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하 57 도 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이틀 후 에드먼턴과 캘거리를 비롯한 서부 내륙지방에는 무서운 한파가 통과했답니다. 이날 밤 에드먼턴 국제공항의 수은주는 영하 41 도, 체감온도 영하 57 도였다는군요.
창밖은 온통 잿빛이다. 온 세상이 우울하고 쓸쓸해 보인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 에드먼턴에서 밴쿠버는 약 1000 km 비행시간은 이륙 후 1 시간 20 분 이다.
나도 이제 부터 시를 좀 써 볼까?
여기는 겨울이 길어요.
그래도 봄이 오긴 오죠
잠깐 다녀 가는 거죠.
sarnia 님 처럼......
시를 쓰려면 감성도 상상력도 풍부해야 하지만 모방도 멋들어지게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모방을 멋들어지게 하려면 우선 표절부터 기술적으로 해 보자, 이 시는 내가 어디선가 표절한 거다.
어디에서 표절했을까? 알아 맞추는 사람 선착순 세 명에게 언젠가 만나면 점심 쏜다. 단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답은 무효다.
아, 실패했다. 동그란 무지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비행기에서는 무지개가 동그랗게 보인다. 사진에 안 잡힌 이유가 뭐지? 물론 내 잘못은 아니다. 첫째는 날씨가 안 좋아서 일테고, 둘째는 카메라가 후져서 일 것이다.
밴쿠버 다운타운까지 연결되는 공항전철이다. Canada Line 이라고 하는 이 공항전철을 타고 일단 다운타운 까지 가서 Sky Train이나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객차는 귀엽고 깔끔하고 깨끗하다.
밴쿠버 시내를 운행하는 전철에는 운전사가 없다. 모두 무인 전동차다. 오늘은 내가 맨 앞자리에 앉아 기사 역할을 하고 갔다. 운전사가 없는 전동차가 고장으로 선로 위에 서는 경우가 이따금 있는데 그럴 땐 좀 황당하지.
올해는 엘리뇨 해인데 춥다. 이 날 밴쿠버 낮 기온은 0 도. 제주도 보다 겨울이 따뜻한 밴쿠버 사람들은 추위에 약하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롭슨 스트릿이 텅 비어있다.
평소에 이 롭슨 거리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낱말은? 힌트, 한국말이다. 정답은......... "씨발"
과장이 아니고 평소 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20 대 청춘들 10 명 중 서넛은 한국 청춘들이다.
참, 외로운 기러기 엄마 영숙님, 별거 중인 교포 사내 철수님의 슬프고도 긴장감 넘치는 로멘스를 주제로 한 영화가 만들어 진다면 그 배경도 롭슨 거리가 될 것이니......
밴쿠버는...... 겨울이 우중충하다. 11 월 부터 3 월 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밴쿠버는...... 산이 많다. 도시 전체가 산과 바다 그리고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밴쿠버는......중국계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인구의 3 분의 1 이다. 밴쿠버의 유명한 할렘가 헤이스팅스와 메인 거리가 근처에는 북미에서 두 번 째로 큰 차이나타운이 있다.
우중충한 헤이스팅스 가 와 펜더 가의 뒷골목. 후커들과 손님들, 마약쟁이들, 홈리스들의 고향같은 곳이다. 오늘은 길거리가 조용한 게 추워서 모두 근처에 있는 시립도서관에 들어가 죽치고 있는 모양이다. 밴쿠버에서 낮 기온 섭씨 0 도란 드문 한파다. 밴쿠버의 노숙자들은 유식하고 매너도 좋다. 아마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기 때문이 아닐까.
밴쿠버와 에드먼턴 사이에는 두 개의 커다란 산맥이 있다. 코스트 산맥과 록키 산맥이다. 회색은 구름이고 그 위에 솟아 오른 하얀 봉우리들이 코스트 산맥의 봉우리들이다.
에드먼턴 공항에 도착하니 날씨가 쌈빡하게 변해 있군요. 영하 38 도. 아까 말한대로 어젯밤 수은주는 영하 41 도에 바람체감온도 영하 57 도. 끝내주게 쿨한 날씨입니다. 수요일부터나 풀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