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클라부리에 무조건 가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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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모르겠다. 왜 가야 하는지. 그냥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필이 꽂히면 반드시 가고야 마는 성격이기 때문에 기어코 쌍클라부리 땅을 밟고야 말 것이다.
2008 년 한국 방문 때 난생처음 태국에 갔었다. 그 때 태국에 가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서안에 가려고 했었다. 장학량이 국공합작을 요구하며 장개석을 감금했던 화청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낫티의 타일랜드’라는 사이트에 접속이 돼 물끄러미 그 홈피 주인의 글을 읽으면서 느닷없이 이 나라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사랑’ 이라는 카페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결국 방콕으로 날아갔다.
작년에는 이번에야 말로 서안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또 어느 날 우연히 2007 년엔가 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 American Gangster라는 영화를 DVD로 다시 보면서 갑자기 골든트라이앵글을 가 보고 싶다는 엉뚱깽뚱한 잡생각이 떠오르는 바람에 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학량과 장개석에 대한 야사를 포함한 네 페이지짜리 여행기획안을 작성해서 가족 친구들에게 이멜로 발송하는 등 온갖 요란지랄을 떨며 몇 개월을 준비했던 서안 여행 계획을 하루아침에 송두리 채 엎어 버렸다. 그리고는 결국 치앙마이 행 보너스 티켓을 구입했다.
올 가을에는 좀 쉬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뭐…… 삼세 번은 채워야 하니까 일찌감치 또 태국을 가는 것으로 결정은 하되 방콕의 편안한 호텔(예를 들어 수쿰빗 파크플라자 같이 깔끔하면서도 엄청 비싸지는 않은)에다 베이스 캠프를 설치한 뒤 여행이 아닌 투어를 해 보자는 생각도 들었고,
아니면 싱마타이 열차를 타고 말레이반도를 종단해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귀신에 홀려가듯이 중국 패션디자이너 이름을 아이디로 가진 어떤 이의 불로그에 들어 갔다가 쌍클라부리 이야기에 넋이 빠져버린 것이다 (이 블로거의 Pai에 대한 회상록은 여행전문작가 수준이다. 이 작가 선생의 그 Pai 회상록을 읽다가 쌍클라부리 여행기까지 섭렵을 하게 됐다)
태국에 가야만 했던 또 가야만 하는 핑계를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렸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냥 거기 가면 나 스스로 기분이 좋고 마음이 차분해 지기 때문인 것 같다.
물가가 싸서, 사람들이 친절해서, 심지어는 옛날 생각이 나서…… 이런 개별적인 이유들로는 왜 태국땅만 밟으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설명이 잘 안 된다.
설명이 안되는 이유는 그 수많은 개별 이유들의 조합이 환원불가능할 정도로 복잡(irreducible complexity)하기 때문이어서일까? 그냥 쉽게 말해 마음이 끌리는, 즉 머리가 아닌 심장이 알아보는 곳이어서라고 해 두자.
20 년을 살아온 캐나다보다도, 내가 나고 자란 서울보다도 수안나품 공항 입국장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즐겁고 행복해지는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Anyway 헌데 sarnia 씨는 쌍클라부리에 대해서 뭐 들은 것이나 아는 게 있느냐고?
그런 지명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는데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당연히 아는 거라곤 개뿔도 없다.
뭐 그저 조용한 마을이고, 긴 나무다리가 있고, 절 하나가 물 속에 들어가 있고, 그 정도다.
문제는 내 한국여행일정이 딱 두 주일 이라는 것, 그 두 주일 중 일주일 은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날아가고 오는 시간 빼고 가용일수는 단 5 일뿐 이다.
어떻게 일정을 짜지?
방콕에 하루 칸차나부리에 하루 쌍클라부리에 하루 다시 칸차나부리에 하루 방콕에 하루……
짐은 캐리온 하나 달랑 어깨에 매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부담이 없는데 숙소를 매일 바꾸며 다녀야 한다는 것…… 이게 좀 마음에 안 드는 데……
어떡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