나씩 있는 한국음식 전문 식당에서
하루에 한끼는 꼭 한식을 사먹었습니다
(가격도 겁나 비싸서 여행 내내 김치찌개다 뭐다 사먹느라 돈 무지하니 깨졌습니다 ㅠ.ㅠ)
그것도 모잘라 이제 혼자 여행을 나설 땐
트래블 쿠커와 쌀, 젓갈, 라면, 김 까지 들고 나가곤 합니다
동행을 데리고 다니면 아무래도 한국음식 찾는 건 자제를 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이 먼 곳 까지 와서 김치 나부랭이를 찾는다며 쿠사리를 주더군요 ㅡ.ㅡ 췟!
그래서 동행이 있을 땐 웬만하면 꾸욱 참아주고
(그래도 이틀에 한번은 먹어줘야 합니다 ㅡ.,ㅡ)
혼자 나갈 땐 최대한 양껏 음식을 챙겨가는 편입니다
나만의 예쁘고 깜찍한 음식 재료들을 호텔방에서 몰래몰래 끓여먹으며..
이 맛있는 거 혼자 먹고 있기 정말로 아깝다며..
감동의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며 앉아 먹고있는 저라니 ㅡ.ㅡ;;;;;;;;
정말이지.. 전 제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저 완전완전 변했습니다.
한식 중독엔 약도 없군요
여기(태사랑 여러분)도 저처럼 식성 변하신 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