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나누고 싶은 사진, 진실의 순간들...
4월이 되자마자 봄을 타는지 한없이 땅파는 성격으로 변한 제가 못마땅했는지,
기분전환 삼아 사진전에 가자는 제안을 받게되었어요.
사진전은 과제하러 가는 곳. 이라는 인식이 아직 크게 바뀌지도 않았고,
"우연히" 만나는 조그만 전시를 좋아하는지라 왠 사진전. 이랬는데-
작가이름을 듣자마자 가야겠다, 는 생각이 들어 기분전환도 할겸
월요일 늦은 오후에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전 "진실의 순간"에 다녀왔답니다.
전시제안을 받자마자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연히 초대권까지 선물 받게 되어
참 행운이었죠.
스티브 맥커리라는 작가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그런 작가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그의 사진도
그 표지를 장식했던 샤르밧 굴라(Sharbat Gula), 라는 아프간 소녀였으니까요.
Peshawar, Pakistan 1984
작가는 17년 후에 이 소녀를 다시 만나 사진을 찍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적인 감각이 선천적으로 부족해서 관심도 갖지 않았던 분야인데,
-저는 원래 못하는건 안하는 주의 -_-;;;-
일전에 올렸던 러이끄라통 사진을 보게 된 전시에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꽤 많은 사진이 있었지만 그리고 누군가 꾸며낸 상황이 아닌 현실을
담아내는 사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했었거든요.
물론 깊이 들어가다보면 다큐도 100퍼센트의 진실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면서 조금 씁쓸해지지만 말예요.
다큐멘터리 사진을 위해 진짜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꽤 많다기에...
그때도 놀랐었어요.
대상이 예술작품이든 뭐든 감상을 하는데에는 정석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편하게 얘기해볼게요.
저의 감상방법은 일종의 "소통"의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대상을 바라 본 시선과 나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때
감동이 시작된다고 해야하나요.
한장의 사진 안에서 찍은 사람이 상대방-사람이든 풍경이든-을 어떤 기분으로 대하고 있구나,
찍힌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의 그런점 때문에 괴로운건 남자친구?
(...오래전 사진을 보고 표정만으로 누가 찍었는지 맞추고 앉아있으면 좀 괴롭겠죠 ㅋㅋ)
여튼,
스티브맥커리의 사진을 보면서 몇몇 사진들에 의해 꽤 먹먹한 기분이 되어버려서,
몇번이나 눈물을 참았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어도 그가 아니면 남길 수 없는 순간을 기록해주었다는 것,
대상을 관찰하는 사람이 아닌 이해하는 사람만이 담아 낼 수 있는 그런 풍경들...
아이러니한 사진들도 많았고 이해력을 필요로하는 사진들도 많았지만,
매거진이나 웹에서 보는 사진들이 아닌 크게 프린트해서 "전시된" 사진이 주는
현장감은 정말이지 남다르더라구요. 박력있다고 해야하나.
꽤 많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특별전이다보니 -그리고 분명히 레포트 제출용 과제로 나왔을 전시이므로-
주말에는 전시장을 찾을 사람들이 꽤 많아 보였어요,
월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사람은 많았거든요.
전시기간이 5월말까지던데, 광화문 가실 일 있으시면 슬쩍,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들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실은 2년전쯤?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매그넘 소속 작가들이 찍은 한국사진을 보고는
많이 우울해져버려서, 다큐사진을 감상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 여러번 반성하게 되었었는데,
이번 스티브 맥커리전은 대상에 대한 이해와 어쩌면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사진들을
보고있으니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태사랑에서 제가 여행사진을 가장 좋아하는게,
한없는 애정이 느껴져서. 그렇거든요 ;-)
"아, 사랑하고 있구나..."
전해져 오는 마음이 따뜻하니까요.
.
.
.
약간 스포일러(?)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진을 나누고 갑니다 ;-)
Dust Storm, Rajasthan, India,1983
Dal Lake, Kashimer, Flower seller, 1996
아마 그 공간에 혼자였다면 꽤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는...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웠던, 그런 사진들이었어요. :-)
+ p.s
개인적으로 Dust storm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아타선생님이 장노출로 촬영한 델리와 뉴욕의 사진이 생각 났어요.
카메라의 눈을 꽤 긴 시간동안 열어두면 그 곳의 공기가 담겨지곤 하는데,
델리는 모래바람의 색이, 뉴욕에는 차가운 도시의 텅스텐 컬러가 담겨있더라구요.
나라마다 환경과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빛과 공기의 색깔 마저도 모두 다르다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아직도 궁금한게 너무 많네요.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그로인해 가야할 길이 많아 늘 떠나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오늘부터 26일 남았군요 -.-;
아쉬운 마음은 쌩쏨으로 달래며, 이번주 남은 날들도 행복하시길 ;-)
사진출처 : 구글링을 통해.
작가 홈페이지 : www.stevemccurry.com