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어제 날도 따뜻하고 해서 몇 년간이나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던 여행용 트렁크를 세탁하려고보니,
지퍼 꼭지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뭡니까.
사실 늘 배낭만 가지고 다니는 터라, 이 트렁크는 수년전에 한번 사용하고 난후에는
내내 베란다에서 햇빛만 바라보면서 먼지 뒤집어 쓰고 있는 처지였어요.
오랫동안 사용을 안했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납니다.
그래도 비밀 번호란걸 전혀 생뚱맞은걸로 했을리는 없을테고
이걸꺼야... 싶은 번호를 하나하나 넣어봤는데...왠걸 절대 안열리네요.
1에서 10까지의 돌림줄이 3개가 있는 싸구려 자물쇠인데
아무리 이것 저것 넣어봐도 딱 맞는 3자리 숫자가 아닙니다.
하다하다 안될줄 뻔히 알면서도.....
자물쇠 가까이에 귀를 바짝 대고는 한칸한칸씩 돌려봤어요.
재칵재칵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요.
영화에서 보면 도둑놈들이 그렇게들 해서 철컥 열잖아요.
근데 그게 성공할턱이 있겠나요. 성공하면 더 이상할듯.....
결국 양지바른 곳에 퍼질러 앉아,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맞춰보리라 결심하고 결국 해냈습니다.
시작할때는 이게 뭔짓이람...했는데, 일단 시작하고나니 해놓은게 아까워서 중간에
그만 두지도 못하겠더구요.
헤헤...원래 경우의 수가 1,000개 정도 나오는건데, 운이 좋게도(?) 중간쯤에서 짤깍~
하고 열리더라구요. ^^
비번은 알고 보니 내가 열심히 넣어봤던 번호랑 자리 하나가 다를뿐이었는데,
왜 그렇게 헤메었는지...
인생에서 마주치는 문제들도 다 그런거 같아요.
답이 아무리 가까이에 있다한들, 내가 모르면 답이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결국은 풀리지 않고 주저앉는거처럼요.
마치 알고난 후에는 쉬워도, 알기 전에는 절대 쉬운거처럼 안보이듯이요.
어쨌든 이 비번은 앞으로 절대 안까먹을거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